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통합·단결에 앞장서겠다”
“금속노조 통합·단결에 앞장서겠다”
  • 권석정 기자
  • 승인 2009.09.0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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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별노조, 단일조직으로서 조직원리 구현돼야…토론 통해 조합원 설득하겠다
[인터뷰] 금속노조 6기 임원선거 기호 2번 김창한 후보

지난 2일 금속노조 6기 임원 선거에 입후보한 후보자들의 정견을 묻는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에 앞서 각 후보별로 1시간씩의 기자 좌담회 시간이 주어졌다. 이날 기자 좌담회는 각 후보들의 모두발언에 이어 참석한 언론사 기자들이 묻는 질문에 후보들이 답변하는 형태로 이어졌다. 좌담회에서 오고간 내용을 정리한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 김창한 후보 모두발언

“그동안 노동자를 둘러싼 삶은 언제나 자본의 탄압 속에 놓여 있었고, 지금의 상황은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에 더욱 고통 속에 살고 있다. 이 가운데 우리 현장에서는 간부들이 금속노조를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저들의 탄압 내용은 단순히 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강화해서 이윤을 늘리겠다는 것이 아니라, 민주노조를 철저히 짓밟아서 다시는 자본에게 덤비지 못하게 하는 구조를 고착화시키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금속노조가 정치세력화와 함께 산별노조 운동으로서 노동자의 희망을 만들겠다고 출발한 것이 2001년 2월 8일이었다. 그 이후 약 4만 명에 이르기까지 우리 현장에 있는 간부와 조합원들이 입에 단내가 날 정도로 정말 피나는 노력을 했다.

당시 조직은 작았지만 간부 및 조합원들은 작고 강한 조직이라 생각했고 또한 조합원들은 금속노조 조합원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당시 열심히 달렸던 것은 4만 조직으로서 산별을 하기 어렵다는 점을 담고 있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4만이 나머지 결합하지 않은 11만에게 희망을 주는 산별노조운동을 열어가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2006년 이후 현대, 기아, GM대우 등이 결합하면서 15만 조직이 됐다. 정말 그동안의 힘겨움에도 불구하고 희망과 기대에 부푼 과정이었다.

하지만 지금 보면 금속노조는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산별로서 조직적 과제를 원만히 푸는 것은 둘째 치고 일단 조직운영 자체가 어려움에 처해있다. 금속노조 3, 4기 위원장을 역임했던 그런 책임감을 가지고 여러 가지 고민과 주위의 많은 제안들 속에서 이번 금속노조 6기 임원 선거에 출마하게 됐다. 워낙 급하게 후보가 결정되다보니 위원장 후보로서 많은 정책적 내용을 담지는 못하지만 그동안 산별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노력한 과정이 있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기업별노조론 조합원 삶 못 지킨다

- 이전 5기 집행부에 대한 평가한다면?

“금속노조에 대한 평가를 중심으로 하는 것보다도 금속노조가 처한 주객관적인 상황을 파악하는 것에서 6기 지도부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를 잡아야 한다. 단순히 5기 집행부가 오류를 범했다고 해서 5기만의 책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4만에서 15만으로 조직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그동안 4만이 쌓아왔던 산별에 대한 경험과 사업장 내 노사관계, 4만이 처한 현실 등과 대공장 노동자들이 경험했던 노동운동의 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4만과 15만이 완전히 하나 되는 과정이 그리 쉽게 이루어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우려한 것보다도 그 차이가 컸고, 그 차이를 좁히는데 있어서 많은 지도력과 지도부의 힘을 모으고 현장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어서 이런 상태가 왔다고 생각한다. 조직의 상태가 어려워지면서 결국 현장의 단위 조직과 조합원들이 어려운 상황에 빠졌다.”

- 4만 명 시절에 위원장을 역임했는데 현재 완성차를 제외한 조합원들이 이제 와서 차라리 그 시절이 나았다고 얘기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당시는 전체 금속노조가 작았지만 산별 단일 조직으로서 운영원리가 구현됐었다. 4만 시절에는 조직적 운영원리를 구현하기 위해서 조직방침이 결정되면 현장의 간부, 활동가 및 조합원들은 조직방침을 사수하기 위해서 정말 필사적인 노력을 했다. 그래서 성과를 내든 못 내든 우리가 싸우고 갈 길을 갔다는 자부심이 있었고, 또한 성과도 많이 냈다.

