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노총 여성 사업 담당자들이 밝힌 속내는?
양대 노총 여성 사업 담당자들이 밝힌 속내는?
  • 임혜진 기자
  • 승인 2024.03.08 00:00
  • 수정 2024.03.07 2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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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에 교섭 위원 등 노조 활동 기회 더 부여하고
돌봄과 노조 양립할 수 있도록 여건 조성해야 

[리포트] 양대 노총 여성 사업 담당자들의 이야기

ⓒ 참여와혁신 DB
ⓒ 참여와혁신 DB

1908년 3월 8일 미국 여성노동자 1만 5,000여 명은 열악한 작업장에서 화재로 숨진 여성들을 기리며 여성에 선거권,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 등을 보장해야 한다고 외쳤다. UN은 유례없는 여성노동자들의 대규모 시위가 일어난 것을 기념하고 여성노동자의 권리 신장을 촉구하며 3월 8일을 국제 여성의 날로 지정했다. 

국내에서는 매년 3월 8일 여성노동자들의 외침을 기억하기 위한 집회 등 각종 행사가 곳곳에서 열린다. 양대 노총도 여성노동자대회를 통해 성평등한 노동 현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다. 노총에서 여성 사업을 담당하는 이들을 만나 사업을 진행하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등을 물었다.

지난 2월 21일 한국노총회관에서 정연실 한국노총 여성청년본부 본부장, 최미라 경기지역본부 상임부의장 겸 여성위원회 위원장, 장은미 교사노동조합연맹 성평등사업위원회 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눴고 김태희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부위원장 겸 여성위원회 위원장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2월 20일에는 민주노총 소회의실에서 권수정 민주노총 부위원장, 김수경 민주노총 총무국장(전 민주노총 여성국장), 박시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위원장 겸 성평등위원회 위원장, 김민정 전국금속노동조합 여성국장, 이지혜 민주일반연맹 총무차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왼쪽부터) 정연실 한국노총 여성청년본부 본부장, 최미라 경기지역본부 상임부의장 겸 여성위원회 위원장, 장은미 교사노동조합연맹 성평등사업위원회 위원장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왼쪽부터) 정연실 한국노총 여성청년본부 본부장, 최미라 경기지역본부 상임부의장 겸 여성위원회 위원장, 장은미 교사노동조합연맹 성평등사업위원회 위원장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주요 대표자 남성···이들의 의지가
여성 사업 지속성에 영향 미쳐”

여성 사업은 여성노동자들의 권익 향상을 위한 의제 발굴, 관련 법·제도화 요구 등의 활동을 포함하지만 여성 조합원만을 위한 사업은 아니다. 주로 의제로 다뤄지는 노동 현장의 성차별, 출산·육아 등에 따른 불이익 등의 문제는 비단 여성만이 겪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노조의 여성 사업은 대체로 여성들이 담당하고 있다. 여성 사업 담당자들은 남성 대표자를 둔 대부분의 노조에서는 대표자의 의지가 여성 사업의 지속성 또는 확장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최미라 상임부의장은 2016년부터 경기지역본부 여성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해왔다. 그는 여성위원회는 지역본부 산하 노조들의 여성 대표자들로 구성되는데 2016년 당시 여성 대표자(여성위원회 위원)는 6명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각 노조에서 여성 사업을 담당할 만한 대표자를 두거나 활동할 여건을 제공하지 않은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최미라 상임부의장은 “여성이 대표자인 조직은 본인이 (여성위원회 활동을 위해) 나서거나 다른 사람을 대표자로 보낸다. 하지만 남성이 대표자인 조직은 그런 경우가 많이 없었다. (대표자가) 안 도와주면 (여성위원회 활동이) 안 된다”며 “직접 전화를 돌리며 위원장들을 설득하고 사업장도 방문했다. 그래서 이제는 각 조직의 여성 대표자가 30여 명 됐고 전체 여성위원회 위원은 60여 명으로 늘었다”고 했다.

최미라 상임부의장은 여성위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각 조직의 사정을 교류하며 서로 알아가고 소통하는 자리가 마련된 것에 만족감을 느꼈다고 했다. 또 여성위원들이 교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뭔가 하나라도 얻어갈 수 있도록 법률교육, 워크숍 등 사업을 확장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업 수행을 위해 필요한 예산은 김연풍 경기지역본부 의장의 지원을 받아 수월하게 편성할 수 있었다고 했다. 

