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락] ② 지역지부 전환이 정답은 아니다
[김성락] ② 지역지부 전환이 정답은 아니다
  • 하승립 기자
  • 승인 2009.12.0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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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솔해야 희망 이야기할 수 있다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김성락 지부장 인터뷰

<① 주간2교대·월급제, 정책단 구성해 금속·현대차 공조>에서 이어집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기업지부 해소 안 된 것 당연한 결과

- 금속노조는 2009년 9월까지만 기업지부를 한시적으로 둘 수 있다고 규약에서 정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기한 내에 기업지부를 해소하지 못한 원인을 무엇이라고 보는가? 

“기업지부 해소가 안 된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본다. 3년 전에 산별로 전환할 때 ‘묻지마 산별’ 반대했다. ‘묻지마 산별’로 갈 경우 우리 내부가 굉장히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현장공동화현상 때문에 지역별노조마저도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때 산별만능론을 이야기했던 사람들은 15만이 되면 마치 혁명이 일어날 것처럼 과대포장을 하기도 했다. 산별 전환 이후 15만이 함께하는 사업을 출범 때부터 만들었어야 했다. 15만 전체가 미전환 사업장이 전환된 그 원년에 15만이 함께 하는 사업들을 만들었다고 하면 그런 조직편제가 현장에서 대립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준비기간 이야기하고 현실론 이야기하고 그러면서 5기 지도부가 실질적으로 15만이 함께 하는 사업들을 묶어내지 못한 것 아니냐. 우리가 산별로 전환은 했지만 지역지부로 운영했던 사람들 또한 조합원들의 눈높이에 의해서 집행을 하는 과정에서 조합원들에게 산별노조의 상을 전달하지 못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지역지부를 반대했던 사람들 때문에 생긴 문제가 아니라 노동조합을 운영했던 사람들의 책임이라고 본다. 만약 산별의 상을 제대로 만들어내고 사업을 이끌어갔다면 조직편제 문제는 그것이 지역지부든 기업지부든 별로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

6기 지도부가 올라왔지만 정확한 자기 철학을 가지고 운영하지 않으면 똑같은 결과가 반복될 것이라고 본다. 대중들의 눈높이에 의해서 집행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메시지를 가지고 대중들한테 설득하고 조직하면서 발전방향을 만들어야 한다.”

- 여전히 현대기아차 내부에는 기업지부 해소 문제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조합원들이 있다.

“지역지부로 전환하면 마치 노조가 완전히 해체되는 것처럼 선전됐다. 복지가 축소되고, 임금이 따로따로 올라가고, 노사협의가 어려워지고, 전국에 산개해 있는 부문분야가 갈기갈기 찢어지고 하는 식의 이야기, 그런 내용들을 특정한 사안만 비유하고 극대화해서 설명했다.

조합원들에게 금속노조의 상을 전달하지 못한 책임이 활동가에게 있다. 현재 체제 내에서 금속노조의 발전방향을 제시한다고 할 때 사업을 어떻게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해서 가져가느냐가 중요하다.

기업지부 동지들이 사업을 운영하면서, 열악한 환경에서 싸우는 투쟁사업장 동지들과 함께 투쟁하면서 그 내용을 조합원에게 알려내고, 또 지역주민들과 함께 하는 사업들이 노조의 역할이라고 본다. 자연스럽게 기업과 지역이 함께 해야 지금 보수언론이 이야기하는 대기업 이기주의, 귀족노조 논리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방어하면서 노동조합을 강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기아차지부가 선거에서 금속노조 탈퇴, 지역지부 전환 완전 폐기, 러닝메이트 복원 등이 공약으로 나왔다. 러닝메이트 복원이라는 의미는 곧 기업지부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한 단계 더 나아가면 금속노조 빼고 우리끼리 하겠다는 것이다.