예를 들어서 중앙교섭의 경우 사용자단체를 국내 최초로 강제했다. 그리고 중앙교섭에서 비정규직·최저임금문제 해외공장에 대한 문제 등에서 노사간 합의를 이끄는 등의 성과를 이뤄냈다. 특히 2003년도 중앙교섭에서 주5일제를 합의하면서 산별에 대한 자부심을 느꼈다. 지금은 조직이 커지면서 더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기대감은 있지만 조직 운영부터 어려움을 겪으면서 과거가 나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 완성차조합원들을 중심으로 다시 기업별노조로 돌아가자는 이런 말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문제점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우리 민주노조운동이 세상의 변화에 따라 노동조합 조직형태와 조직의 내용을 변화시켜왔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노동자에 대한 착취 내용이 노동강도 강화 및 배치전환, 자동화 등 노동과정에 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은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으로 얘기되는 노동시장 유연화로 나타난다.

이런 상황 속에서 기업단위 노조가 조합원의 삶을 지켜내고 민주노조운동의 역할을 다할 수 있겠는가?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한다. 기대했던 금속노조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니 다소 실망스럽겠지만, 기업별노조로 회귀하자는 것은 산별 무용론이 아니라 우리에게 절실한 산별노조가 제대로 가야 한다는 마음이 거친 표현으로 나타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양보와 희생으로 서로간 차이 극복해야

- 금속노조 내 완성차조합원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완성차 출신이 아닌 위원장의 지도력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

“물론 완성차사업장에서 직접 일한 적이 없기 때문에 완벽히 꿰뚫지는 못한다. 하지만 산별노조의 정신은 서로간의 양보와 희생정신에 근간을 두고 있는 것이다. 순간적으로는 양보하는 것 같지만 그 순간을 넘기면 모두가 잘 살 수 있다. 대공장과 중소사업장들의 차이가 있다. 그런 힘을 모아서 재정과 조직을 집중해서 같이 나가자는 것이 산별노조의 정신이다.

이번에 출마하면서 완성차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금속노조 위원장이 될 수 있냐는 제기를 많이 받았다. 그런 한계를 극복 못하면 희망이 없다. 조합원을 믿느냐의 안 믿느냐의 문제다. 우리 사업장 조합원이 아니라서, 우리 조직의 지도자가 아니기 때문에 ‘내 것을 챙겨줄 수 없는 위원장’이라는 마음으로 출발한다면 우리 노동운동은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다.

과거 3기 위원장에 출마할 때 굉장히 가슴이 설렜다. 5,400명 정도의 사업장을 이끈 경험 밖에 없었기 때문에 과연 전국단위 조직인 금속노조를 이끌 수 있을까 걱정했다. 그러나 민주노조운동은 항상 어려운 가시밭길이 닥치지만, 내가 헌신하고 최선을 다하면 조직이 힘을 얻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조직운영의 원리였다. 그런 자신감으로 열심히 하다 보니 성과도 내왔다. 그래서 4기 위원장까지 계속 할 수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과거 3기 위원장 때보다 조직이 확대됐고 어렵기 때문에 그만큼의 설렘이 있다. 부족함이 많지만 위기 극복을 위해 나부터 출발해서 혼신의 노력을 다하면 우리 내부의 차이를 극복하고 하나 된 조직운영원리를 구현하고 자본과 권력과의 관계 속에서 대등함을 넘어 노동자에게 희망이 되고 전체 운동에 기여하는 조직운영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출발하겠다.”

- 박유기 후보에 비해 김창한 후보가 가지는 장점이라면?

“일단 작지만 강했던 산별노조 운영을 해왔다는 경험이 있다. 사업장과 금속노조를 이끌면서 많은 성과를 내왔다고 생각한다. 사업장에서 완성차보다 빠르게 주5일제를 쟁취했고 그 성과를 금속노조 중앙교섭에 올려 중앙교섭에서 주5일제 쟁취했다. 그 효과가 완성차는 물론 삼성까지 확산돼 주5일제를 실시할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보니 법제화까지 가는 성과가 있었다.

또 한진중공업 투쟁에서 집행위원장과 교섭대표를 하면서, 물론 혼자 한 것은 아니지만, 성과를 올렸다. 금속노조는 다른 단위보다 정파적 대립각이 서있는 조직이다. 4만 조직할 때 그런 조직을 통합·단결시키는 데 있어서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는 자부심이 있다.