노조가 사업을 진행하려면 예산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여성 사업 관련 예산 역시 노조 대표자의 의지에 따라 그 규모가 달라져 왔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정연실 본부장은 2017년 무렵 여성 사업의 필요하지 않다는 이유로 여성위원회 활동이 잠시 중단됐고 최미라 상임부의장 등 일부 여성 대표자들의 항의로 여성위원회 활동이 재개됐다고 밝혔다. 최미라 상임부의장은 “노동계에 남성 중심의 조직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여성 할당이라는 게 사실 쉽지 않다”면서 “결국 대표자가 어떤 마인드로 (여성 사업에) 힘을 실어주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최미라 한국노총 경기지역본부 상임부의장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최미라 한국노총 경기지역본부 상임부의장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여성 조합원에 활동가로서 
더 많은 기회 부여돼야”

여성 조합원들에게 활동가로서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여성위원회를 포함해 전체 조직 차원에서 더 많이 부여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국노총 여성위원회는 매년 한국노총 산하 조직들의 여성 간부 현황, 여성 할당제 시행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조사 결과 지난해 기준 한국노총 회원 조합 26곳 중 9곳, 조사에 응답한 시도지역본부 11곳 중 6곳만 여성 할당제를 시행하고 있었다. 여성 할당제는 조직 내 여성 간부 비율을 최소 30% 이상 정하는 것을 뜻한다. 여성 할당제를 시행하지 않는 조직 가운데에는 여성 조합원 비율이 30%를 넘어도 여성 간부 비율이 여성 조합원 비율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정연실 본부장은 “ITUC(국제노동조합총연맹)에서는 여성 할당제 기준을 상향 조정하고 있다. 그런 시대적 변화에 따라가 줘야 한다”면서 “하지만 한국노총에서 왜 30% 여성 할당제를 지키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이야기를 할 때 ‘여성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기보다 여성 대표자가 없기 때문에 여성 할당제를 채울 수 없다는 인식을 가진 분들이 의외로 많다”고 했다.

이어 정연실 본부장은 “여성 대표성이라는 게 반드시 ‘위원장’이 여성이어야 한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지만 많은 분이 그런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이 같은 고정관념을 여성 할당제가 잘 안 지켜지는 이유로도 꼽았다. 그러면서 직급에 상관없이 여성이 조직 내 의사결정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는 부분이 더 커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2011년 근로시간면제제도가 도입되면서 여성 간부 수가 줄어든 점도 있다”며 “타임오프 한도 내에서의 여성 할당제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태희 금융노조 부위원장 겸 여성위원회 위원장은 전북은행지부 여성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지부의 운영위원들이 대부분 남성이었는데 운영위원의 성별 비율을 동등하게 할당하도록 바꾼 경험을 밝히며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다 보니 여성 조합원들의 노조 활동에 대한 관심도 더 많아졌던 것 같다”고 했다. 김태희 부위원장은 “아무래도 자신이 경험을 해봐야지 (활동의) 확장성도 생긴다”며 “여성들도 기회가 있으면 훨씬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단 기회 자체가 (여성에) 많이 주어져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최미라 상임부의장은 2011년 경기지역본부 차원에서 여성노동정책 발굴을 위한 해외 연수로 호주를 다녀온 이야기도 했다. 그는 “최소 3개 이상의 관계기관을 방문해 질의응답을 진행했다”며 “갔다 온 여성 조합원들이 (조합 활동에 대한) 의식 변화가 생기는 등 발전적인 결과가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노조 활동도 
일·가정 양립 뒷받침돼야”

다수의 여성이 가정 내 돌봄을 담당해 노조 활동에 적극 나서지 못하는 면이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결국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정책 등이 뒷받침돼야 여성들도 노조 활동에 더 나설 수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와 관련해, 장은미 위원장은 여성 조합원의 비율이 높은 교사노조연맹의 경우 대부분의 회의나 워크숍 등에 아이 동반이 가능하도록 정책을 펼쳐왔다고 했다. 

장은미 위원장은 “연맹 차원에서 진행하는 연수 프로그램에 아동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별도 운영된다. 아이돌보미로 대학생 등 자원봉사자를 채용해 돌봄을 운영하는데 이 비용은 가맹노조나 개인이 부담하지 않고 연맹에서 전액 지원한다”며 “지역노조 사무실에도 유아 놀이방 등이 다 있다. 아이를 옆에 두고 회의하는 게 익숙한 편이다. 조직 문화로 조금씩 자리잡혀 남녀 교사 대부분이 노조 활동에 있어 돌봄의 부담이 줄었다고들 한다”고 전했다.