선거에서 기업지부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이 문제 때문에 1년간 기아차지부가 제대로 사업을 못했다. 우리 내부가 출범하자마자 이 논쟁이 붙으면 기아차지부 자체가 제대로 사업을 해나갈 수 없다고 판단했다. 꼭 조직편제가 문제가 아니라, 노동조합 운영하는 사람들이 자기 철학을 가지고, 때로는 조합원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사업을 해야 하는 것과 함께 노조가 어떤 방향으로 사업을 할지에 대해 기준을 제시하고 설득하고 거기에 대한 평가를 받을 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결정된 사항은 내년에 1년간 현장 토론을 통해 안을 제출하고 확정하는 것으로 돼 있다. 1년간 6기 지도부가 그런 기조 하에 사업을 하고, 현재 기업지부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조합원을 설득하고 사업을 한다면 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꼭 조직편제가 지역지부로 완성돼야 금속산별이 완성된다고 보지는 않는다.

대정부 관계든 대자본 관계든 반드시 15만이 함께하는 사업 속에서 조합원에게 확신을 줘야한다. 그런 것이 없으니 기업별 이기주의, 공장별 이기주의가 굉장히 강하다. 기아차지부 내에서도 고용문제가 터지면 차종 어디 먼저 줄 거냐 하는 말이 나온다. 그러면 노동자의 힘은 약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고, 특히 조직편제를 가지고 소모전을 한다고 하면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금속지도부와 현재 기업지부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15만이 함께하는 사업을 반드시 만들어내야 한다.

여러 사업을 통해 조합원들에게 자연스럽게 가져갈 문제이지, 몇몇 사람들의 내부토론만 해서 경직된 태도로 무조건 지역지부 전환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사업을 통해서 현장이 그것을 느끼게 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한계가 있을 것 같다. 금속노조를 조합원들이 자기 노조로 받아들이게 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것들이 어떤 것이 있을까?

“현대차가 어떤 판단할지 모르겠는데 현대차와 기아차가 임단협 시기가 다르다. 현대차는 올해가 단협이고 기아는 내년이 단협이다. 내년 정도에 대공장 전체를 묶어서 임단협을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주간연속2교대·월급제를 금속·현대차·기아차 3주체가 묶어서 임·단협 진행을 통해 선도하면 나머지 15만이 함께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

현장토론회나 노동조합의 각종 사업들을 그동안의 상층 중심, 집행부 중심 활동이 아니라 현장에 가서 발로 뛰는 것이 중요하다. 지부장이 사무실에만 있을 이유가 없다. 회의를 할 때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현장에서 조합원을 만나고 사업을 설명하고 의견을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을 바탕으로 다시 집행부에서 안을 만들고 다시 현장에 내리고. 그렇게 소통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정말로 지역지부로 가야 한다고 판단을 하면 현장에 가서 지역지부의 상을 정확히 설명해야 하는데 그동안 그런 것이 없었다. 내년 정기대의원대회 때 결정하기로 했기 때문에, 앞으로 1년간 현장을 돌면서 조합원들 의견을 듣고 가능하면 조직편제에 대해 현장토론도 하면서, 구상이 서면 기아차지부 입장을 내년 10월 정기대의원대회 때 전달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 지금 당장 기업지부냐 지역지부냐에 대해서 단정 지어서 사고하고 싶지는 않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노조말살정책 중단 안 되면 결단할 것

- 교섭구조 문제와 관련해서 박유기 위원장은 그룹사건 업종이건 중층적 교섭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중앙교섭에 완성차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방식은 문제라는 인식인데 이는 어떻게 보는지?

“교섭구조에 대해서는 아직 검토가 안 됐다. 박유기 위원장을 만나서 서운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올해 치열하게 기업지부 해소에 대한 토론을 할 때 부족하지만 대표지회 문제를 동의해달라고 요구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리고 혼란 속에서 위원장 선거가 이루어졌는데 선거결과에 조합원들의 생각이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당시에 그런 부분을 동의를 했다면 지금보다 좀 더 여러 방향으로 노동조합 상들이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노조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경직되게 사고할 문제가 아니다. 교섭구조도 다양하게 열어놓고 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반드시 중앙교섭을 안 하면 산별이 무너진다고 생각하지 않고 교섭구조는 다양하게 열어놓고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 복수노조, 전임자 임금 문제를 둘러싸고 양대 노총이 공조에 나서면서 총파업을 선언했다. 하지만 금속노조 내부의 얘기를 들어보면 현실적으로 총파업에 들어갈 동력이 안 된다고 말한다. 당장 기아차지부만 하더라도 임금협상 문제가 걸려 있다. 총파업 전술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복수노조·전임자문제는 이명박 정부가 이야기하는 노동유연화 정책의 핵심이다. 이명박 정부가 진행하는 노조말살정책은 중단돼야 하고 이것이 중단되지 않으면 양대 노총이 결단하고 정말 한번 붙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 금속노조의 경우 지역지부장 선거가 있고, 현대차·기아차는 임금교섭이 남아있고 기아차 내부만 보면 쟁의기간이기 때문에 파업전술을 짜는 것은 어렵지는 않다. 조합원들의 동의를 이끌어내느냐가 과제이다.

