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①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가 진정한 민주사회
[김영훈] ①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가 진정한 민주사회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0.03.08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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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투쟁의 핵심은 노동기본권 수호
김영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인터뷰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당선된 지 한 달, 김영훈 위원장의 행보는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후보 시절 그가 생각했던 민주노총과 위원장으로 당선된 이후 민주노총은 어떻게 다를까? 민주노총 위원장은 그의 집권 3년을 어떻게 구상하고 있을까? 당장 시급하게 닥친 노조법 개정 문제에는 또 어떻게 대응하려 할까?

민주노총 사무총국 인선이 발표되던 날, 빡빡한 일정 속에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김영훈 위원장을 만나 그가 그리고 있는 민주노총의 상을 들어봤다.


김영훈 위원장 인터뷰는 분량이 많아 ①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가 진정한 민주사회 ② 미조직 조직화 사업에 세일즈맨 되겠다 2편으로 나눠 싣습니다.


추락하는 것은 민주노총이 아니다


지난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대의원들이 위원장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지?

“유세 때 철도 이야기도 많이 했고 투쟁하고 있는 동지들을 엄호하자고 이야기했다. 나를 지지한 것은 투쟁하고 있는 동지들을 지지하고 엄호하겠다는 대의원들의 결의다. 대의원들이 승리하는 민주노총, 승리하는 투쟁을 해야 하는 시기라는 데 동의한 거라고 본다. 6기 지도부는 승리하는 투쟁을 했으면 좋겠다는 현장의 바람이 반영된 결과라고 본다.”

지난 선거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통합적 지도력’을 요구했고, 일부 산별연맹대표자들은 통합후보를 추대하기도 했다. 위원장께서는 통합적 지도력의 실체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그 요구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것인지, 유효하다면 어떻게 만들어 갈 예정인지?

“총연맹 위원장이 투쟁의 최전선에 서는 것도 중요하지만, 산하조직, 가맹조직의 투쟁을 모아내고 전체 전선으로 끌고 가는 역할이 제일 크다. 거기서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 통합적 지도력이다. 그래서 통합적 지도력을 요구했던 산별연맹대표자들을 100% 지지한다.

상대 후보가 주장했던 내용들, 상대 후보가 당선됐다면 하고 싶었던 일들을 내가 대신해서 하도록 노력하고 차이를 좁혀나가는 것이 통합적 지도력의 실체라고 본다. 단순히 공동 집행부를 구성하는 것은 낮은 차원의 이야기다. 우리가 주장했던 노선과 방식으로 상대 후보가 바랐던 민주노총의 상을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은 3년 내내 계속될 것이다.

나는 여전히 52%밖에 지지받지 못한 위원장이다. 48%에게 어떻게 다가갈 것인지 항상 염두에 두고 사업을 진행할 것이다. 52% 얻었는데 권력을 100% 행사하기 시작하면 그것이 패권주의다. 나는 여전히 52% 위원장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100%에 육박하게끔 차츰 높여 나가겠다.”

집행하고 계신 지금 느끼는 노동운동의 위기와 후보 시절의 그것이 차이가 있는지? 노동운동의 위기에 대한 대안은?

“후보 시절에 위기 상황의 모든 것을 다 봤다. 위기가 어디서부터 발원하고 있는지 너무나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느꼈다. 노동운동의 위기라는 말에 동의 안 한다. 그것은 노동운동을 주도했던 일부 간부들의 위기이거나 한계이다. 내가 현장에서 답을 찾았다고 했는데, 그 결과가 이번 선거결과로 나타났다.

선거 전날까지도 당선은 물론 대의원대회 성사여부도 불투명했다. 대의원대회에서 말했지만 추락하는 것은 민주노총이 아니었다. 대의원대회는 보란 듯이 성사됐고, 다들 2차 투표를 가니 어쩌니 우려했지만 힘 있게 지도부를 선출했다. 그 과정을 보면서 위기를 돌파할 힘이 어디에 있는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사무총국이 혁신의 진앙지 돼야

후보 시절, 민주노총이 극복해야 할 문제로 상층의 관료화와 정파의 분파화를 지적하신 바 있다. 상층의 관료화를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할 생각인지?