장은미 위원장은 “부모가 ‘괜히 나 때문에 프로그램 늘고 예산 늘면 어떡하지’ 등의 눈치를 보게 되면 아이를 못 데리고 나온다”며 “아이를 데려오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들 수 있도록 조직 차원에서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남성 중심의 조직에서도 이 같은 정책은 가능할 것”이라며 “아빠의 노조 활동을 체험하는 등 아이가 재미있어하고 아빠에 대한 자긍심을 키워주는 프로그램을 하면 된다. 다만 그 시작은 예산 지원이 많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장은미 위원장과 김태희 부위원장은 각각 교사, 금융업 종사자들이 상대적으로 다른 업종에 비해 육아휴직 제도가 잘 마련돼 있는 편이지만 여전히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데 있어 눈치를 보는 문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가정 내 돌봄 책임이 자연스레 여성에 돌아가는 영향도 있다고 했다.

노조가 선도해서 관련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국가 차원에서 지원을 해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정연실 본부장은 “한 사람이 아닌 아이까지 두 사람이 움직이는 비용을 노조 사업비로 충당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노조가 추진하기에 부담스러운 게 있다”며 “이런 부분은 국가가 일부 지원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왼쪽부터) 권수정 민주노총 부위원장, 박시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위원장 겸 성평등위원회 위원장, 김민정 전국금속노동조합 여성국장, 김수경 민주노총 총무국장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왼쪽부터) 권수정 민주노총 부위원장, 박시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위원장 겸 성평등위원회 위원장, 김민정 전국금속노동조합 여성국장, 김수경 민주노총 총무국장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노조 내 여성 대표성 확대 
필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 

민주노총 소속 여성 사업 담당자들과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들이 나왔다. 우선 김수경 총무국장은 2000년대 초반 민주노총 여성위원회에서 여성 할당제를 제안하고 법제화하는 활동에 주력했고 현재까지 30% 여성 할당제 규정을 유지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제도가 만들어진 지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민주노총 내에서도 여성 할당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민주노총 여성 사업 관련 전·현직 담당자들은 밝혔다. 권수정 부위원장은 “지금은 민주노총 여성 조합원 비율이 40%를 넘는다. 하지만 할당제는 여전히 2003년에 만들어진 30% 기준에 머물러 있다”며 “내부적으로 여성 동지들과 할당제를 정비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여성 할당제가 만들어졌을 당시 그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 인식이 지금도 내부적으로 존재한다고 했다. 권수정 부위원장은 “(여성 할당제에 관해) 남성 동지들하고 이야기해봤는데 과거 쟁점과 거의 똑같았다. ‘할당제를 적용해도 여성 활동가가 없다’, ‘30%도 못 채우고 있는데 뭘 더 하라는 거냐’ 등의 이야기가 나온다”면서 “그런데 국제노총 등 조직을 보면 대체로 하나의 성이 50%를 넘지 않는다는 등으로 규정이 바뀌고 있다. 여전히 우리가 세상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노조 내 여성 대표성 확대가 필요한 이유로 김민정 여성국장은 성별에 따라 욕구가 다른 면이 있고 이를 바탕으로 여성 간부도 더 영입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데 그런 부분이 노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권수정 부위원장은 “교섭 의제에 성인지 감수성이 반영된 여성 관련 의제가 부족하다고 여성 간부나 조합원들은 자주 생각하지만 남성 간부나 조합원들은 상대적으로 그런 인지를 잘 못 하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김민정 여성국장은 “성인지 감수성이 있는 남성이 교섭에서 관련 의제를 다뤄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잘 안 된다. 여성이 대표자로 올라가 교섭 위원을 할 필요가 있다”며 “스페인 노총에서 여성 대표자가 없어 여성들의 요구가 교섭에 반영이 안 된다는 이유로 여성 활동가 역량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을 엄청나게 지원한 사례가 있다. 이런 관점을 우리도 가져와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권수정 민주노총 부위원장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권수정 민주노총 부위원장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여성 활동가로서 겪는 어려움에
승진 차별, 돌봄 책임 비중 큰 문제 등 있어”

실제로 여성 조합원들이 돌봄 부담으로 노조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단 이야기가 나왔다. 권수정 부위원장은 “노동조합 활동하는 여성도 일반적으로 사회생활 하는 대한민국의 여성들이 느끼는 혼자만 하는 육아에 대한 부담이 있다. 아이를 돌봐야 하는 여성 활동가가 ‘나는 노조 활동 열심히 할 거’라고 결의를 한다고 넘어설 수 있는 벽이 아니”라고 했다.

