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민자 정착 돕는 이주여성노동자, 여전히 차별당해”
“결혼이민자 정착 돕는 이주여성노동자, 여전히 차별당해”
  • 김온새봄 기자
  • 승인 2024.01.26 17:08
  • 수정 2024.01.26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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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모국어, 아동발달, 부모 코칭 전문성 갖췄지만
“12년 일하고도 급여·수당에 차별, 육아휴직도 쪼개 쓰는 처지”
[인터뷰] 성남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이중언어코치 뭉흐 온드라흐(온드라) 씨
지난 25일과 26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인 이주여성노동자 온드라 씨. ⓒ 참여와혁신 김온새봄 기자 osbkim@laborplus.co.kr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한국의 다문화 가구원은 2021년 기준 112만 명에 달한다. 정부는 이들이 언어·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고 원활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다문화가족지원센터 19개소와 가족센터(이전 명칭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212개소를 운영해 왔다.

결혼이주여성들은 이들 기관에서 도움을 받는 동시에 기관 운영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맡는다. 이들은 통번역사로서 결혼이민자들이 가정과 사회에서 겪는 소통의 어려움에 도움을 주거나, 이중언어코치로서 다문화 아동·청소년이 부모 양쪽의 언어와 문화를 자연스레 받아들이며 이중언어를 사용하는 인재로 성장하도록 지도한다.

그런데 성남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이하 센터)에서 이중언어코치로 일하는 뭉흐 온드라흐(한국 통명 온드라) 씨는 “센터에서는 결혼이민자들의 안전한 정착을 돕고 있지만 정작 그 일을 수행하는 이주여성노동자들이 차별받고 있다”고 말했다. 2004년 한국에 결혼이주한 온드라 씨는 12년째 이 일을 하고 있지만, 급여는 센터의 선주민(한국인) 1호봉 팀원보다 적다.

온드라 씨는 성남시청과 성남시의회에 이 문제의 개선을 촉구하기 위해 지난 25일과 26일 이틀간 오전 휴가를 내고 경기도 성남시청 앞에서 홀로 피켓을 들었다. 참여와혁신은 26일 오전 1인 시위를 하는 온드라 씨를 찾아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주여성노동자 온드라 씨가 들고 있는 피켓에 ‘임금차별-노동착취 제발 그만!’, ‘고유업무만 하는 근무환경, 팀원 호봉제 적용된 임금 보장해 주세요!’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 참여와혁신 김온새봄 기자 osbkim@laborplus.co.kr

- 어떤 계기로 1인 시위를 벌이게 됐나?

일터인 센터에서 임금 차별과 노동착취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센터의 선주민 직원들은 호봉제를 적용받지만 이주여성노동자인 통번역사와 이중언어코치는 경력이 아무리 오래 쌓여도 동일한 기본급을 받는다. 승진 기회도 없다. 나는 12년째 일하고 있지만 기본급은 207만 7,420원에 불과하다. 최저임금(주 40시간 근무 기준 월 206만 740원) 수준인 것이다. 초년차에는 차이가 크지 않더라도 퇴직금·각종 수당이 모두 기본급과 연동되니 오래 일할수록 격차가 커진다. 국민연금 납부액도 소득의 9%로 책정되니 노후까지 영향을 미친다.

- 임금 이외에도 차별을 느낀 부분이 있었나?

가장 대표적인 게 육아휴직이다. 2017년 셋째 아이를 출산했을 때 육아휴직을 사용하려 했다. 그런데 센터는 ‘대체 인력을 구할 수 없다’면서 산전후 휴가 90일만 사용하고 일터로 복귀하라고 했다. 임신 사실을 알렸을 때도, 예정일(9월 초) 전까지 1년치 업무를 모두 끝내고 가라는 말을 들었다. 결국 업무 도중 양수가 터져 급히 병원으로 향하며 휴대전화 메시지로 보고를 올린 기억이 난다.

할 수 없이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어린이집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친정 가족은 모두 모국인 몽골에 있어 달리 부탁할 곳도 없었다. 어린이집 입학 차례가 돌아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터라 센터에 사정사정해 2개월 남짓으로 쪼갠 육아휴직만 겨우 쓸 수 있었다.

- 인력을 구하기 어려웠던 이유는 무엇인가?

필요한 자격조건 수준이 높은 데 비해 처우가 열악하기 때문이다. 통번역사·이중언어코치는 결혼이주여성만 채용하는데 모두 TOPIK한국어능력시험 4급 이상을 취득해야 한다. 또 이중언어코치는 언어·문화뿐만 아니라 아동의 발달단계나 부모 코칭에 대해서도 충분히 알아야 하는 전문직이다. 한국에 2년 이상 거주해야만 이중언어코치로 일할 수 있으며 2021년까지는 대졸 이상 학력도 필요했다.

이뿐만 아니라 교육을 통해 꾸준히 역량을 강화해야 계속 일할 수 있다. 내가 이 일을 시작한 2012년 당시에는 채용이 확정된 뒤 2주간 숙소에 머무르며 교육을 받았다. 지금은 기준이 완화됐다지만 여전히 연간 30시간 이상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나는 업무 역량을 높이기 위해 2013년부터 대학원에 다니며 사회복지학 석사학위와 사회복지사 2급·건강가정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런데도 경력이 급여에 반영되지 않고 기본급도 최저임금 수준이니 당연히 선호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 이번 1인 시위 이전에는 어떻게 문제를 제기해 왔나?

노조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었다. 2021년 2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더 빨리 노조를 알지 못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 왔다. 작지만 변화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도보 행진을 하고 여성가족부와 청와대에 항의서한을 보냈다. 그 결과 임금인상률을 올리고 근속 수당을 새로 만들어 선주민 노동자와 임금 격차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었다. 원래는 받지 못했던 명절 수당도 받을 수 있게 됐다.

- 앞으로는 어떻게 활동할 계획인가?

오늘(26일) 오전 9시경 성남시의회 이군수·서은경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약 1시간 면담했다. 임금 차별과 열악한 처우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를 해결해 달라는 뜻을 전달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성남시청 여성가족과를 포함해 면담 일정을 잡기로 했다. 또 2월 중순에 여성가족부에 대한 항의 행동을 계획해 준비하고 있다. 아직 한국 사회의 이주여성들은 숱한 차별에 노출돼 있으니만큼 앞으로도 이주민 차별의 문제점을 꾸준히 알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