“상층의 관료 문제를 이야기하자면 첫 번째도 두 번째도 현장성의 강화다. 민주노총의 사무총국이나 상층의 간부들이 관료주의에 빠지는 것은 현장성을 상실하면서 형식주의에 빠지는 것이다. 이를 극복할 유일한 방법은 현장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현장성을 강화한다는 것은 현장과 호흡을 같이한다는 것이다. 현장의 이해와 요구, 현장에서 벌어지는 투쟁에 대해서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소통이다. 지시가 아닌 소통이다. 현장의 의견이 가감 없이 총연맹으로 올라오고 총연맹의 뜻이 왜곡 없이 현장까지 전달되는 것이 소통이고 시스템이다.

지금 지역본부나 산별연맹 대의원대회를 계속 가는데, 거기에서 축사를 하고 그냥 바쁘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일정이 중첩되지 않는 한 끝날 때까지 기다려서 대의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거기서 직접 듣고 같이 자고,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그렇게 할 생각이다. 사무총국 간부들도 그런 자세로 하면 어떨까 생각한다.”

상층의 관료화 극복은 사무총국 혁신과 연관되는 문제로 보인다. 사무총국 혁신의 원칙과 방안은 무엇인가? 또 그에 따른 인선은 어떻게 진행됐나?

“사무총국이 혁신의 대상이 아니고 혁신의 주체가 돼야 한다. 사무총국이 민주노총 전체 혁신의 진앙지가 돼야 한다.

그러려면 사무총국이 일할 수 있는 조건이 돼 있는가? 조건을 마련해 주었는가? 예를 들어 먹고 자는 문제가 가장 중요한데 지방에서 올라온 동지들 숙소 문제도 해결해주지 못하고 있다. 언제까지 헌신성만 가지고 그들에게 희생만 강요해서는 안 된다.

1층의 근무여건과 관련해서도 민주노총 전체 사업장 어디에 내놔도 남부럽지 않은 그런 여건을 마련해주고 싶다. 무한하게 생각하고 상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다. 우스갯소리로 사내 복지에 최대한 신경을 쓰겠다고 이야기한다. 그중 하나가 사무실 구조와 직결돼 있다. 왜 민주노총 1층에 회의실이 있어야 하나? 그 시끄러운 회의실 바로 앞에 홍보실이 있어서 될 일이 아니다. 거기서 무슨 글이 나오겠나?

철도 위원장 시절에 교선실에 따로 락을 걸어서 노보 발행시기라든지 이런 때는 다른 간부들이 교선실 출입을 하지 못하게 했다. 정말 집중해서 일할 수 있게. 생각 같아서는 전화도 안 받았으면 좋겠다. 예컨대 홍보실을 예로 들자면 그런 거다.

그런 식으로 전체적으로 구조를 바꿔나가겠다. 그 동지들이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고, 또 총국은 거기에 대해서 화답을 해야 한다. 총국이 달려가는 모습을 조합원들이 봤을 때, 민주노총은 저런 곳에서 일하는구나, 일할 맛 나겠다 해야 한다.

민주노총 사무실에 여성동지들을 위한 여성휴게실이 왜 없나? 흡연자들 흡연실이 왜 없나? 출퇴근 칼 같이 하라는 것만 가지고 될 일이 아니다. 정말로 창의적으로 더욱더 집중적으로 업무에 임할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생각이다. 그런 구상은 구체적으로 많이 돼 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주요현안 정파와 터놓고 이야기하겠다

정파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어떻게 하면 민주노총 내에서 정파가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겠는가?

“정파의 분파를 극복할 수 있는 구체적인 도구는 내가 가지고 있지 않다. 다만 그분들에게 호소할 수 있을 뿐이다. 정말 민주노총이 어려웠을 때 정파 활동가들의 헌신성으로 민주노총을 지켜왔다. 그 헌신성을 강화하자고 호소할 것이다.

또 하나는 마르지 않는 지혜의 샘으로 학습하고, 정책을 생산해내고, 간부를 육성하는 부대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실제로 그럴 거라고 본다.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민주노총의 진로와 연관되는 중요한 문제가 있을 때에는 그분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 문제는 전적으로 정파에 달려 있다. 정파가 순기능을 발휘하는 것은 오로지 정파가 할 문제이고 할 수 있다고 본다. 거기에 따라가지 못하면 누가 해체하라고 하지 않아도 스스로 소멸할 거다. 시대의 요구에 따라가지 못하는 정파는 존재 이유가 없다.

