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노동자 노조 파괴’ 세브란스·용역업체에 손배소 제기돼
‘청소노동자 노조 파괴’ 세브란스·용역업체에 손배소 제기돼
  • 김온새봄 기자
  • 승인 2024.02.22 18:23
  • 수정 2024.02.22 1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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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권리 침해에 대한 책임 물을 것”
‘부당노동행위 않았다’는 사측 증언에도 모해위증 혐의 수사 촉구
22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마포경찰서 앞에서 열린 ‘세브란스병원이 파괴한 청소노동자의 삶 손해배상 청구 및 신속수사 촉구 기자회견’에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22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마포경찰서 앞에서 열린 ‘세브란스병원이 파괴한 청소노동자의 삶 손해배상 청구 및 신속수사 촉구 기자회견’에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지부장 이성균, 이하 서울지부)가 청소노동자 ‘노조 파괴’ 혐의로 1심 유죄를 선고받은 세브란스병원과 용역업체 등은 물론 연세대학교에도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서울지부는 22일 오전 서울시 마포구 마포경찰서 앞에서 ‘세브란스병원이 파괴한 청소노동자의 삶, 손해배상 청구 및 신속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울지부는 “지난 7년여간 이들이 저지른 노조 파괴와 탄압으로 인해 서울지부와 세브란스병원 청소노동자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기에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고자 한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취지를 알렸다.

앞서 세브란스병원 본관 청소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2016년 6월 서울지부 산하에 세브란스병원분회(분회장 변순애)를 결성했다. 총원 200명 남짓인 청소노동자들 가운데 136명이 노조에 가입했다. 이들은 원청인 세브란스병원과 하청인 태가비엠이 청소노동자들의 노조 탈퇴를 종용하고 조합원의 근무장소를 임의로 변경하는 등 불이익을 가했다며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서부지청에 여러 차례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신고했다.

이후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의 수사로 부당노동행위 혐의자들이 추가로 입건돼 2021년 3월 12일 기소됐고, 세브란스병원·태가비엠 관계자 8명과 태가비엠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으로 지난 14일 1심 유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지부는 이날 공개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공소장에서 “사건의 피고인인 해당 관계자들이 세브란스병원분회 설립을 저지하고 활동을 통제할 방안으로 ‘노·노 대응’을 유도하라는 지시를 주고받았다”고 주장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2021고단640 판결문에 따르면 이 관계자들은 노조 가입을 주도하던 노동자 2명에게 “세브란스병원분회에 가입한 노동자들을 탈퇴시킨 뒤 한국노총 노조(현 한국노총 공공·사회산업노조 세브란스병원관리지부)에 가입하게 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2016년 8월부터 2018년 7월까지 당시 세브란스병원관리지부 지부장과 공공·사회산업노조에 총 698만 8,000원을 지급했다.

판결문에는 이들이 세브란스병원분회 조합원에게 “노조에서 탈퇴한다면 수당 4만 원을 주겠지만 탈퇴하지 않으면 근무장소를 변경하겠다”고 협박했고, 세브란스병원분회 발대식이 열리는 시각에 직원 간담회를 개최해 노동자들의 발대식 참석을 저지했다는 내용도 명시돼 있다.

재판부는 이 같은 행위들이 노조법 제81조 제1항 제4호의 ‘노조 조직 또는 운영에 대한 지배·개입’으로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세브란스병원 전현직 관계자들에게 총 2,000만 원, 태가비엠 법인과 전현직 관계자들에게 총 3,200만 원의 벌금형이 선고됐다.

서울지부의 법률대리인인 박남선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이번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통해 세브란스병원 사무국과 태가비엠 관계자들이 공모해 저지른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민법 제760조상 ‘공동불법행위자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학교법인 연세대학교에도 “세브란스병원에서 노조 탄압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다하지 않았기에 민법 제756조에 따라 ‘사용자의 배상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또 서울지부는 2021년 세브란스병원 사무팀 관계자와 태가비엠 대표이사·직원 총 3명을 형법 제152조 제2항의 모해위증*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세브란스병원과 태가비엠은 당시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항의하는 서울지부 상근자들을 업무방해와 공동주거침입 등 혐의로 고소했다. 서울지부는 이때 이들 3명이 “상근자들이 유죄 판결을 받게 하기 위해 ‘부당노동행위를 지시하거나 공모한 사실이 없다’고 증언했다”며 이것이 모해위증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모해위증: 재판에서 한쪽이 불리한 판결을 받게 하기 위해 거짓으로 증언하는 행위

박남선 변호사는 모해위증 혐의에 대한 수사가 그간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일시 중단돼 있었다고 말했다. 박진국 서울지부 수석부지부장은 “재판부가 세브란스병원·태가비엠 관계자들의 노조 활동 탄압에 대해 유죄라고 판결했으니 (모해위증 혐의를) 신속하게 수사하라”고 마포경찰서에 촉구했다.

박승길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출범 당시 136명이었던 세브란스병원분회 조합원이 지금은 4명밖에 남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노조할 권리’는 모든 노동자가 누려야 할 권리인데 이 권리 행사를 막은 데 대해 (벌금형보다)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세브란스병원·태가비엠 사측 부당노동행위에 내려진 벌금형 판결에 대해선 현재 서울지부와 피고인 양측이 항소를 결정한 상태다. 서울지부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책임자들의 엄중 처벌과 태가비엠 퇴출, 세브란스병원분회의 교섭권 보장을 위해 계속해서 투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서울지부는 “유죄 판결 후 세브란스병원에 대화와 면담을 요청했으나 병원 측이 답변하지 않았다”며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이날 오후 서울시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앞에서 집회를 벌였다.

한편, 세브란스병원 측은 <참여와혁신>과 통화에서 이번 판결과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면 그에 대한 재판이 치러질 것이기 때문에 별도로 낼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22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마포경찰서 앞에서 열린 ‘세브란스병원이 파괴한 청소노동자의 삶 손해배상 청구 및 신속수사 촉구 기자회견’에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22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마포경찰서 앞에서 열린 ‘세브란스병원이 파괴한 청소노동자의 삶 손해배상 청구 및 신속수사 촉구 기자회견’에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