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를 미리 공유하여 기대치를 낮춰라
정보를 미리 공유하여 기대치를 낮춰라
  • 최영우 한국노동교육원 교수
  • 승인 2005.06.10 00:00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영우
한국노동교육원 교수
‘자동차부품을 제조하여 수출하고 있는 D업체는 2003년·2004년 연속 2년 동안 9%의 임금인상을 해주고 있었다. 그런데 올해에는 달러화의 약세와 지난해의 대규모 설비투자로 인해 회사의 경영사정이 많이 악화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노조는 최소한 예년수준 이상의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어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흔히 시간(time)과 힘(power) 그리고 정보(information)를 협상결과를 좌우하는 3가지 요소(Tip)라고 이야기한다. ‘협상’을 하나의 시장으로 본다면 그 중에서 ‘정보’는 상품의 시장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협상은 최종이익(ultimate gain)을 얻기 위해 ‘정보를 거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노사협상에서 필요한 정보는 협상의 준비단계에서부터 계획되고 수집되어야 한다. 협상시점에 임박하여 수집한 정보는 제한적이거나 사실보다 부풀려진 정보일 가능성이 많으며 따라서 이를 토대로 수립한 협상전략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보를 수집하는데 있어서 유의할 것은 정보의 양보다 질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상대방의 입장을 나타내는 표면적인 정보보다 입장 뒤에 숨겨져 있는 실제 관심사나 상대의 결과에 대한 기대치 그리고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등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정보가 중요하다. 정보가 지나치게 많으면 오히려 정확한 의사결정에 방해물로 작용한다.


그러면 실제 협상에서 정보는 어떻게 제공되고 다루어지는가. 비즈니스 협상에서 정보는 엄격히 관리되고 통제되어야 하는 대상을 넘어 필요에 따라 왜곡되고 거짓 정보를 흘려 상대의 판단을 흐리게 하거나 혼란에 빠뜨리게 하는 도구로 활용된다. 정보왜곡과 조작을 잘하는 사람일수록 유능한 협상가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노사협상에서는 정보를 그렇게 다루어서는 장기적 관계를 훼손하는 지름길이 된다.

 

오히려 정확한 정보를 사실대로 제공해 주는 것이 합리적인 기대치를 설정하게 하고 결정을 내리는데 도움을 준다. 협상상대가 현재 처한 환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여 비현실적인 협상목표를 세우고 있다면, 그럴수록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되기 전에 현실에 입각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우리의 노사협상에서는 그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대부분 실제 공식적인 협상테이블에 마주앉았을 때 경영여건의 변화(사측의 경우)를 설명하게 되는데, 이 경우 상대방은 그것을 사실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적게 주기 위한 하나의 협상전술로 치부해 버린다.


협상종결 후 이해관계자들이 협상결과에 만족하는지 아니면 불만족하는지는 협상결과만을 가지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며, 협상시작 전부터 가지고 있던 협상결과에 대한 ‘기대치’에 좌우된다. 즉, 협상결과의 만족여부는 처음에 기대했던 것과 실제 나타난 결과와의 차이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협상초기단계에서 상대방이 과장된 기대치를 가지고 협상에 임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가급적 빨리 관련정보를 공유하도록 해야 한다. 노사협상에서 부정확한 상황인식과 비현실적인 협상목표가 협상초기단계에서 조정되지 않은 관계로 협상이 더 이상 진전되지 않거나 난항을 거듭하는 경우를 흔히 보고 있지 않은가.


앞의 사례에서 회사는 공식적인 협상에 앞서 회사의 경영여건을 사실대로 충분히 알려주는 정보공유의 시간을 가졌어야 했다. 문제해결식 협상을 해 가려면 가능한 한 정보를 많이 교환하라. 서로가 충분히 정보를 교환했다면 그 다음에는 처음에 주장했던 각자의 ‘입장’을 벗겨내고 실제 원하는 바, 즉 ‘이해관계’를 파악하도록 하라. 그렇게 되면 원래의 기대치를 재조정하기가 훨씬 쉬워지고 그만큼 협상타결을 앞당길 수 있다.

 

노사협상은 나만 이기면 되는 것이 아니라 노사 둘 다 이겨야 하는 것이므로, 최초 기대치를 낮출 수 있다면 Win-Win의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