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3.8 여성 파업”
“가자, 3.8 여성 파업”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4.03.08 18:02
  • 수정 2024.03.08 1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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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보신각 앞에서 ‘3.8 여성파업 대회’ 개최
“한국서 여성 파업 벌어지는 역사적 순간···차별과 착취의 세상 바꿔내자”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린 ‘3.8 여성파업대회’에 참가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제창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린 ‘3.8 여성파업대회’에 참가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제창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오늘 아침에 밥하고 온 동지 계십니까?”
“없습니다!” “있습니다.”

‘노동 중단’을 선언한 여성 노동자들에게도 ‘여성 파업’은 아직 어색한 듯했다. 쟁의행위, 휴가, 조퇴, 결근 등 다양한 방법으로 노동을 중단한 여성, 그리고 남성과 성소수자 노동자들이 ‘3.8 여성파업 대회’가 열린 서울 중구 보신각 인근으로 모였다.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이번 파업을 조직한 ‘2024년 3.8여성파업조직위원회’는 “여성 파업을 통해 여성 노동자들의 낮은 사회적 지위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여성 노동과 파업의 사회적 가치를 드러내고자 한다”며 이번 파업의 취지를 설명했다.

대회 사회를 맡은 박순향 민주일반연맹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지부장은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여성 파업이 벌어지는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이 땅에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윤석열 정부의 개인적이고 여성 혐오적인 정책에 맞서 우리가 여성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선언문을 통해 “‘여성의 노동’은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어디에도 없는 것처럼 여겨진다”며 “가부장적 자본주의 사회에서 폭력과 가난 속에 죽거나 사라지는 여성들이 없도록, 우리의 노동이 지워지거나, 우리의 투쟁의 역사가 삭제되지 않도록 이 차별과 착취의 세상을 바꿔내자”고 결의했다. 아울러 이들은 차별 없는 노동을 위한 요구안으로 △성별 임금 격차 해소 △돌봄 공공성 강화 △고용안정과 비정규직 철폐 등 일하는 모두의 노동권 보장 △임신중지에 건강보험 적용과 유산유도제 도입 △최저임금 인상 등을 제시했다.

“차별받는 여성 노동자, 함께 투쟁하자”

돌봄·미화·콜센터·제조·교육 등 다양한 업종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은 사업장에서 경험한 차별을 고발했다.

김춘심 요양보호사는 성범죄와 노동착취, 고용불안 등에 시달리는 요양보호사의 현실을 밝히며 “돌봄 노동은 하찮다는, 여성 노동은 전문성이 없다는 의식”에서 차별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춘심 요양보호사는 “우리가 겪는 차별에 대해 말해야 한다”며 “저는 계속해서 돌봄 노동자의 차별받고 수모당하는 현실에 대해 글로 쓰고 세상에 발표할 것이다. 우리 여성들이 힘을 모아서 돌봄 노동이 하차하는 게 아니라고 우리의 노동을 정당하게 대우하라고 외친다면 조금씩 사회가 변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한 사업장 안에서 발생하는 성차별에 맞선 투쟁을 다짐하는 노동자도 있었다. 김진아 지회장은 “KEC에선 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여성들은 수십 년간 승진 차별, 임금 차별을 당하고 있다”며 “억울한 마음이 클수록 우리의 투쟁도 강하게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 차별이 없어지는 그날까지 우리 KEC지회 끊임없이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대학 건물에서 천장 빼고 다 쓸고 닦을 수 있다”고 말한 신희숙 전국여성노동조합 인천지부 부지부장은 간접고용 노동자로서 경험한 어려움을 밝혔다. 신희숙 부지부장은 “우리 사회에서 청소는 최저임금 일자리라는 편견이 깊이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며 “이를 해결하고자 단체협약을 열심히 만들어도 용역회사가 바뀌면 재정 분배 문제로 매번 싸우고 고용 불안에 시달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청소 노동자뿐만 아니라 여성들이 집중적으로 일하는 돌봄, 가사 서비스 등 수많은 직종들이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저임금 불안정 노동에 놓여 있다”며 “전국의 일터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모든 여성 노동자 여러분 차별 없는 일터를 위해 함께 뭉쳐 싸우자”고 했다.

임정득 민중가수가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린 ‘3.8 여성파업 대회’에서 ‘여성 총파업가’를 부르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일터의 모든 차별 맞선 연대 호소

여성, 나아가 일터에서 발생하는 모든 차별에 맞서 맞서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연수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트랜스인권팀 활동가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의 노동이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처럼 트랜스 여성은 끊임없이 여성의 범주에서 배제되고 탈락되며 존재를 부정당하고 있다”며 “여성 노동자뿐만 아니라 성별 이분법에서 배제되고 있는 트랜스젠더 노동자와 일터에서 쫓겨나고 있는 노동자들과도 우리는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 노동권 보장을 강조한 이수미 탈시설장애인당 후보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4년도 관련 예산 집행을 중단하면서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통해 일하던 장애인 노동자 4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말했다. 이수미 후보는 “2020년부터 시범 사업으로 선정된 후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통해 4년간 중증 발달장애인들이 1년 계약직이지만 노동을 통해 다들 이들과 관계를 맺으며 재밌고 보람 있게 일을 해왔다”며 “여성과 장애인을 차별하는 사회 구조를 바꾸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