내가 구체적으로 정파에 대해서는 어떻게 하라고 할 그런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니다. 내 경험으로 봤을 때 건강한 정파는 그렇게 움직일 것이다.”

대화의 핵심은 진정성

정부 관계자들은 민주노총이 내부문제로 인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설득할 수가 없다며 대화를 꺼린다. 총연맹으로서 정부와 대화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필요하다면 노사정위원회 등 사회적 대화기구에 참여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대안이 있는지?

“당연히 교섭하고 대화해야 한다.

그런데 2월 12일 17시 40분에 노동부에서 근심위 참여와 관련한 공문이 왔다. 물론 민주노총뿐만 아니라 한국노총, 경총, 공히 똑같은 문서가 날아갔다. 나는 그 문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연휴전날 일과시간 거의 다 돼서 담당자와 그 어떤 유선통화도 없이, 자기들 말대로 그 중요하다고 하는 근심위 참여 여부를 통보해달라고 하는 한 장짜리 문서를 보내왔는데, 19일까지 근심위 참가여부를 통보해주지 않으면 불참하는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게 끝이다.

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누구인가? MB가 입만 열면 이야기하는 게 공무원들이 대국민 서비스를 해야 한다는 건데, 노동부의 제1고객이 누구인가? 제1노총인 민주노총 아닌가? 거기다 영업을 해야 할 것 아닌가? 우리가 이런 제도를 만들었으니 같이 보고 논의해보자.

이게 아니고 정말 성의 없이, 참여 안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은연중에 내비친 문서인지 알 길이 없다. 휴가 갔다 오니까 19일 바로 눈앞인데, 그때까지 통보하지 않으면 참가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거다. 그래서는 안 된다. 대화의 기본은 진정성이고, 진성성의 구체적 표현은 상대를 인정하는 자세다. 이번 문서를 보면서 민주노총하고는 대화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구나, 노정관계가 이 정도구나 생각했다.

대화를 해도 노사정위원회에 참가할 근거는 전혀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 실효성도 의문이다. 그리고 최고의사결정기구인 대의원대회 결정사항이기 때문에 위원장이 어떻게 할 문제도 아니다.

새로운 대화의 틀보다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진정성이 서로 오고가면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 진정성이 안 통하니까 격 따지다가 깨지고, 실질적인 대화는 한 번도 못해보고, 서로 기 싸움 하다가 허송세월하는 것 아니냐? 그런 것 좀 안 했으면 좋겠다. 그게 관성이고 관료들의 행태다.”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만난 많은 대의원들이 현장 조합원들은 위원장 선거에 무관심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무엇이 문제라고 보는가? 또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총연맹이 1년에 몇 번씩 대의원대회를 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정말로 특별한 사정이 아니면 임시대의원대회는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 그만큼 정기대의원대회를 내용 있고 풍부하게 준비해야 한다.

대의원들이 대회 장소에 와서 불편함이 없도록, 안건 토의에 집중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대의원대회에 대의원들을 모시는 것은 80만 민주노총의 주인을 모시는 것이다. 그런 대의원대회 준비부터 소홀함이 없도록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대회 장소에 오는 동선, 이동방법, 이런 걸 고려해서, 필요하면 가까운 역에 전세버스라도 동원해야 한다.

특히나 회의문화를 혁신해야 한다. 생각하고 있는 모든 것을 다해서, 대의원대회 와서 힘 있게 결정하고 간다는 느낌을 주고 싶다. 앞으로 중앙위원회가 실질적으로 논의할 단위가 돼야 한다. 특히나 대의원대회가 그렇게 몇 번씩 끌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이번 88체육관은 대회 장소로 초라했다. 80만 조직의 새로운 지도부를 뽑는 그런 장소로는 많이 미흡했다. 대의원들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준비했던 사람들의 부족함 아니었나 생각한다.

조합원들이 선거에 관심을 가지지 못하는 것은 선거제도가 가지는 본질적인 한계에서 기인한다. 간선제가 가지고 있는 필연적인 한계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임기 내내 혁신 지속할 것

위원장께서는 민주노총이 당면한 과제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이를 어떻게 해결하실 생각인가?