조직의 지도자가 되려면 성원을 움직여내야 한다. 자본·권력과의 싸움의 시작은 자신을 객관화시켜서 자신이 뭘 할 수 있는지 고민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내가 조직에 무슨 기여를 할 것인가? 스스로 100% 완벽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금속노조 위원장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기업지부 해소, 토론 통해 설득해야

- 기업지부 해소와 관련해서 금속노조 내부적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기업지부 해소를 놓고 현재 대규모 공장과 소규모 공장의 입장 차이, 판매 정비 조합원들의 입장 등이 차이를 보이는데, 이런 문제를 차기 집행부가 어떻게 조율할지 구체적인 방안을 가지고 계신가?

“굉장히 어려운 주제다. 지금 확답을 하기는 힘들다. 이번 선거에 내건 캐치프레이즈가 15만 현장의 힘으로 새롭게 세우자는 것이다. 금속노조에 산적한 과제는 굉장히 많다. 절박한 과제도 많고 중장기적 과제도 많은데, 이것을 해결하는 것은 결국 우리가 기본 단계를 만드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러지 못하고 무엇을 해결할 수 있다고 얘기할 수 있겠는가?

결국 지역지부 재편의 문제는 대공장 노동자들로 하여금 산별적인 문제, 공장 울타리를 넘는 문제를 어떻게 좀 더 고민할 수 있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런데 지역지부 재편에 대해 엉뚱한 방향으로 추진되는 것도 있다. 산별조직으로서의 단위조직을 움직여야 하는데 현재 그것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단위조직의 힘을 약화시키려 하는 것은 절대로 안 된다고 본다.

한국적 노사관계에서 전체 힘을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본과의 관계에서 대응하는 힘을 어떻게 만드는가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판매 정비 조합원이 갖는 고민은 굉장히 현실적이고 이해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그것에 대해 조직에서 무조건 원칙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또 현장을 강제하는 것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금속노조의 발전정도를 감안해서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조직운영체계를 계속해서 발전시켜나가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지역재편문제가 단순히 2~3년 된 문제가 아니고 오래된 문제다. 지금 보면 해결이 전혀 안 돼 있다. 이미 결정된 방향이 있는데 그 근간을 흔들어야 한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다만, 무조건 토론과 논의 없이 조직을 강제하는 것은 절대 안 된다는 사실을 지금 확인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본다.

억지로 강제해서 갈 문제가 아니고 좀 더 서로간의 소통과 고민을 털어놓고 금속노조의 힘을 강화시키기 위해 서로의 양보 등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한 접근이 아닌가 생각한다.

다만 한 가지, 어떤 형태든 기업지부로 있으면 그들의 고민이 기업 내에 머무르는 지점이 있다. 기업지부가 유지돼야 한다, 유보돼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그들의 의식을 깨줄 사업을 많이 벌이는 것이 중요하다.”

- 토론과 설득을 강조하시는데 그렇다면 기업지부 해소 시점이 늦어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인가?

“현실적으로 그렇다. 늦어진다는 인정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지금 조건에서 보면 5기 내에서는 해결 못하는 상황 아닌가? 규약 상으로는 5기 내에 해결하는 것으로 돼있다. 그래서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쌍용차에서 국가 실체 봤다

- 현실적인 노동운동을 강조하시는데 그런 관점에서 지난 쌍용자동차 투쟁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쌍용차투쟁을 단순히 노사관계로만 규정할 수는 없다. 그 투쟁을 통해서 자본의 본질이 무엇이고 국가조직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간부 및 활동가, 조합원들이 생각을 재고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섭에 여러 번 임해봤지만, 교섭에서 노조가 인사·경영권 얘기하면 자신들의 절대적 권력이라고 한다. 노조는 인정하지 않으려 하면서 경제위기가 닥칠 때마다 그 고통을 계속 전가시켜왔다. 그 논리로 보면 경영권 절반을 내놔라 하고 주장하는 것이 맞다. 경영에 대해서도 함께 공유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했는데, 이제 다른 조합원들도 이번 일을 계기로 그런 생각을 갖게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또한, 국가권력의 모습을 봤다. 전경들을 시켜서 아버지, 형님 같은 노동자들을 방패로 때리는 것을 봤는데 알고 보면 전경들은 미래의 노동자 아니냐. 자기들의 미래를 때린 것이다.