상대가 자본이든 정부든 노조말살정책이 중단되지 않으면 결단을 할 것이다. 기아차지부만이라도 필요하다면 결단하고 실행에 옮길 것이다. 기아차지부가 노동법 개악 저지투쟁에서 했던 것처럼 현재 이명박 정부가 진행하는 정책들을 중단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노동조합의 미래가 있는 것이라 판단한다. 대의원대회 석상에서도 결의문을 통해서도 노조말살정책 중단돼야 하고 우리에게 책무가 주어지면 결의해서 함께 가야한다고 이야기를 했다.”

- 하지만 조합원을 이해시키기 쉽지 않은 문제 아닌가?

“올해 기아차지부 임금교섭이 중단된 상태에서 선거가 진행됐는데 우리 내부가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노동조합 기능 자체가 거의 중단된 상태에서 선거가 진행됐다. 2개월 정도 선거가 진행되고 선거 이후 한 달이 지났는데, 그 과정에서 현안들과 관련돼서 조합원들과 전혀 공유가 안 됐다. 당선 확정공고가 난 지 20일 정도 됐는데 내부적으로 신종플루 문제나 노사협의 문제, 이·취임식, 대의원대회까지 준비하는 과정에 있어서 지부가 현안문제를 설명하지 못했다.

지회장들에게는 각 지회별로 벌어지는 현안문제와 관련해서 준비를 주문한 상태다. 다음 주 정도부터 다시 현장순회를 하면서 조합원들을 만나고 홍보물을 통해 현재 진행되는 사안들을 차근차근 설명하려고 생각을 하고 있다. 결정할 시기가 되면 조합원들이 현재 사업에 관해서 동의할 것으로 보고 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합의하면 지키고 확인해야 한다

- K7 양산을 앞두고 화성공장의 라인이 중단되는 등 갈등을 빚고 있다. 현장에서는 신차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생산 일정에 협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기류도 있는데?

“노동조합은 항상 생산에 협조한다. 협조를 안 하는 노조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노사관계라고 본다. 노사신뢰를 바탕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노사가 서로 대등한 관계로 공존해야 현장이 평화롭고 생산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품질도 향상된다.

이번 K7과 관련된 문제는 전적으로 회사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신차와 관련해서 노사가 의견을 일치시켜서 생산하기로 되어있다. 각 부서별 회의를 하는데 있어서 각 라인 별로 설비가 필요한 부분, 인원이 보충될 부분 등 준비할 사항들이 있다. 이런 것이 어느 한 곳만 제대로 안 되도 생산에 차질이 생긴다.

이번 협의과정에서 회사가 일정에 쫓겨서 무책임한 결정을 했다. 만약에 부서별로 협의를 하다가 정말 안 되면 노사 실무협의로 격상시켜서, 노동조합 집행부와 회사가 참여해서 안들을 검토하고 결정하면 혼란이 없었을 것으로 본다.

그런데 회사의 조급증 때문에 라인이 중단됐다. 회사가 일방적으로 진행하는데 노동조합이 거기에 동의하면 노조가 있을 필요가 없다.

회사가 현재 계속 고소고발하고 있고 현장 탄압을 하고 있는데 이런 것이 중단되어야 한다. 노사 신뢰를 위해서 노사대등의 관계 속에서 서로가 파트너십을 유지할 때 생산이 원활하게 될 것이고 품질도 좋아진다. 회사가 과거의 방식으로 현장을 통제하거나 탄압하는 방식으로 노무관리가 이루어진다면 이후에도 나아지는 것이 없다고 본다.

