개관 2년 순천만잡월드 휴관에 노동자 약 70명은 어디로?
개관 2년 순천만잡월드 휴관에 노동자 약 70명은 어디로?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4.01.09 14:20
  • 수정 2024.01.09 1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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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잡월드 시설 개선 공사로 약 10개월 휴관 결정
노동자들 “생존권 짓밟는 만행···결정 철회하라”
강성희 진보당 국회의원이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순천시의 일방적인 순천만잡월드 휴관결정을 철회하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강성희 진보당 국회의원이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순천시의 일방적인 순천만잡월드 휴관결정을 철회하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2021년 개관한 순천만잡월드가 올해 10개월간 휴관에 들어간 가운데, 순천만잡월드 노동자들이 “대량 실직 사태를 순천시가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동조합 순천만잡월드지회(지회장 신정화)는 9일 오전 10시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순천만잡월드 휴관으로 약 70명의 노동자들이 하루아침에 실직자로 전락했다”며 “순천시가 민간위탁운영사의 이름을 빌려 자신들의 손에는 피를 묻히지 않고 노동자의 생존권을 짓밟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순천만잡월드는 경기 성남에 있는 한국잡월드에 이어 국비 487억 원을 들여 조성된 호남권 최대 직업체험센터다. 호남 지역 학생들에게 다양한 직업체험 기회를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개관 이후 순천만잡월드엔 전문강사와 사무직, 환경·미화, 조리 노동자 등 약 70명이 일했다. 순천만잡월드 노동자들은 총 4개의 용역회사에 고용됐다.

“순천시가 휴관을 단행하며 아무런 사전 공지나 협의가 없었고 고용에 대한 대책, 대안도 제시하지 않았다”는 게 신정화 순천만잡월드지회 지회장의 설명이다. 순천시가 순천만잡월드 휴관을 결정하며 노동자들은 용역회사로부터 계약 만료 통보를 받고 일자리를 잃었다.

순천시 신성장산업과 잡월드운영팀이 순천시의회에 제출한 ‘순천만잡월드 체험프로그램 시설 개선’ 사업에 따르면 순천시는 체험 프로그램 재방문율이 감소(2022년 대비 2023년 - 27.7%)했고 타 시·도 교육청이 자체 진로교육원을 설립·운영하고 있어 순천잡월드에 시설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구체적으로 순천시는 순천만잡월드에 AI·로봇, 우주 등 미래 기술과 문화예술·스포츠 프로그램을 새로 도입하고 비인기 체험시설 통·폐합, 프로그램을 개선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를 위해 올해 1월 1일부터 휴관해 4월까지 시설 개선을 설계한 뒤, 10월까지 공사를 추진하겠단 계획이다.

신정화 순천만잡월드지회 지회장은 “순천시가 지역 시민인 노동자를 내팽겨치고 대량 실직을 만들어낸 것이다. 시설 개선을 한다고 하는데 그것이 휴관을 해야 하고 고용이 단절돼야 하는 이유인지 납득할 수 없다”며 “순천시에 면담 요청을 했지만 한 번도 이뤄지지 못했다. 순천 시민과 대화를 위해 앞으로 나와 달라”고 순천시에 요청했다.

노동자들은 휴관이 순천만잡월드 위탁운영사가 부실하게 운영됐다며 노동조합이 공익감사를 청구한 일에 대한 순천시의 보복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했다. 순천만잡월드지회가 순천시를 대상으로 2022년 12월 공익감사를 청구하자 감사원은 위탁사업비 운영사 과다지급, 민간위탁 노동자 근로조건 보호 불충분 등 위법·부당 사항을 확인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영훈 공공연대노동조합 위원장은 “순천시는 어떤 공사가 얼마나 필요한지 시민에 알려야 하고 노동자 고용 문제를 어떻게 할 건지 책임 있는 답변을 해야 했다”면서 “노동조합 활동으로 정당한 문제제기를 했는데 순천시가 휴관으로 법에 저촉되지 않는 방식으로 해고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엔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함께했다. 강성희 진보당 의원은 “개관한 지 2년밖에 안 된 순천만잡월드를 대량 실직 사태를 만들면서까지 10개월이나 휴관하며 시설 개·보수를 해야 하는 이유를 노관규 순천시장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노동자들이 공익감사를 청구했던 것에 대한 보복성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순천시는 순천만잡월드 휴관 결정을 철회하고 노동자 고용과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한편 순천시 신성장산업과는 “노조원들을 우리가 직고용한 것도 아니고 위탁사에 소속돼 있는 직원들이다보니 위탁사를 통해서 올라오면 검토해 보겠는데 배제를 하고 (직접) 간담회 요청을 하다 보니 응할 수 없다”며 “(휴관이 공익감사 청구에 대한 보복이라는 주장은) 잡월드 재방문율이 떨어져서 컨텐츠를 보강하려는 거다. 공익감사 청구가 도움이 됐으면 됐지 마이너스는 아니다. 그 쪽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