노동조합이 쌍용차 매각을 하면 안 된다고 했지만 국가는 매각을 했다. 그리고 노사가 합의했던 1조 2,000억에 이르는 투자약속을 위반했고 기술을 다 빼갔다. 검찰에서 수사까지 했다. 그런데 검찰은 수사결과를 발표도 하지 않고 처리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국민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 국가권력은 자본을 보호하고,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도 모자라 오히려 생존권을 탄압하는 국가권력을 봤다. 국가권력을 재조명한 과정이 됐다. 민주노조운동이 어디까지 지향하고 가야하는지를 새롭게 깨우치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

다만, 이 과정 속에서 우리 금속노조가 했어야 할 역할을 다했냐고 물으면 반성할 부분이 있다. 좀 더 조직적 결의를 모으고 이 투쟁을 강화하고 함께하기 위해서 더 치열한 싸움을 전개했어야 했다. 특히 단순히 평택 내 사업장의 싸움이 아니라 굉장히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구현된 싸움이었는데 서울 등지에서의 쟁점화가 필요했다. 그리고 공권력이 노동자를 짓밟는 과정에서도 금속노조가 더욱 결의했어야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결국 그 정리해고라는 단어가 노동자를 죽이는 것을 봤다. 법, 검찰, 국가 등 모든 것은 사람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데 단순히 지금 모든 것을 다 바로 잡을 수 없지만 제자리 찾는 출발은 현장의 간부 및 조합원들의 깨우침으로부터 출발한다. 간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 현 정세를 두고 반MB전선으로 결집해야 한다는 쪽이 있고 그것은 문제가 있다는 쪽도 있는데 어떻게 보시는지? 민주세력이 반MB세력으로 가야한다는 측면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지나치게 두루뭉술하게 가는 것 아니냐? 계급적 색깔을 강화해야 한다는 측면이 있는데?

“운동노선에 대한 차이가 있을 수는 있는데 그 대상을 이기기 위해 힘을 모아서 싸우는 것이 당연한 운동노선이라고 생각한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중앙교섭 성사 위해 내부부터 다져야

- 지난 번 중앙교섭이 제대로 완성이 안 됐는데 당선이 되신다면 중앙교섭에 대한 해법이 있는가?

“중앙교섭이 도저히 돌파가 안 된다는 말들을 한다. 좀 유보하든지 다른 방법으로 교섭하자는 얘기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중앙교섭은 15만 금속노조가 단결하는 큰 마당이다. 이것을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

다만 15만 중 일부 정도만 참여하는 중앙교섭을 계속 해야 하나? 이것은 무의미하다. 그렇기 때문에 중앙교섭의 틀을 안착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그 틀을 안착시키는 것에 있어서 대공장 사용자들이 안 나오는 이유가 뭐냐? 어떻게 자기 사업장 하청업체 사장하고 같이 테이블에 앉아서 교섭을 할 수 있느냐는 것 아닌가?

자신들의 체면 때문에 노사에 대한 입장과 태도가 달라진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분명히 돌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중앙교섭에 안 나오는 이유를 사업장교섭부터 지부교섭, 중앙교섭 등 교섭이 너무 많고 교섭비용이 많이 든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재 금속노조가 지향하는 바대로 가면 교섭비용은 줄어든다. 앞으로 각 사업장의 단협 등을 통일해서 교섭비용을 줄여나갈 것이다.

그리고 사업장마다 교섭을 다 하면서 들어가는 시간·인력·비용 등은 중앙교섭으로 발전시키게 되면 교섭위원 수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사회적 교섭비용을 줄일 수 있다. 중앙교섭과 사업장에서의 노사연대를 통해 교섭비용을 충분히 줄일 수 있는데 사용주가 협조를 안 하면서 교섭비용이 많이 든다고 하는 것이다.

국내 최초로 교섭권을 가진 사용자단체가 노동부로부터 인가돼 있고, 설립필증이 교부돼 있다. 중앙교섭에 안 들어올 명분이 없다. 당연히 들어와야 한다고 본다.

우리들이 중앙교섭을 해야 하는 이유는 사업장교섭만 하면 실질적으로 산별노조가 해결할 수 있는 과제를 못 가져간다. 조합원들이 왜 산별을 왜 택했냐 하면 내 삶의 고용, 생계의 문제가 사업장 노사에 달린 것이 아니라 더 큰 사회적 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 문제를 해결할 장이 없다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출발은 우리가 단결해야 한다. 대공장 간부들과 소통하고 결의를 만들어내야 한다. 또한 대공장 조합원들이 중앙교섭의 필요성에 대한 의식전환을 할 수 있도록 사업을 벌여야 한다. 사용자에게 무조건 나오라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내부의 주체적인 조건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 중앙교섭을 중심으로 두고 업종별 교섭도 가능하다는 입장이신 건가?