“제일 중요한 문제는 혁신의 과제다. 민주노총이 추락한 사회적 권위를 회복하고 노동계급의 대표성을 회복하는 게 혁신이다. 혁신은 뭣 때문에 하려고 하는가? 혁신을 통해 단결하고 그것 가지고 투쟁을 잘하기 위한 거다. 투쟁을 통해서 우리 사회를 보다 나은 사회로 만들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다. 혁신은 1회성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임기 내내 계속될 것이고, 혁신의 진앙지는 총국이 될 것이다.”

직선제 실현과 성폭력 사건의 원만한 해결은 지난 보궐 집행부의 과제였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에 대한 방안은?

“먼저 직선제와 관련해 준비부족을 이유로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하면서, 그게 불출마 선언의 배경이 됐다. 그만한 책임을 지면서, 당위나 명분에 빠지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 부분에 대해서 대의원들이 압도적으로 지지했기 때문에, 그 판단이 틀렸다고는 보지 않는다.

직선제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3년 내내 준비할 거다. 위원회와 관련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위원회에 위인설관을 안 하고 방만하게 위원회 운영을 안 하겠다고 했다. 중앙위 때도 불필요한 위원회 서너 개는 폐지할 생각이다. 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위원회가 직선제 추진을 위한 특별위원회다.

직선제 추진이 안 됐던 것은 정보 공유가 안 됐고, 산별의 협조가 안 됐기 때문인데, 그것은 결국 신뢰의 문제다. 왜 산별은 직선제 하는데 총연맹은 안 되나? 송사가 붙고, 민주노총이 어려워지리라는 것도 각 후보 간에 믿지 못하는 신뢰의 문제다. 직선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구체적인 아이디어들이 나오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신뢰의 문제다. 서로 믿고 가자 이걸 강하게 주문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 운수노조 시절 특수고용노동자를 포함해 처음부터 직선제로 갔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의 경우 화물연대 동지들 같이 전국에 다 흩어져 있어서 투표소를 설치할 수 없다. 그래도 직선제는 했다. 서로 믿으면 방법은 있다. 산별은 믿으면서 총연맹은 안 믿는다. 이게 우리 현실이다. 이 벽을 허무는 게 혁신이다.

아쉬움이 남는데 성폭력진상보고서는 반드시 채택됐어야 했다. 그 부분에 대한 비판은 민주노총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민주노총이 아직 멀었다. 다른 건 차치하고라도 피해자 입장에 서 봐라. 이게 언제 적 문제인데 아직까지 끌고 있나?

개인적으로는 잘 알지도 못하는 문제다. 나는 당연히 이게 채택되고 새로운 사업을 할 줄 알았는데 이게 차기 대의원대회 제1호 안건이다. 일부에서는 부위원장들이 너무 많이 안 뽑혀서 임원들이 많이 힘드니 빨리 대의원대회를 열어서 임원 보궐선거도 하고 이 문제도 같이 처리해야 하지 않느냐고 한다.

하지만 그건 우리가 지고 가야할 업보다. 보궐선거가 급한가? 성폭력진상보고서 채택이 급한가? 성폭력진상보고서 채택이 급한 것 아닌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하고 다른 일을 해야지, 해야 될 걸 안 하고 자꾸 다른 생각을 하니까 민주노총이 이렇게 된 것 아니냐?

지금 임원이 부족해서 일 못한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없으면 없는 대로 하면 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난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했던 성폭력진상보고서를 채택하는 것이다. 그것을 가장 먼저 풀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임원 보궐선거는 그 다음이다. 그때까지 힘들다고 피해자보다 힘들겠나? 우리가 저지른 업보고 우리가 잘못한 것이다.”

민주노총은 사령부다

조합원들이 민주노총에 바라는 역할은 무엇이고, 총연맹으로서의 민주노총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그런 부분을 어떻게 채워나갈 것인가?

“민주노총은 우리 사회에 어떤 존재인가? 민주노총은 뭐하는 조직인가? 민주노총이 꿈꾸는 사회는 어떤 사회인가? 이런 것을 먼저 밝혀 줘야 한다.

