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와혁신>을 읽다
<참여와혁신>을 읽다
  • 하승립 기자
  • 승인 2005.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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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II] <참여와혁신> 지난 1년간 무엇을 담아왔나
‘자판기 노조’ 현실부터 ‘한일FTA’까지
작업장혁신과 경제·산업 이슈 집중 진단

월간 <참여와혁신>은 지난 1년간 어떤 내용을 담아 왔을까. <참여와혁신>은 창간과 함께 여섯 가지 화두를 제시했다. ▲ 경쟁력과 삶의 질을 동시에 ▲ 노사정의 제자리 찾기 ▲ 작업장혁신 ▲ 통제를 넘어선 대화 ▲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 형성 ▲ 사회적 참여와 공헌이 그것이다.


이같은 의제는 ‘행복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가장 기본이면서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부터 시작해서 작업장 내부의 노사관계를 변화시켜 나가는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참여와혁신>의 주된 관심사는 작업장혁신에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집단적 노사관계 중심의 한국 사회에서 작업장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하나의 모험일 수도 있다. 많은 독자들이 노사간의 교섭, 노정 대립 구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어쩌면 ‘재미 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참여와혁신>이 작업장 이야기를 계속하는 이유는 작업장이 노사관계의 중심지이기 때문이다. 노동자가 직접 노동을 하는 곳이고, 기업의 정책과 태도, 기술, 근로조건을 구체적으로 경험해서 노동의식이 만들어지는 곳이라는 뜻이다.

 

또한 작업장은 삶의 중심지이자 정체성의 중심지이다. 더불어 고령사회의 중심지이자 경쟁력의 중심지다. 노동자의 희노애락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작업장을 어떻게 혁신의 중심지로 만들 것인가에 대한 관심은 아직도 부족하다. 그렇기 때문에 <참여와혁신>이 작업장과 노동에 대해 관심을 쏟아 나갈 것이다.


<참여와혁신>은 작업장과 함께 노동에 국한되지 않는 산업, 경제의 문제까지 관심을 기울였다. 왜냐하면 산업과 경제가 노동의 질과 환경을 결정짓는 주요 요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시적인 산업, 경제, 노동 정책의 문제에서부터 미시적인 작업장 내부까지를 하나로 아우르는 노력은 <참여와혁신>이 추구해 나가는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업종별 대화 채널 강조


<참여와혁신> 창간호인 2004년 7월호에서는 업종으로 대화의 물꼬를 터 나가자는 취지에서 업종별 노사협의제를 제시했다. 실제로 창간 기념으로 노사관계 당사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업종별 협회의 노사관계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이 절대 다수(노 88%, 사 74%)로 나타났다. 당시 대립적 노사관계의 대표주자로 비춰지던 자동차 업계 노사가 업종 노사협의회를 7월초에 출범시킬 것이라는 사실을 최초 보도하기도 했다.


창간호 커버스토리는 ‘노동자를 말한다’였다. 희망과 소속감을 잃어버린 채 단순히 임금을 받기 위해 ‘직장’에 다니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기획이었다. 많은 노동조합이나 활동가, 그리고 노동자들 스스로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공식화시키지 않았던 문제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낸 것이다.

 

 

노동현장의 주체들, 그들은 누구인가


<참여와혁신>의 색깔을 가장 잘 드러낸 기획 중 하나는 이른바 ‘누구인가 시리즈’로 알려진 노동현장 주체들에 대한 심층분석 기사였다. 2004년 8월호 ‘현장관리자, 그들은 과연 누구인가’로 시작된 이 시리즈는 ‘조합원, 그들은 누구인가’(9월호) ‘대의원, 그들은 누구인가’(11월호) ‘노동조합 집행부를 말한다’(12월호) ‘화이트칼라의 위기’(2005년 6월호)로 이어졌다.


기사의 반향은 뜨거웠다. 많은 노동조합 활동가들과 기업 인사노무 담당자들이 기사 내용에 대한 공감을 표시했고, 토론 주제로 삼았다고 알려왔다.