이런 측면에서 노동조합도 변할 수 있는 부분은 검토해서 바꿔야겠지만, 현재 기아차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회사가 먼저 시정을 하고 노사대등의 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만약에 회사가 일방적으로 하거나 노사합의사항들을 지켜내지 않는다면 노사관계가 원만하게 갈 수 없다.

이후에도 신차 생산 관련 사항이든 해외공장 문제든 간에 노사가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고 진행되는 과정을 끊임없이 확인해야 한다. 지금의 노사관계 구조는 오늘 내가 대표와 사인을 하면 사인하는 시간부터 다음 시간이 올 때 까지 서로가 확인을 잘 안한다. 그것이 문제다.

뭔가 하나의 사업을 결정하면 실무자들이 그 진행되는 과정을 경영진과 같이 확인을 해야 한다. 그것이 신뢰다. 입단협에서 결정을 어떤 하면 다음에도 똑같은 이야기가 반복이 되는 경우가 있다. 회사도 그렇고 노조도 그렇다. 오늘 이야기한 것에 대해서 그 다음에는 발전된 방향으로 이야기를 해야 한다.”

- 도요타가 캠리를 내놓는 등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 여파가 YF쏘나타에 미치고 있고, K7도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결국 조합원의 고용과도 연결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런 문제에 대한 노동조합의 입장이 필요한 것이 아닌지?

“기업의 경쟁력은 투명성이 담보돼야 한다.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할 때 국민들과 약속한 것이 있다. 무엇보다 자동차산업을 위해서 기업 확장을 가능한 한 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 현재 상황은 처음 기아차를 인수할 때보다 훨씬 큰 규모를 가지고 있다.

현대차가 일본에서 철수하겠다고 했는데 경쟁이 안 되니까 그런 것 아닌가. 기업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현장의 의견들이 직접 반영되도록 노사가 함께 참여하는 공개토론을 했으면 좋겠다. 경쟁력이라는 것은 우리가 일한 만큼 가치가 그대로 기업으로 흡수가 돼야 하는데 현재 우리 조합원들은 그렇게 느끼지 못한다. 모듈·물류문제 등이 회사정책에 의해서 조합원들의 의견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현장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구조가 만들어지면 조합원들이 신명나게 일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것이 경쟁력이지 어떤 차종 하나만 가지고 경쟁력을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아무리 좋은 신차를 내논다고 해도 경제 상황이나 종합적인 주변 환경이 맞아떨어져야 성공하는 것 아닌가. 일본이 아무리 좋은 차를 가지고 들어와도 현대·기아차가 거기에 대응하는 차종이나 생산구조를 확보하면 경쟁에 문제가 없다. 기업이 조합원들에게 믿음을 줘야 한다. 투명하게 운영한다는 사실에 대해 서로가 확인이 가능해야 기업의 경쟁력이 살아날 수 있다.”

- 기아자동차는 금융위기로 인한 세계 자동차시장 전반의 불황 속에서도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아자동차가 강한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기아자동차의 강점은 구성원들 간의 결속력이라고 본다. 기아자동차는 47년의 노조 역사를 가지고 있다. 기아차가 가지는 정서를 현 경영진이 잘 파악하고 그 장점을 살려줘야 한다고 본다. 그런 것들을 유지시키기 위해서 노조도 끊임없이 노력하려고 한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현장활동가로 남고 싶다

- 노동운동을 시작한 계기는?

“88년에 입사해서 노동운동을 잘 모를 때 대의원을 잠깐 한 적이 있다. 그 후 97년 기아차 부도를 맞으면서 주변 동료들이 말없이 현장을 떠나는 걸 보고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기아위기의 근본적인 문제는 도외시한 채 강성노조 때문이라며 모든 매체들이 벌떼같이 달려들었다.

