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립제1요양·정신병원 파업 풀었는데 일 못 하나?
광주시립제1요양·정신병원 파업 풀었는데 일 못 하나?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3.09.12 16:27
  • 수정 2023.09.12 1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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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립제1요양·정신병원 노동자들 7일째 전원 복귀 못 해
노조 “민주노조 파괴가 목표인가?”, 재단 “근무표 때문”
18일 오후 2시부터 보건의료노조와 광주시립제1요양·정신병원지부 조합원들이 집회를 열고 사측에 파업 장기화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병원 건물 앞 나무에 구호가 적힌 리본을 묶는 것으로 집회를 마무리했다. ⓒ 보건의료노조
지난달 18일 보건의료노조와 광주시립제1요양·정신병원지부 조합원들이 집회를 열고 사측에 파업 장기화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병원 건물 앞 나무에 구호가 적힌 리본을 묶는 것으로 집회를 마무리했다. ⓒ 보건의료노조

84일 동안의 파업을 마친 광주시립제1요양·정신병원 노동자들의 업무 복귀가 지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노동자들은 “민주노조 파괴”라는 입장인 반면 사측은 “근무표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나순자, 이하 보건의료노조)은 12일 보도자료를 내고 “광주시립제1요양·정신병원지부 조합원들이 조속한 진료 정상화를 위해 파업을 중단했지만 광주시로부터 병원을 수탁 운영하고 있는 빛고을의료재단이 조합원들의 업무 복귀를 가로막고 있어 진료 정상화가 지연되고 있다”고 알렸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빛고을의료재단은 “본인은 금번 쟁의행위를 확정적으로 철회해 성실한 근무 재개를 확약한다”는 내용의 확약서 서명을 요구해 조합원 대부분은 파업을 푼 뒤 일주일 동안 업무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광주시립제1요양·정신병원지부 조합원들은 앞선 6일 기자회견을 통해 현장에서 교섭을 이어나가겠다며 파업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노동자들이 파업하는 동안 빛고을의료재단은 노동자들에 해고자 복직과 단체교섭 재개, 노동조합 탄압 중단, 성과급제 도입 중단 등을 약속했다. 광주시도 광주시립병원의 공익적 적자 보전방안을 이달 말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보건의료노조는 “파업을 중단하고 업무에 복귀한 36명의 조합원 중 업무 복귀가 허용돼 근무하고 있는 조합원은 10명뿐이고 25명은 업무 복귀를 거부당하고 있으며, 1명은 해고된 상태”라며 “또 파업이 중단된 지 일주일째인데도 직장폐쇄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1명의 해고노동자는 지난 8월 말 계약 종료가 예정됐던 노동자인 것으로 파악된다.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기획실장은 “그간 관행적으로 정년이 지나도 촉탁직으로 고용을 승계했는데 관례를 깨고 계약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합원들을 구분해서 지금 당장 업무가 필요한 곳은 복귀를 시키고 있는데, 노조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의도로 보인다”며 “광주지방노동청에서조차 노조가 파업을 풀었기 때문에 업무를 안 시키면 휴업으로 처리된다고 지도·감독 하는데 복귀시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보건의료노조는 “조합원에 대한 업무 복귀 거부는 조속한 (병원 운영) 정상화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고, 시립병원의 공익적 운영에 역행하는 처사”라며 “광주시립병원의 조속한 정상화와 공익적 운영을 외면한 채 민주노조 파괴에 앞장서는 빛고을의료재단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반면 빛고을의료재단 측은 “병동은 그 달에 근무하는 표가 전달에 나온다. 스케줄이 나와야 하니까 시간을 달라고 공문을 두 번 보냈다”며 “내일 업무에 복귀하고, 목요일부터 정상적인 환자 케어를 시작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빛고을의료재단 관계자는 “(파업 기간에) 어쩔 수 없이 새로 뽑은 분들이 일을 했는데, (파업했던 조합원들이) 언제 업무에 복귀한다는 걸 기사를 통해 알게 된 상황에서 노조는 바로 왜 조합원들을 복귀시키지 않느냐고 한다”며 “환자 상태 인수인계도 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