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받는 임금은 ‘울며 겨자 먹기’식의 열정페이”
“내가 받는 임금은 ‘울며 겨자 먹기’식의 열정페이”
  • 임혜진 기자
  • 승인 2024.03.20 16:00
  • 수정 2024.03.20 1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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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진짜 최저임금 당사자들의 “할말 잇 수다”’ 증언대회
“웹툰작가, 방송작가 등도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 포함돼야”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에서 ‘최저임금 당사자 플랫폼·특수고용·프리랜서·5인미만·영세 자영업자 증언대회’가 열리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지난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에서‘진짜 최저임금 당사자들의 “할말 잇 수다”’ 증언대회가 열리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웹툰작가, 방송작가 등이 높은 노동강도에 비해 최저임금 수준 또는 그 이하의 보수를 받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에 따라 웹툰작가, 방송작가 등의 노동환경에 대한 노동부의 관리·감독이 필요하고 이들을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등 최소한의 생계 보장을 위한 제도적 보완이 요구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19일 ‘진짜 최저임금 당사자들의 “할말 잇 수다”’라는 제목의 증언대회에서 이 같은 목소리가 나왔다. 플랫폼노동희망찾기, ‘할말 잇 수다’ 기획단의 공동 주최로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 2층 울림터에서 열렸다. 주최 측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웹툰작가, 방송작가 등 프리랜서들이 어떤 노동환경에 처해 있는지,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등 ‘수다’를 ‘이어가는(잇)’ 장을 마련하고자 증언대회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증언대회에서 웹툰작가 A씨는 인터뷰 영상을 통해 웹툰 콘티 작업을 하면서 강도 높은 작업량을 소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콘티 작업이란 웹소설 등을 웹툰으로 만들기 위해 각색하는 작업을 말한다. A씨는 일주일에 6일 이상 일하면서 보수는 월 230만 원을 받는다고 밝히며 “일한 만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A씨는 콘티 작성 시간과 그 작성을 위해 연구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합치면 하루 업무 시간이 14시간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당장 이거 안 하면 뭐 먹고 살지라는 생각할 시간도 없다. 생계를 위해 일한다”면서 “다른 작가들한테 물어보면 다들 이렇게 살고 있어 이게 맞는 건가 싶은데, 다른 직업군과 비교하면 내가 남들보다 못한 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에서 ‘진짜 최저임금 당사자들의 “할말 잇 수다”’ 증언대회가 열리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지난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에서 ‘진짜 최저임금 당사자들의 “할말 잇 수다”’ 증언대회가 열리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증언대회 참석자들은 자신의 월급을 단어 몇 개로 표현했다. 웹툰작가 B씨는 “내가 받는 임금은 ‘울며 겨자 먹기’식의 열정페이”라며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수준의 보수를 받고 일한다고 밝혔다. 

B씨는 “최저시급이 안 되는 걸 아는데도 불구하고 웹툰을 계속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고 일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시간은 시간대로 쓰는데 돈은 안 벌리고 생활할 수가 없어 편의점 알바나 택배 알바를 찾게 됐다. 그러다 보니 건강도 안 좋아졌다”며 “다른 알바를 찾지 않아도 될 정도의 임금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하신아 웹툰작가노동조합 위원장은 “어느 정도 퀄리티 있는 작품을 만드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측정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조사하지 않고 있다”며 노동부가 웹툰작가의 평균 노동시간을 측정해 최저 보수를 산정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저 보수가 보장돼야 웹툰작가의 노동강도가 줄어들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방송작가 김서윤 씨는 “내가 받는 임금은 일할수록 가난을 부르는 돈”이라고 했다. 김서윤 씨는 최저임금 수준의 월 206만 740원을 고정급으로 받으면서 노동시간은 하루 12시간 이상인 적이 많았다고 밝혔다. 또 방송 출연자 섭외를 위해 교통비, 통신비 등 업무 수행을 위해 필요한 비용을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실상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보수를 받으며 일한다고 했다.

김서윤 씨는 투입한 노동시간에 비례하는 보수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아울 “과도한 업무 부담과 예측 불가한 근무 조건에도 업무를 계속해나가는 작가들이 많다”며 “건강한 근무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증언대회 주최 측은 웹툰작가, 방송작가 등의 처우를 개선하려면 이들을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논의가 올해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다뤄질 수 있도록 관련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