자본의 파렴치한 행위들은 그 후 국정감사 등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지만 그 모든 희생을 온몸으로 감수한 사람은 다름 아닌 우리들이었다. 현장에 묵묵히 일만 한 조합원들이 무슨 일인지도 모른 채 그저 회사의 처분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려졌다. 3,000여 명의 동료들이 현장에서 자의든 타의든 떠나게 되었다. 이럴 수는 없었다. 이래서는 안 된다 생각했다. 그래서 다시 노동조합 활동에 마음을 다잡고 그 후 한 길을 쭉 가고 있다.”

- 노동운동을 하면서 가지고 있는 원칙은?

“진솔해야 한다. 활동가들이 자기 자신에게 진솔해야 한다. 대중 앞에서 하는 행동과 평소의 행동이 동일해야 한다. 그것이 지켜지지 않으면 조합원들에게 희망을 이야기할 수 없다. 현재 활동가들이 신뢰를 잃어가는 이유도 그런 것이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에 실력이 안 되면 안 되는대로 조합원들에게 이해를 구하고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함께 채워나가겠다고 약속을 하는 것이 활동가들에게 필요하다.”

- 노동운동가로서 이루고 싶은 꿈이 있을 텐데? 지부장께는 어떤 노동조합을 만들고 싶은지?

“우리 애 엄마가 노조간부 하지 말라는 말을 한다. 현장활동가로 오랫동안 남았으면 한다는 말을 하는데 나도 동감이다. 기아차에 있는 동안 항상 활동가로서 오랫동안 남고 싶다. 지부장 임기가 끝나면 예전과 같이 변함없는 현장활동가로서 조합원들을 만나고 싶다. 지금 현재로서는 강한 노조를 만들고 싶다. 노동조합은 강해야 한다.”

- 현실의 노동조합운동은 위기라는 지적이 많다. 어떻게 극복해야 한다고 보는지?

“현 노동운동의 위기는 상층 중심의 결정과 집행부 중심의 사업이 만들어낸 결과다. 현장과 함께 소통하고 공감하는 사업을 집행해야한다. 과거에는 일반 대의원들의 현장공청회나 간담회가 활성화됐던 시절이 있다. 집행부가 먼저 솔선수범해 현장에 가야한다. 현장에 가서 조합원들을 만나고 토론하고 동지들의 의견들을 가져와서 사업에 반영하고. 이런 것들이 원활히 이루어져야 노동조합에 희망이 있다. 과거의 방식으로 ‘나를 따르라’고 하면 희망이 없다.”

- 노동자들이 점차 자신들의 문화를 잃어가면서 단순히 돈 버는 일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부장께서는 현재 기아차 조합원들의 상태를 어떻게 보는지?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데 노동조합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는지?

“공장별로 정서의 편차가 있다. 화성공장 조합원의 경우 각 지역별로 분산이 돼있다. 통근 시간이 보통 1시간~1시간 반 정도 걸린다. 새벽 6시 반에 집에서 나와서 일이 끝나고 퇴근버스로 귀가하면 9시 정도 된다. 노동자들의 삶이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우리가 임금노예로부터의 탈피를 얘기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문화가 바뀌기 위해서는 현재 노동조건으로는 힘들다. 30분만이라도 개인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말을 했는데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주간연속2교대제·월급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노동시간이 단축돼야 노동자들이 회사 밖에서 재테크든 문화생활, 가족들과의 시간을 즐길 수 있다.

지금 노동자들이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것이 가족들과의 부분이다. 조합원들이 야간근무 때 가족들을 못 보는 것 때문에 가족 간의 갈등이 많다는 이야기들을 자주 한다. 이런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어서 빨리 주간연속2교대제·월급제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것들을 빨리 실현시켜서 우리 노동자들의 삶이 나아지도록 노력하겠다.

노동여건의 혁신적인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마치 주·야간 근무가 생활이라 말하지만 본격적으로 기아차에서 실시된 것은 88~89년 정도이다. 임금구조의 왜곡 때문에 잔업특근을 해야 했고, 주40시간 쟁취는 임금인상의 또 다른 변형적 수단으로 자리한 지 오래이다.

주 44시간에서 주40시간으로 오는 동안 실질 노동시간의 변화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월급제 와 주간2교대는 우리 노동환경의 질적 변화를 만드는 일인 것이다. 우리 조합원들의 삶의 질적 변화를 세우는데 온 힘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