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차별해소, 기간제법 개정부터 논의돼야
근로자 차별해소, 기간제법 개정부터 논의돼야
  • 참여와혁신
  • 승인 2024.02.13 07:10
  • 수정 2024.02.13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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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인노무사회 연속기고②] 조선익 선경 공인노무사 사무소 대표 공인노무사

노동관계법 전문가인 공인노무사들이 다양한 사업장에서 상담·컨설팅·조정 업무를 하며 생각해 온 ‘바꿔야 할 노동관계법·제도’를 참여와혁신과 알리기로 했습니다. 총 12명이 오는 12월까지 매달 다른 주제를 각각 다룹니다. 기고는 참여와혁신 월간지와 온라인 홈페이지에 담길 예정입니다.

조선익 선경 공인노무사 사무소 대표 공인노무사 

공인노무사로 실무를 하면서 노동위원회의 차별시정제도와 관련한 사건을 수임한 경험이 많지 않은 이유를 생각해 봤다. 중앙노동위원회에서는 조정통계, 복수노조통계, 심판통계, 차별시정통계를 발표하고 있는데 2023년 기준 중앙노동위원회를 포함한 전국 14개의 지방노동위원회의 차별시정사건 접수건수는 223건이다. 중앙노동위원회를 제외한 전국지방노동위원회의 사건접수 평균은 12.7건이고 10건 미만의 차별시정 사건을 처리했던 지방노동위원회도 많다.

차별시정제도를 담고 있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은 2007년 7월 1일부터 시행됐는데, 2008년 차별시정사건 접수 건수가 1,966건인 해를 제외하면 다른 년도는 200건을 넘긴 적이 거의 없다. 노동위원회의 차별시정제도가 실효성이 있는지 검토하고 방향성을 변경해야 할 급박한 시기에 직면한 것이다.

그간 정부는 비정규직의 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법률 개정을 검토하기보다는 ‘기간제 근로자 고용안정 및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과 ‘사내하도급 근로자 고용안정 및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 최근에는 ‘기간제·단시간·파견 근로자 차별 예방 및 자율 개선 가이드 라인’을 발표했다. 과거 정부와 현재 정부의 비정규직 차별 문제를 해소할 방법론은 다소 차이가 있으나 동일한 목표는 공정한 보상 체계를 구축하는 것인데, 가이드라인의 실효성은 부정적인 평가를 받거나 이후 평가도 부정적인 예측이 많다.

법률적 제도, 정책적 제도, 노동시장의 문화가 결합해 사회 문제가 돼 버린 차별을 해결해야 하는데 더 많은 차별로 인한 양극화, 그에 따른 사회적 갈등으로 국가 발전을 저해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필자가 공인노무사로서 차별시정 사건 수임이 경험이 적은 것처럼 차별시정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노동위원회 등도 경험 미숙으로 차별 문제를 해소하는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기간제 근로자가 공정성을 이야기할 때는 계약종료 이후 계약 갱신, 재고용, 무기계약직 전환 등에서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을 떨쳐 내기 어렵기 때문에 기간제 근로자라는 신분으로 차별시정제도를 이용하기에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기간제 근로자가 아니면서 정규직도 아닌 ‘중규직’의 경우에도 공정한 보상 체계와 공정성 문제는 여전히 기간제 근로자가 마주한 차별과 같은 수준에 있다. 이와 관련된 언론의 보도 내용의 대부분은 중규직의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 수준, 기간제 근로자와 같은 수준이라는 내용이 다수이다. 기간제법이 차별시정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신분을 기간제 근로자로 특정한 것이 다른 차별을 만들어 내는 원이 되었고 또 다른 차별을 만들고 있다.

기간제법이 차별과 그 해소를 특정신분의 권리와 특정기간으로 한정하기보다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중규직이 고용안정a이 된 상태에서 기간제로 근무했던 기간과 현재 중규직으로 재직 중인 차별에 대해서도 차별시정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면 노동위원회의 차별시정제도로 보다 효과적으로 차별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한다.

몇 년 후 우리 사회에서 근로자의 차별 문제가 해결되고 있다는 결과와 차별 문제 해소가 노사 간 자율적인 문화로 법과 제도의 힘을 빌리지 않더라도 가능한 시대가 올 것으로 믿어본다. 그 과정에 참여하는 모든 기관과 사람들의 관심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