‘현장에서 준비된 승리하는 민주노총’은 선거 슬로건이고, 당선된 이후 고민하는 것은 3년의 비전, 민주노총이 꿈꾸는 사회는 어떤 것인가 하는 것이다. 3개월이 됐든 6개월이 됐든 충분한 토론을 거쳐 제시할 생각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이름에 걸맞게 해야 되는 것 아니냐? 우리가 민주노총이다.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가 진정한 민주사회다. 국민과 조합원이 볼 때, 민주노총 하면 떠오르는 것이 이 사람들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고 노동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이구나, 그리고 돌아보니 노동기본권이야말로 진정한 민주주의, 내용적인 민주주의 아니냐고 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민주주의가 형식적 민주주의였다면, 지금 요구되는 실질적 민주주의, 경제적 민주주의, 내용적 민주주의의 핵심은 노동기본권 아니겠느냐? 그래서 민주노총의 투쟁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앞당기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싶다.

그 속에서 조합원들이 바라는 것이 있을 것 아니겠나? 광범위하게 토론하고, 전문가들의 조언도 받고, 지도위원들의 조언도 받고, 국가원로들, 나는 국가원로들이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데, 우리 노동 선배들이 국가원로 아닌가? 그런 국가원로들의 조언을 받아서 상반기투쟁이 지나고 난 후에 우리 민주노총이 바라는, 상상하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구체적인 지점을 제시할 생각이다.”

민주노총의 지도력(장악력) 약화와 미흡한 정책역량에 대한 대안은?

“민주노총의 총국은 3가지 기능이 있다. 첫 번째는 노동운동의 전략에 대한 기능으로 비전과 대안을 제시하는 일이다. 일을 도모할 때 뜻을 세우고 동지를 규합해서 지형지물을 잘 파악해서 진퇴를 결정하는 것이 승리의 첩경이다. 총국의 첫 번째 역할은 뜻을 세우는 일이다. 우리가 지향하는 세상, 노동운동의 전략과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두 번째는 행정력, 관장력이다. 가맹조직들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잘 조정하고 통솔하는 것, 즉 동지를 규합하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객관 정세, 지형지물을 잘 파악해서 투쟁을 승리로 이끄는 지휘부로서의 역할, 이 세 가지가 총국의 역할이다.

이게 사령부가 하는 일이다. 야전이 아니다. 야전이 잘 싸우게끔, 산별연맹들이 잘 싸우게끔 조정하고 방향을 제시해주고, 그리고 지휘부는 투쟁의 선봉에 서며, 정치전선을 펴주는 그런 측면에서 총국의 기능을 강화할 거다.

그렇게 보면 우리 선전물만 보더라도 홍수처럼 쏟아지지만 읽을거리는 별로 없다. 반복되고 있다. 예를 들면 <노동과세계>만큼 좋은 제호를 보지 못했다. 노동의 눈으로 세계를 본다. 그런데 <노동과세계>의 현실은 열독률이 극히 떨어진다.

<노동과세계>가 정말로 우리 산하조직과 호흡하면서 종합지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그렇게 할 거다. 하나의 연맹에 지면을 할애하고 그것을 모으면 종합지가 된다. 예를 들어서 경제 분야는 사무금융에서 담당하고, 보건의료, 공공운수 다 모으면 종합 일간지가 될 것 아니겠는가? 그렇게 3년 내에 <노동과세계>를 가판대로 나갈 정도로 만들겠다.

그렇게 가려면 예산과 컨텐츠가 확보돼야 하는데, 투쟁 잘하고 혁신 잘하면 저절로 따라온다. 별개로 생각하면 이건 절대로 불가능하지만, 할 것들 잘 해놓으면 구체적인 아이디어들은 가능하다. 그 신문 하나에 우리 민주노총 기관지구나, 그 신문을 보면 세계가 보이는구나 할 수 있게 만들어가겠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노동기본권 사수, 세 축으로 간다

민주노총은 노조법 개정과 관련해 4월 총파업을 예고했다. 하지만 총파업이 가능하겠느냐는 지적도 있는데, 총파업 전술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3월 5일 중앙위에서 채택할 사업계획과 투쟁계획은 전 집행부의 고민을 최대한 반영하면서 새로운 집행부의 고민을 첨가해서 일부 수정보완 하겠다. 전 집행부에서 고민했던 사업기조 중에서 일부 변경이 불가피한 것이 있다. 80만 총파업을 상정했는데 구체적이지 않다. 논리적으로도 안 맞는 게 법이 통과될 때 총파업을 못했다. 4개월 지났는데 총파업이 될 거라고 믿는 국민들이 없다.

