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전' 앞둔 노동계의 '선전포고'
'결전' 앞둔 노동계의 '선전포고'
  • 정우성 기자
  • 승인 2009.11.09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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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 노총 노동자대회 "복수노조ㆍ전임자 문제 안 풀리면 총파업"
정부・정치권이 답해야 할 때

복수노조ㆍ전임자 문제가 노사, 노정 관계의 핫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노동계가 내부 결속을 다지고 대정부 선전포고를 했다. 주말 동안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각각 노동자대회를 갖고 복수노조ㆍ전임자 문제 등 노동 현안을 둘러싼 정부의 태도를 규탄했다. 양대 노총은 정부의 전향적 태도 변화가 없을 경우 총파업을 불사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한국노총은 지난 7일 15만 명의 조합원을, 민주노총은 8일 5만 명의 조합원을 여의도 문화마당에 집결시켰다. 만약 양대 노총이 노동자대회를 공동개최했다면 20만의 조합원이 여의도에 집결하는 상황이 연출됐을 것이다.

양일간 진행된 양대 노총 노동자대회로 그동안 “조합원들은 관심이 없다”고 외쳤던 정부의 입장은 대단히 난처하게 됐다. 현장에서 만난 일반 조합원들 대부분은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로 인해 노조가 무력화될 것을 무척이나 염려했다는 점에서 그동안 정부의 주장이 현장의 정서가 아니었다는 사실은 입증된 셈이다.

양대 노총은 노동자대회를 기점으로 투쟁의 수위를 더욱 높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한국노총의 경우 지방에서 올라온 전세버스 600여 대가 여의도에 집결했고 톨게이트를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대회에 참가하지 못한 단위도 많았던 것으로 파악돼, 계획했던 20만 명을 동원하지는 못했지만 대단히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여세를 몰아 총파업 찬반투표, 지도부 무기한 천막농성, 지역별 결의대회, 전 간부 상경 투쟁 등 다양한 투쟁 방식을 통해 정부와 정치권을 압박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민주노총도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많은 5만 명의 조합원들이 노동자대회에 참석했다는 점에서 향후 투쟁을 이끌어갈 내부 동력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비록 이번 노동자대회에서 복수노조ㆍ전임자 문제보다 공무원노조, 전교조, 공공부문 노조 등에 대한 탄압이 더욱 크게 부각됐지만 이들 현안들이 반MB 전선 형성에 주요한 포인트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노총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반MB 전선을 확대하고 가능한 동력을 모아 총파업 투쟁으로까지 나갈 수 있도록 조직화해 나간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문제는 이러한 양대 노총의 위력 시위가 정부나 정치권을 얼마나 흔들 수 있을 것인가에 달려있다.

현재 정부는 노사정 6자대표자회의를 통해 공익위원안을 제시하며 타협을 이끌려는 듯 한 인상을 주고 있지만 복수노조 허용,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라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는 상태다.

여기에는 노동계에 대한 하나의 믿음(?)이 숨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양대 노총이 총파업 투쟁까지 갈 수 있을 것인가, 또한 그 파괴력이 클 것인가에 대해 회의적이다. 지난 97년 노동법 날치기 파동 때도 양대 노총의 연대 파업은 하루에 그쳤고 정치적 파급력을 제외하고 실제 경제적 파급력은 그리 크지 않았다는 점이 하나의 예가 되겠다.

온건 성향의 한국노총이 총파업을 진행한다고 해서 오래 진행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과 민주노총의 경우 총파업 자체가 몇 년째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는 양대 노총이 총파업을 진행한다고 해서 그리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보는 정부내 시각이 많다.

또한 정부와의 대화와 타협을 통해 노동운동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던 한국노총과 오로지 정부와의 대립각을 높이 세우는 것으로 일관했던 민주노총이 연대 총파업에 함께 나서는 것도 쉽지 않다는 점이 이러한 시각에 한 몫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최대한 한국노총을 중심으로 타협안을 제시해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를 갈라치기 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반면 정치권은 일단 상황을 관망하는 수준 이상 내놓을 수 있는 대안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노사정 6자대표자회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여당이든 야당이든 일방이 노조법 개정안을 제출할 경우 대화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 노사정 대화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추이를 지켜보는 상황이다.

노동계도 극한 대결은 원치 않아

노동계도 바로 어떤 결과를 기대하고 있지는 않는 분위기다. 일단 서서히 내부 투쟁 분위기를 끌어내면서 정부와 정치권을 압박하는 카드를 하나씩 내놓는다고 보는 것이 맞다.

노사정 6자대표자회의에 큰 희망을 걸고 있지는 않지만 일단 대화를 통한 해결을 우선하겠다는 의지는 여전한 상태다. 왜냐하면 총파업까지 가는 극한투쟁은 노동계도 그리 탐탁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내부의 동력을 어디까지 끌어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노동계 내부의 고민과 현재 노동운동이 사회적으로 처한 상황, 즉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지 못한 상황과도 연계된다. 자칫 노동계가 총파업이라는 극한투쟁까지 밀어붙일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서라도 가능한 12월 말까지 위력 시위를 통한 외부 압박을 통해 대화로 문제를 풀고 싶은 것이 노동계의 솔직한 심정이다.

결국 노동계가 이번 릴레이 노동자대회에서 보여줬던 조합원들의 열기는 하나의 카드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또한 앞으로 정부와 정치권의 태도변화가 없다면 계속해서 압박 카드를 내밀겠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어쨌든 이제 공은 정부와 정치권으로 넘어갔으며 이들이 어떤 카드를 내밀고 대화를 이어나갈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단지 원칙을 다시 이야기하는 것은 판을 깨자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