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 확충하겠단 민주당, 광주 공공병원 폐업은?”
“공공의료 확충하겠단 민주당, 광주 공공병원 폐업은?”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4.01.10 17:51
  • 수정 2024.01.10 1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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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립제2요양병원 폐업에 보건의료노조, 민주당 찾아
입장·실질적인 대책 이번 달 내로 마련할 것 요구
보건의료노조가 10일 오전 11시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진행한 '광주시립제2요양병원 폐업은 제2의 진주의료원 사태! 더불어민주당의 책임 있는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참가자들 ⓒ 보건의료노조 

광주시립제2요양병원이 지난달 31일 폐업한 것을 두고 보건의료노동자들이 더불어민주당에 “입장을 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이번 달 안에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최희선, 이하 보건의료노조)은 10일 오전 11시 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민주당도 광주시립제2요양병원 폐업 사태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광주시립제2요양병원은 2013년 개원한 광주시의 공공요양병원이다. 전남대병원이 광주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해 왔다.  

광주시는 광주시립제2요양병원의 폐업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적자를 들고 있다. 전남대병원은 광주시립제2요양병원의 누적 적자가 2018년부터 약 28억 원을 기록해 재계약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새로운 계약자도 나타나지 않아 폐업 수순을 밟게 됐다.

이에 광주시립제2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던 환자들은 지난달 1일 전원 퇴원 안내를 받았다. 광주시립제2요양병원에서 일하던 노동자 약 60명도 폐원과 함께 실직한 상태다. 광주시는 광주일자리종합센터를 통해 노동자들의 취업 알선을 돕겠다는 방침이다.

광주시는 지난달 4일 “시립병원 지원 근거 마련을 위해 조례 개정과 공공의료 장려금 지원 계획 수립 등과 함께 새 수탁자를 찾기 위해 두 차례 재공모를 실시했지만 신청한 법인이나 단체가 없었다”며 “운영 종료 상황을 막기 위해 노동조합과 두 차례 상생방안 협상을 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해 지난해 12월 31일 자로 폐업 신고와 함께 요양병원 운영을 종료했다”고 밝혔다.

노동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보건의료노조는 “전남대병원은 위·수탁 계약 종료 전 광주시와 노동조합과 면담에서 전남대병원이 연간 3억 원의 적자를 부담할 수 있고 위·수탁 기간을 조금 연장해서라도 대안을 논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며 “정상적이라면 광주시는 전남대병원의 의지를 존중하면서 광주시립제2요양병원의 계속 운영방안을 마련했어야 한다”고 반발했다.

이어 “설사 전남대병원이 적자를 이유로 위·수탁 계약 기간을 연장하지 못하겠다고 하더라도, 광주시는 직접 운영하거나 혹은 일시 휴업했다가 다시 위·수탁 공모로 계속 운영 방안을 찾았어야 한다”며 “공공병원을 폐업한 것은 되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이다. 광주시장의 무책임함 때문에 하루아침에 직원 60명의 생계가 끊겼고 광주시민은 마음 편히 찾아갈 공공요양병원 절반을 잃었다”고 강조했다.

김수형 보건의료노조 광주시립제2요양병원지부 지부장은 “환자 상태에 따라 반찬 다섯 가지가 각각 갈아서 나오고 매운 양념이 다르게 나오는 요양병원이었다. 민간병원에서 믹서기에 한 번에 갈아서 생선뼈와 껍질이 나오는, 야만적으로 꾸역꾸역 먹였던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돌봄이었다”며 “폐업을 결정한 강기정 광주시장과 행정 관리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주변에 광주시립제2요양병원의 케어를 받았던 분이 있다면 그 분들도 폐업을 원하는지 물어봐 달라”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가 10일 오전 11시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광주시립제2요양병원 폐업은 제2의 진주의료원 사태! 더불어민주당의 책임 있는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보건의료노조 

기자회견에서 보건의료노조는 광주시립제2요양병원 폐업에 민주당이 입장과 대책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 중의 하나가 바로 공공의료 확충이었다. 심지어 강기정 광주시장은 문재인 정부 당시 정무수석이었다”며 “최근 민주당은 공공·필수·지역의료 TF까지 꾸리면서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을 비롯해 공공의료 확충을 중요한 정책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충분히 박수받을 일이지만, 정작 공공병원을 폐업시킨 주범 강기정 시장에 대해서 한마디도 못 하는 정당이 어떻게 공공의료를 확충하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김영정 보건의료노조 광주전남지역본부 비상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그 많은 민주당 구의원, 시의원, 국회의원 어느 누구 하나 공공요양병원이 폐원됐는데 입장 하나 없다”며 “공공요양병원 폐업을 철회하고 공공의료를 더 확대하고 강화해서 광주부터라도 공공의료의 선진 모델을 만들어 가겠다고 하는 게 민주당의 가치와 정체성에도 맞지 않냐”고 물었다.

보건의료노조는 광주시립제2요양병원 폐업에 대한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조직적인 역량을 기울여 투쟁에 나서겠단 입장이다. 보건의료노조는 2013년 홍준표 당시 경남도지사가 진주의료원 폐업을 강행하자 투쟁상황실을 꾸리고 재개원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광주시립제2요양병원 폐업은 “진주의료원 강제 폐업 이후 첫 공공병원 강제 폐업 사례로 ‘제2의 진주의료원 사태’”라는 게 보건의료노조의 주장이다.

최희선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강기정 광주시장과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광주시립제2요양병원의 폐업을 철회하고 올바른 공공병원으로, 그리고 또 다른 감염병에 대응할 수 있도록 시립요양병원을 새롭게 다시 개원해 업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하길 촉구한다”며 “만약 그렇지 않게 된다면 11년 전 진주의료원 투쟁처럼 공공병원을 지키는 투쟁을 전 조직적으로 할 것이고 전 국민들과 함께 광주 시립요양병원을 지켜낼 것”이라고 발언했다.

한편 기자회견은 민주당 관계자에게 ‘광주시립제2요양병원 폐업 사태 해결 홍익표 원내대표 면담 요청서’를 전달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보건의료노조가 민주당 입장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 민주당 공보국 관계자는 “파악하기로는 아직 계획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