두 번째로 전임자 임금지급이 금지되면 노동운동이 망하나? 노동운동이 망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지금 미조직 영세 동지들은 전임자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자기들 돈 내고 다 하고 있다. 오히려 더 자주적이고 더 전투적으로 하고 있다. 일반 국민들은 전임자 임금 받아내려고 민주노총이 총파업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노조법 개악은 막아야 한다. 분명히 싸워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우리에게 당면한 것은 공무원노조, 전교조, 철도에 대한 공안탄압이다. 그리고 화물연대, 건설노조,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에 대해 설립신고를 반려해 노동기본권을 박탈하려 하고 있다. 또 한진중공업이나 금호타이어에서 엉터리 같은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경영진이 잘못한 거 전부다 정리해고로 풀려고 한다. 사업장에서 사람이 쫓겨나는데 전임자 임금이 뭐가 중요하냐?

이 세 개가 기본 축이고, 노동기본권을 근본적으로 제약할 수 있는 노조법 개악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을 같이 가져가야 한다. 이것 없이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타임오프제 가지고 민주노총 80만 조합원이 총파업에 나서겠다? 거기에 대해 근본적으로 회의가 있다. 정리하자면, 전 집행부의 고민 위에 새로운 집행부가 가고자 하는 투쟁의 상을 밝혀나갈 생각이다.”

4월 총파업은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후보 시절 이야기했던 것처럼 4월 총파업이 아닌 5월 총력투쟁을 준비한다면 로드맵은?

“오늘(22일) 집행부 인선을 끝냈기 때문에 그런 고민을 담아서 안을 성안하고 있다. 당장 내일(23일) 산별대표자회의에서 1차적으로 소통하고, 중집, 중앙위를 거쳐서 중앙의 고민과 현장의 요구를 합해 나가는 그런 투쟁계획을 3월 5일 중앙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확정할 것이다. 내용에 대해서는 그날 확정되는 대로 따로 기자간담회를 할 생각이다.”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 참가와 관련 후보 시절에는 참가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셨다. 위원장이 되신 지금, 후보 시절과 달라진 점이 있는지?

“총연맹의 결정사항은 근심위 참여 여부는 차기 중집에서 논의하게 돼 있고, 차기 중집은 3월 3일로 예정돼 있다. 2월 19일까지 참석 여부를 통보해주고, 통보를 안 할 경우 참석을 않겠다는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통보가 왔는데, 이미 19일이 지나버렸지 않나? 거기에 대해서 노동부가 모를 리가 없다. 노동부가 몰랐다면 그건 노동부가 아니다. 세상 사람들 다 아는데 노동부에서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노동부에서 제시한 2월 19일은 이미 지났다. 그리고 2월 19일 이전에 중집을 할 수도 없었고, 차기 중집을 3월 3일로 예고하고 있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나?”

법에 따라 3월부터는 논의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2월 말 이전에 근심위 구성이 끝나야 하기 때문에 노동부가 그렇게 서두른 것으로 볼 수 있는데?

“노동부가 복수노조, 전임자 임금 문제를 언제부터 논의했나? 법 유예하면서 줄기차게 했어야 한다. 그런데 막판에 몰려서 한 것 아닌가? 그래서 새벽에 날치기 했고, 그 날치기에 터 잡아서 이렇게 나오는 것 아닌가? 제대로 하려면 노동부가 양대 노총과 관련단체들과 함께 대책을 세워야 한다. 지난해 노동부가 논의해야 될 시점에 제대로 하지 못한 것 아닌가?

중간에 일정이 틀어진 게 그 부분을 정확하게 못하고, 시간 다가오니까 마지막에 나왔던 논리가 이대로 가는 것보다는 그래도 이게 나으니까 가자, 항상 그런 식이었다. 다른 사람은 그렇게 이야기할지 몰라도 노동부는 그렇게 이야기하면 안 된다. 그 이후에 대해서 준비를 했어야 한다.”

<② 미조직 조직화 사업에 세일즈맨 되겠다>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