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 받아? 말아?
복수노조, 받아? 말아?
  • 정우성 기자
  • 승인 2009.09.03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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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내부, 복수노조 반대 의견 솔솔…장석춘 위원장 행보 예의 주시

올 하반기 최대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복수노조 허용,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문제를 둘러싼 목소리들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는 가운데, 복수노조가 노동계 내부의 쟁점이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복수노조 허용에 대해 한국노총 내부에서 총연맹의 지침과 달리 복수노조 자체를 반대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노총은 하반기 노동현안 중 가장 핵심적인 사안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복수노조‧전임자 문제에 있어 복수노조는 허용하되 교섭창구 단일화에는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또한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문제와 관련해 전임자 임금지급은 법으로 강제할 사항이 아니라 노사가 자율적으로 판단할 문제라고 줄곧 주장해왔다.  

▲ 장석춘 위원장의 지역순회 간담회에 참석한 경기지역 노조대표자들이 장 위원장의 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 한국노총


복수노조 허용 반대 입장 점차 늘어

전임자 문제와는 달리 복수노조 문제에서 한국노총 내부에서부터 이견이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노조 허용 반대를 주장하는 측은 복수노조 허용으로 다수의 노조가 결성돼 현장의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들의 주장 이면에는 그동안 복수노조 허용이 금지돼 현장을 안전하게 장악할 수 있었지만 복수노조가 허용될 경우 기존 노조의 지위를 잃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사실 이 문제의 경우 민주노총 내 일부 대기업노조들도 겉으로 드러내지는 못하지만 암묵적인 반대 의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을만큼 민감한 사안이다.

현재 복수노조 허용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그룹으로는 한국노총 소속 자동차노련, 전택노련, 항운노련 등 운수관련 노조들과 금속노련, 몇몇 지역본부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노총의 선택은?

이러한 움직임에도 한국노총 측은 복수노조 허용과 관련한 사항에 대해 입장이 변한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 강충호 홍보선전본부장은 “복수노조 허용과 교섭창구 단일화 반대가 현재 한국노총의 입장”이라며 “산별이나 지역본부에서 이견을 제출한 것에 대해 중앙에서 말도 꺼내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이 경기지역 순회간담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 한국노총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도 장석춘 위원장의 행보가 복수노조 문제에 대한 한국노총의 입장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지난 2일, 한국노총 경기지역본부에서 개최된 장석춘 위원장 지방순회간담회 자리에서 장 위원장은 간담회에 앞서 기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비공개를 요청했다. 순회 간담회가 비공개로 진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간담회 참석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이 자리에서 장 위원장은 복수노조 허용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한국노총의 ‘복수노조는 허용’이라는 입장이 바뀔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또한 지난달 27일 한국노총 서울지역본부 강당에서 열린 서울지역 순회 간담회 자리에서 장 위원장은 “한국노총이 주장하는 것과 조금 다른 이야기가 산별과 지역에서 나온다고 무슨 문제가 되겠냐”며 “각자의 입장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현재 한국노총이 주장하고 있는 복수노조 허용에 대해 지역이나 산별에서 반발하면 한국노총도 조합원의 의견을 수렴하는 차원에서 이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와 더불어 재계에서도 복수노조 문제에 대한 미묘한 입장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는 징후들이 곳곳에서 관측된다. 단순히 어느 기업은 찬성, 어느 기업은 반대라는 식으로 구분짓기 힘들어졌다는 얘기들도 흘러나온다. 

현재 복수노조‧전임자 문제는 공익위원안만 제출된 상태고 오는 10월 중순 경 정부 안이 제출될 것이란 예상이다. 이 과정에서 실제 노동계를 대표해 대화의 키를 쥐고 있는 한국노총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