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의 치졸한 생일잔치
신세계의 치졸한 생일잔치
  • 정우성 기자
  • 승인 2009.09.1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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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스피커 이용 기자회견 방해…업계 2위다운 넓은 아량도 필요할 듯

▲ 16일 오후 서울 영등포 신세계백화점 앞에서 열린 서비스연맹 결의대회장 옆에 백화점측에서 세워놓은 통제선으로 백화점과 인도가 구분지어져 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롯데에 이어 국내 유통업계 2위를 달리고 있는 거대 유통업체인 신세계백화점이 치졸한 방법으로 노동자들의 기자회견을 방해해 빈축을 사고 있다.

16일 오전, 신세계백화점은 영등포점을 새로 오픈하면서 개장 축하행사와 함께 다양한 이벤트를 펼쳤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날 오픈한 영등포점이 과거 경방필 백화점과 합쳐져 타임스퀘어로 불리며 아시아 최대의 쇼핑몰이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아시아 최대 쇼핑몰의 개장에는 많은 시민들과 함께 불청객(?)도 찾아왔다.

전국민간서비스노동조합연맹(위원장 강규혁, 이하 서비스연맹) 소속 조합원들은 이날 개장 전부터 신세계백화점 측이 시도했다 취소한 영업시간 연장 반대 및 대형유통업체 주1회 휴무제 시행 촉구를 위한 대시민 선전전과 기자회견 등을 진행했다.

백화점 등 유통업체 노동자들로 구성된 서비스연맹 소속 조합원들은 연장영업으로 인한 노동자들의 건강권과 휴식권 박탈로 유통노동자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으며, 대형유통업체의 난립으로 지역상권이 몰락해 중소영세 상인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개장행사가 끝난 오전 11시, 서비스연맹 소속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을 진행하려고 하자 신세계백화점 측은 개장행사를 위해 광장에 설치했던 스피커를 이용해 음악을 크게 틀어 기자회견을 방해했다.

서비스연맹 노동자들이 사용한 스피커는 이동용 스피커로 주위가 조용해도 광장 한 쪽에서만 들릴 정도였지만 신세계백화점 측이 설치한 스피커는 영등포 역 주변이 시끄러울 정도로 컸다.

이로 인해 기자회견은 바로 앞에 있는 사람도 제대로 들리지 않을 정도로 방해를 받았다.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민주노동당 이상규 서울시당위원장은 “여기 있는 사람들도 고객이며 같이 일하는 노동자”라며 “신세계 자본은 윤리가 무엇이고 기본질서가 무엇인지 잘 따져봐야 할 것”이라며 분노했다.

비록 생일잔치라고 할 수 있는 개장행사 한쪽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는 점에서 신세계백화점 측으로는 기분이 나빴겠지만 업계 2위의 거대 유통업체가 고작 30여 명이 모여 있는 기자회견을 방해하기 위해 지역이 떠나갈 정도로 음악을 트는 행위는 치졸하다 못해 안쓰러움을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