이어 권수정 부위원장은 “아이를 좀 키우고 다시 나올 때는 노조든 회사든 여러 가지가 바뀌어 있다. 그러면 당사자는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게 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혹은 그런 점이 이후 노조 활동을 어렵게 만들지 않기 위해 여성도 교섭 위원으로 성장시키고 노조 간부로 역할을 할 수 있게 노조의 지원이 필요한데 그런 게 부족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김수경 총무국장은 노조 활동하는 남성보다 여성들이 승진에 있어 불이익을 입는 일을 자주 목격했다고 밝혔다. 그는 “보건 쪽에서 지부장이나 위원장을 하면 수간호사가 안 되는 케이스들이 있었다”며 “남녀 동수 사업장 또는 여성 집중 사업장에서 여성이 노조 위원장 등 간부를 하면 승진이 배제되지만 남성들은 그에 비해 영향이 적은 것을 보고 여성 간부들이 ‘우리 다 승진 포기한 사람들’이라고 얘기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박시현 부위원장도 실제로 남성보다 여성 간부들의 승진이 느린 게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김수경 총무국장은 노조 간부로서 헌신을 요구하는 문화가 지금 시대와 안 맞고 조합원들이 간부 활동을 매력적으로 느끼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했다. 그는 “여성 단체 활동가들은 역할을 나누고 대표 등 역할을 순번제로 돌아가는 것처럼 이어간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우리(민주노총)는 위원장이나 지부장이 되는 순간 나의 일상과 모든 걸 던지고 조합원들과 노동 계급의 이해를 위해 막 싸워야 하는 사람들로 지금도 교육한다”며 “그런 걸 보면 누가 노조 간부를 하고 싶겠나. 그런 점도 문제인데 일단 그 기회조차 여성에게 안 주는 문제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여성 조합원 비율이 높은 노동조합과 그렇지 않은 노동조합에서의 여성 리더십 격차나 여성들의 노조 경험도 차이가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김수경 총무국장은 “학비(학교비정규직)나 교육공무직들 수련회 가면 수천 명이 와서 활동에 참여한다. 이들 중에도 아이를 키우는 분들이 많을 텐데 단식 등 투쟁을 위해 모인다”며 “이를 보고 여성이 집중된 노조와 남녀 혼성 노조 간 여성들의 경험 차이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여성 교섭 위원 등 늘려
여성·성평등 의제 계속 다뤄야”

여성들이 노조 간부로서 활동하기 어려운 대내외적인 요소들이 있지만 여성·성평등 의제가 각 사업장 교섭에서 다뤄지고 성평등한 노동환경으로 개선해 나가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여성이 교섭 위원 등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박시현 부위원장은 “확실히 스피커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있다”며 “임신·출산·육아 관련 사안을 포함해 성평등 의제 등 여성이 직접 교섭에 참여하지 못했다면 사측으로부터 얻어내지 못했을 제도 등이 있다는 걸 느껴본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산재 관련해서도 여성들이 일하면서 알게 되는 질병들이 있는데 산재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들이 있다”며 “이런 경우도 제도에 앞서 교섭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교섭 의제 폭이 넓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김수경 총무국장은 “교섭 위원으로 여성을 앉혀 놔도 육아휴직 등 여성 관련 의제만 얘기하도록 한정된 역할을 부여하고 제일 중요한 임금 등은 다른 교섭 위원들 몫인 경우가 있다”며 여성의 역할을 한정 짓는 문제도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난해 8월 민주노총은 여성 활동가 대회를 열고 여성 조합원들이 교섭 위원으로서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모의 교섭 등의 활동을 기획·진행했다. 김수경 총무국장은 “산별로 다른 주제를 갖고 모의 교섭을 진행하며 서로 자신의 경험을 나누는 시간이 1년에 딱 한 번 여성 활동가 대회에서 있다”며 “이러한 활동이 계속 이어지고 확장되도록 관련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박시현 부위원장은 “조합원들이 여성 활동가 대회를 다녀오면 되게 많이 달라지는 게 있다. 한 분은 지난해 참여하고 간부 결심을 하고 나오신 분도 계신다”며 “노조에서는 올해 사업 중 하나로 여성 활동가 대회에 최대한 많은 조합원을 참여시키려는 계획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