“그렇다. 중앙교섭 틀을 계속 만들어 가고 있다. 2001년 금속노조가 출범하고 나서 처음부터 지부교섭에 들어간 것이 아니었다. 당시 100여 개 사업장이 있었는데, 금속노조로 전환한 조직의 이름과 사업장 조직의 동력으로 지부집단교섭에 나오도록 사용자에게 약속을 받아내면서 2002년에 지부집단 교섭이 성사됐다.

지금도 대공장 사업장의 힘과 금속노조 전체의 힘으로 중앙교섭 틀을 안착시켜내는 것이다. 중앙교섭에서 다 담아내기 힘들다. 중앙교섭을 돌파하려고 하면 올해처럼 여러 욕심을 부려서 많은 과제를 가져가는 것은 안 맞다. 필요하다고 다 가져가는 것은 안 맞다.

정말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 우리 조합원들을 단결시킬 수 있는 핵심관심사 하나, 사회적 관심사인 금속노조 15만 교섭이 사회적 문제에 대해 명분을 주는 요구 하나, 이런 식으로 해서 중앙교섭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당장에 중앙교섭에서 조합원 삶이 달린 산업적 정책에 대한 문제를 담아낼 수 없다. 그것을 해결하는 교섭 틀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다고 중앙교섭 폐기하고 업종교섭으로 간다는 것은 옳지 않다. 업종 단위의 노조가 개입하려면 그 방법은 우선, 조선·자동차·전기전자·철강 단위의 노조에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 술 한 잔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서로 어우러지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서로 가까워지면 ‘우리 모였으니 해결해보자’ 하는 요구안이 만들어지고 그것이 교섭으로 이루어진다. 그 대상이 자동차공업협회가 될 수 있고 자동차부품협동조합이 될 수 있다. 이런 단위를 대상으로 교섭을 벌일 수 있다. 그것이 매년 이루어지지 않는다 해도 우리 힘이 모아지고 의제가 설정되면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산업정책에 있어서 업종교섭은 봉쇄돼야 한다는 생각은 절대 하지 않는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차이를 포용해 통합·단결시키겠다

- 최대 산별노조 위원장이 갖춰야 할 최고의 덕목은?

“자기 삶을 걸고 민주노조운동을 한다는 신념에서 출발해야 한다. 금속노조는 여러 의견그룹이 있다. 결국 통합·단결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또 각 지부나 사업장이 처한 조건이 다 다른데 그들을 품을 수 있는 힘이 없으면 원칙만으로는 조직의 힘을 모으기 힘들다.

현장 가서 교육을 할 때도 그런 얘기를 마지막으로 하는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 자기를 이기지 못하면 동지를 설득시킬 수도 없고 자본과 권력에도 이길 수 없다. 그것을 작지만 소중하게 여긴다.”

- 박유기 후보가 현재 징계를 받은 상태에서 재심을 신청했다. 어쨌든 결과가 나올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출마가 올바르냐 하는 비판이 제기가 되는데 후보 자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매우 민감한 문제다. 말을 하기 조심스럽다. 내 기준에서는 허용할 수 없다.하지만 상대방 후보에 대해 뭐라고 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 통합지도부 논의에서 위원장 후보의 이름이 마지막으로 나왔다. 통합지도부가 안된 이유는?

“현장조직 활동을 하고 있는데 내가 하는 곳이 전국 어느 정파에도 가입돼 있지 않다. 가입된 것이 문제라는 것이 아니라 어느 조직에도 가입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통합에 관심은 있었지만 세세한 사항은 잘 모른다. 그리고 이러저러하게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개인적 제의를 받았지만 공식적인 내용은 이후에 알았다.

그래도 후보로 되어있는데 그 논의에 참가 안 했다고 해서 통합 논의가 깨진 것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생각은 안 한다. 이 어려운 시기에 서로간에 어려움이 있어도 조합원들에게 안정감을 주기 위해서는 통합지도부가 성사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를 안 했기 때문에 뭐라고 말할 수는 없다.

결과론적이지만 조직운영원리에서 경선이라는 것은 자연스럽게 늘 있어왔다. 그 결과에 얼마만큼 승복하고, 조직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자기가 서운해도 조직의 발전을 위해서 얼마나 헌신하는가의 문제인데 그런 풍토가 자리 잡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워낙 지금이 위기상황이기 때문에 그 힘들이 잘 모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또 어느 조직이 당선되더라도 현존하는 의견그룹들과 소통하고 자기의 주관이 무조건 맞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동지들 의견을 소중하게 경청할 줄 알아야 한다.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논의 단위를 만들어 가면 지금 통합지도부가 만들어지지 못한 조직 내 서운함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