기업 조직의 ‘미드필더’ 역할을 해야 할 현장관리자들이 회사로부터는 인정받지 못하면서 책임만 강요당하고, 노동조합으로부터는 어용으로 낙인찍혀 기운을 잃어가는 현실은 많은 현장에서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들 현장관리자가 권위적 감독자가 아니라 협동의 매니저 역할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기업이 이들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투쟁과 협조의 이중성 속에서 경제적 실리를 좇고 있는 ‘조합원’들의 현실도 많은 공감을 끌어냈다. 회사편도 노조편도 아닌 ‘자기편’이라는 인식의 단면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것이다. 이같은 한국 노동자들의 개인화 경향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조와 회사의 편가르기 싸움을 없애야 한다고 진단했다. 또 노동자들 또한 회사원이면서 동시에 조합원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허리’ 부실한 현장 진단하기도


현장의 허리 역할을 하지 못한 채 ‘민원 창구’가 돼버린 대의원들의 고민도 담아냈다. 고충처리 잘 해주면서 귀찮게 하지 않는 대의원들을 최고로 치는 조합원들과의 거리감을 토로하기도 했지만,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권력화’ 되어가는 대의원들에 대한 불만도 쏟아졌다. 반면에 중소 사업장 노동조합에서는 대의원을 구하지 못하는 ‘인력난’에 시달리는 이면을 드러내기도 했다.


조합원들의 임금이나 복지 문제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노동조합 집행부의 현실을 표현한 ‘자판기 노동조합’은 이제 많은 활동가들의 상용어처럼 되었다. 임기를 끝낸 후 진로에 대한 고민, 교육은 없고 업무에만 매달리는 현실 등은 오늘의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느끼는 고민을 그대로 축약해 놓은 것이었다.


구조조정 0순위로 꼽히면서 수많은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화이트칼라의 위기를 다룬 기사는 “이 기사를 토대로 사무직들이 ‘봐라, 이게 우리 현실이다’라면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는 인사노무 담당자들의 항의(?)를 받을만큼 큰 반향이 있었다. 생산직이 부럽다는 이들 사무직 노동자들의 현실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문제이다.

 

<참여와혁신>에서는 이들의 오늘과 내일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기획기사를 묶어 <누가 노동조합을 ‘자판기’로 만들었나>를 출간한다.

 

한일 FTA 해부 기사 큰 반향


국내 산업과 고용, 노사관계에 상당한 파장을 몰고올 수밖에 없는 한일 FTA에 대해 노사 모두 손놓고 있을 때 <참여와혁신>은 이 문제에 대한 지속적이고 심층적인 추적보도를 잇따라 내놓아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2004년 10월호에서 ‘한일 FTA를 해부한다’라는 기획을 마련했을 때 많은 독자들이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당시 주요 업종 노사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열에 여덟이 한일FTA 진행 경과를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특히 한일 FTA가 체결될 경우 일본차가 국내 자동차시장의 15%를 잠식할 수 있고, 그럴 경우 3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미공개 보고서 내용을 단독보도해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특집기획 기사 내용은 총연맹, 연맹, 완성차업체 노동조합의 각종 교육자료에 전제되기도 했다. 그만큼 한일 FTA에 대한 정보와 자료가 부족했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지금도 많은 독자들이 FTA 기사를 가장 인상적이었던 기사로 기억할만큼 시의적절한 내용이었다는 평가다.


<참여와혁신>은 일회성 기사에 그치지 않고 그 이후에도 꾸준히 추적보도를 통해 FTA가 각 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진행상황 등을 후속보도했다.

 

 

10대 기획을 추진하다


2005년을 시작하면서 <참여와혁신>은 그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향후 우리 산업과 노사관계의 방향을 제시하는 10대 기획을 내놓았다. ▲ 국민경제의 든든한 감시자 ▲ 제조업 공동화 대안 마련 ▲ 한국형 중소기업 육성방안 제시 ▲ 지방경제 활성화 ▲ 외자기업 노사관계 개혁 ▲ 한국형 작업장혁신 모델 발굴 및 전파 ▲ 숙련지향적 임금체계 개편방안 마련 ▲ 나눔과연대 ▲ 국제 네트워크 강화 ▲ 새로운 노동문화 형성 등은 <참여와혁신>의 지향점을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네트워크 형성 차원에서 한국노동연구원, 한국노동교육원, KOTRA, 금속노련, 투기자본감시센터, 금융경제연구소 등과 협력 체계를 구축해 공동기획을 진행하고 있다.

