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수 전달하려 했을 뿐인데…또다시 대규모 연행
식수 전달하려 했을 뿐인데…또다시 대규모 연행
  • 박석모 기자
  • 승인 2009.07.17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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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출입문 봉쇄한 채 쌍용차 지원 나선 노동자들 강제연행
▲ 파업 중인 쌍용자동차지부 조합원들에게 식수와 물품을 전달하려던 금속노조 조합원들을 경찰이 강제로 연행하고 있다. ⓒ 박석모 기자 smpark@laborplus.co.kr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가 식수마저 끊긴 상태에서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금속노조의 결의대회에 경찰이 대규모 연행으로 화답했다.

금소노조는 16일 오후 평택시청 앞 광장에서 ‘임·단협 쟁취! 쌍용차 투쟁 승리! 금속노조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결의대회에는 금속노조의 지침에 따라 이날 하루 동안 파업에 참가한 3천여 명의 조합원이 참가했다.

결의대회는 GM대우자동차지부 등에서 모금한 투쟁기금을 쌍용차 가족대책위에 전달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투쟁기금을 전달받은 가족대책위 이정아 대표는 “아빠가 아이들과 함께 잘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며 “많이 지치고 힘들지만 여러분이 연대해 주신다면 이 싸움을 승리로 이끌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이어 금속노조 정갑득 위원장, 민주노총 배강욱 부위원장, 기아자동차지부 김종석 지부장 등이 단상에 올라, 파업 60여 일이 되도록 손 놓고 있는 정부를 비판하며 노정 직접교섭을 촉구했다.

결의대회 마지막에는 굴뚝에 올라 농성하고 있는 쌍용자동차지부 정비지회 김봉민 부지회장과 전화를 연결해 결의를 들었다. 김 부지회장은 “여기서 무너지면 이 땅의 노동자들이 설 곳이 없게 될 것”이라며 “처음 결의했던 대로 승리하지 않고서는 내 발로 걸어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결의대회를 마친 후, 조합원들은 버스에 나눠 타고 쌍용차지부 조합원들에게 식수와 물품을 전달하기 위해 쌍용자동차 공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경찰은 시청 주변에서부터 통제했다가 교통이 혼잡해지자 길을 열어줬다.

▲ 파업 중인 쌍용자동차지부 조합원들이 도장공장 옥상에서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연행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 박석모 기자 smpark@laborplus.co.kr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2천여 명의 경찰 병력과 회사 관계자들에 의해 출입구가 봉쇄된 상태로 일체의 접촉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산발적으로 대치하던 도중 경찰이 가족대책위 회원들을 연행하려 하면서 곳곳에서 충돌이 발생해 부상자들이 나오기도 했다.

정문 주변에 흩어져 있던 조합원들은 오후 6시30분이 돼서야 대열을 형성해 공장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대열이 형성되자 경찰은 몇 차례 경고방송 이후 연행을 시작했다. 경찰은 공장 입구에서부터 법원사거리까지 후퇴하는 대열을 뒤따르며 조합원들을 연행했다.

금속노조는 이날 대열의 선두에 있던 현대자동차지부 37명을 비롯해 모두 82명의 조합원들이 연행됐다고 밝혔다.

이날 연행과정을 지켜보던 한 시민은 “잘잘못을 떠나 어쨌든 사람은 살아야 되는 것 아니냐”며 “외부와 차단돼 만에 하나 극단적인 선택이라도 하게 되면 그 책임은 누가 지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또 다른 시민은 “처음 파업에 들어갔을 때는 노조 욕도 많이 했지만 이렇게 장기화 되면서 이들을 동정하게 됐다”면서 “어서 빨리 쌍용차가 정상화 돼야 평택 경제도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2달 가까이 파업이 계속되고 있지만 노사 당사자들에게만 해결을 맡겨둔 채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는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단지 공권력을 투입하겠다는 위협이 아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이 시급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