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66일 광주시립제1요양·정신병원, 교섭 일부 진전
파업 66일 광주시립제1요양·정신병원, 교섭 일부 진전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3.08.19 15:21
  • 수정 2023.08.19 1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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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청 중재로 18일 노사 교섭···노조활동 보장 등 일부 합의
호봉제 회복·단체협약 승계 쟁점, 22일 교섭 이어가기로
18일 오후 2시부터 보건의료노조와 광주시립제1요양·정신병원지부 조합원들이 집회를 열고 사측에 파업 장기화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병원 건물 앞 나무에 구호가 적힌 리본을 묶는 것으로 집회를 마무리했다. ⓒ 보건의료노조

파업 66일을 맞은 광주시립제1요양·정신병원 노사가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이 참여한 교섭에서 일부 진전을 이뤘다.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나순자, 이하 보건의료노조)은 18일 제1요양·정신병원지부와 사측인 빛고을의료재단이 오전 10시부터 8시간 동안 광주지방고용노동청에서 교섭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노동조합은 재단에 △점심시간에 피케팅을 했다는 이유로 직원을 해고하는 등 노동조합 탄압을 중단하고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 △일방적으로 강행한 연봉제를 호봉제로 원상회복 △단체협약 승계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교섭에서 재단은 노동조합 활동을 향후 보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호봉제 전환과 단체협약 승계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며 이날 교섭은 결렬됐다. 노사는 오는 22일 다시 만나 교섭을 이어간다.

재정난 해소 명분으로
호봉제→연봉제 전환이 불씨

광주시립제1요양·정신병원 노사의 갈등은 지난 2월 빛고을의료재단이 병원의 위수탁 경영을 맡으며 임금체계를 호봉제에서 연봉제로 개편하겠다 밝히며 시작됐다. 병원의 특성상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이를 조정해 재정난을 완화하겠다는 취지였다. 노동조합은 재단을 규탄하는 피케팅을 점심시간에 진행했는데, 병원은 피케팅을 이유로 노동자 6명을 해고하고 8명에게 징계를 내렸다.

노동조합은 지난 6월 15일 부당한 해고와 징계에 맞선 총파업에 나섰지만 재단은 다음 날 직장폐쇄를 단행하며 갈등은 심화됐다. 파업 농성장의 에어컨 가동과 온수 사용이 중단되기도 했다. 파업이 장기화되자 노동조합 간부와 조합원 8명은 지난달 25일 집단 단식에 돌입했고, 단식이 15일 동안 이어져도 만남의 자리가 만들어지지 않아 이에 항의하던 중 노동자들이 실신하는 일이 있기도 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재단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나쁘게 만드는 방법으로 적자 경영을 해소할 뿐더러, 환자들의 병원비 부담도 늘리려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앞선 14일 광주시장에게 파업 사태 해결을 위한 면담을 요청하면서 “빛고을의료재단이 수탁 업무를 시작하자마자 비급여 진료비를 올리고 노동자들의 임금을 일방적으로 삭감하는 등 사회취약계층인 환자와 노동자를 희생양 삼아 돈벌이 경영을 하겠단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사회적 공익재단의 책무를 내팽겨쳐 노사관계가 급속도로 악화됐다”며 “적자경영을 할 수 없다는 명분이 반공익적·반사회적 해법이라면 결코 용인돼서도 안 되고 용납해서도 안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중 광주시립제2요양병원도 지난달 7일 파업에 돌입했다. 지난달 31일로 전남대병원의 광주시립제2요양병원 위수탁 계약기간이 끝나 광주시는 새로운 위탁업체 공고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2014년 장성요양병원 화재사건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재단의 실질적 이사장이 운영했던 재단이 이름만 바꾼 곳”이 새 위탁업체로 오르내리는 점을 노동조합은 우려했고, 광주시가 병원을 직접 운영해야 한다는 요구를 내건 파업을 시작했다.

광주시립제1요양·정신병원 투쟁,
시민 생명·건강 지키는 정의로운 것

교섭이 진행되는 동안 보건의료노조와 광주시립제1요양·정신병원지부 조합원들은 오후 2시부터 광주시립제1요양·정신병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사측에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곽경선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그동안 파업과 단식투쟁에도 꿈쩍하지 않던 광주광역시와 빛고을의료재단이 드디어 교섭을 요청해서 우리 노동조합과 사측, 노동청이 교섭 중”이라며 “그동안 노사관계에 개입할 수 없다고 방관하던 광주광역시도 태도를 바꿔 공공의료체계 연구와 조례 제정을 통해 지원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했다”고 조합원들에 알렸다.

이종욱 민주노총 광주본부장은 “열심히 투쟁한 우리 조합원들이 은광석 빛고을의료재단 이사장을 교섭 테이블에 앉히고 광주시청을 움직이게 만들었다”며 “우리 조합원들의 투쟁은 노동조건과 단협 승계 요구로 시작됐지만 시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정의로운 투쟁”이라고 격려했다.

김승연 광주시립제2요양병원지부 지부장도 “광주시장이 바뀐다고 해서 공무원 임금과 복지가 바뀌지 않는 것처럼 기존에 약속된 단체협약을 지켜달라는 것인데 모범적인 관리자의 역할을 해야 하는 광주시청이 노동권을 보호하기는커녕 경영권을 방어하기에만 급급하다”며 “반드시 단체협약을 승계하고 노동조합을 지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