 

임단협 흐름 ‘맥’ 짚다


임단협 과정에서의 새로운 흐름이나 이슈 등도 꾸준히 다뤄온 주제다. 올해 임단협의 다섯 가지 쟁점으로 ▲산별교섭 ▲근무형태 변경 ▲비정규직 ▲제조업 공동화 ▲주40시간 근무제를 제시하고 이들 이슈의 경과와 전망을 다룬 기사도 상당한 호응을 얻었다.


복수노조 시대를 앞두고 사무직 노조 설립 움직임, 현장 내부의 물량 경쟁으로 인한 노노 갈등 확산 흐름을 진단하기도 했다. 또 내부 노사관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냈던 GS칼텍스, 현대중공업, 항운노조를 들여다보기도 했다.


작업장 고령화의 실태와 문제점 진단, 1사 다노조 교섭, 무교섭 타결 흐름 등도 심층적으로 진단했다.
산업 주체들이 놓치기 쉬운 ‘숨은 1인치’도 계속해서 발굴해 왔다. 산업단지의 지진 가능성에 대한 경고, 굼뜬 의사결정으로 인한 경쟁력과 고용의 위기, 기후변화협약의 영향, 신BIS 협약의 파급 효과, 지역·산업 단위 맞춤형 고용정책의 필요성, 정부 부처 노사관계 담당관 제도 도입의 의미 등은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새로운 노동문화 만들기도 주력


‘노동문화 진단’을 통한 새로운 노동문화 만들기 노력도 꾸준히 지속됐다. 습관과 특권의 조끼를 벗어던지라는 지적은 많은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어느새 투쟁보다는 특권의 상징이 되어가고 있는 ‘조끼’의 현실을 그대로 투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기사 이후 노동조합 활동가, 대의원들의 자기 반성 목소리들이 나왔다. 현대자동차노조는 최근 공개한 조합원 설문조사에서 ‘노조 집행간부와 대의원이 입는 빨간 조끼가 순기능을 잃고 권력화의 상징이 돼 이를 없애자는 데 찬성하느냐’고 물었고 조합원의 73.6%가 찬성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노조 간부들이 일상 업무에 매달려 한 달 평균 독서량이 1.7권에 그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많은 이들에게 회자됐다. 하루 평균 1~2시간을 회의에 매달리는 현실, 일주일에 서너 번 소주 1병반을 마시는 음주문화 조사결과도 화제가 됐다.

 

 

‘타산지석’은 반면 교사 역할


사례를 통한 교훈 찾기 코너인 ‘타산지석’도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일본 닛산 자동차, 이탈리아 피아트 자동차, 미국 철강업체 뉴코어, 미국 GM·포드·다임러크라이슬러, 독일 슈투트가르트 지역, 독일 폴크스바겐, 이탈리아 섬유산업, 일본 소니, 일본 미쓰비시 자동차, 영국 로버 등의 사례는 개별 기업, 지역, 업종을 망라해 경쟁력과 고용의 관계를 살펴보는 계기가 됐다. 아울러 미국 위스콘신 전략센터, 영국 작업장혁신센터와 함께 매호 양국의 구체적 혁신 사례를 들여다보는 ‘지구촌 혁신현장’도 자료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는 평가다.

 

‘리더십’이 경쟁력


현장관리자, 대의원 등 중간 허리 역할을 하는 독자들을 위한 리더십 칼럼도 지속적으로 실렸다. 초기에는 장보고, 이순신 등 역사적 인물들을 통해 배울 수 있는 리더십을 적극적으로 발굴했다.

 

원칙을 중시하면서도 새로운 방식을 찾아내고, 솔선수범 하면서 부하들을 이끄는, 그러면서도 선택은 명확하고 단호하게 하는, 엄정한 평가에 기반한 공정한 보상 원칙을 지키는 이순신의 리더십을 오늘에 되살리자고 했다. 사사로운 감정에 얽매이지 않는 통큰 인재 등용, 수직적 닫힌 사회를 수평적 열린 사회로 바꾸는 경영인, 사회통합의 마인드를 갖춘 세계인으로서의 장보고를 재조명하기도 했다.
또 현장의 리더 역할을 하는 노조 활동가, 대의원, 현장관리자, 사내 강사 등의 체험적 사례를 통한 리더십 배우기도 구체화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