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중심의 의제가 아닌 예방적 의제 필요
갈등 중심의 의제가 아닌 예방적 의제 필요
  • 정우성 기자
  • 승인 2010.10.0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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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캐피탈에서 휴먼캐피탈, 소셜캐피탈로의 전환
"민주노총도 사회적 대화 참여해야 위축되지 않아"
인터뷰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최종태 위원장…②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 <노사관계, 사업자동반관계 돼야>에서 이어집니다.

분쟁 중심에서 예방 중심으로

이전까지 노사정위원회는 노사관계 선진화, 노사정 대타협, 대ㆍ중소기업 협력, 고용미스매치 문제, 근로시간 단축, 베이비부머세대 대책 등 다양한 아젠다를 제출했습니다. 향후 위원장님은 노사정위원회가 어떤 아젠다를 던져야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아직까진 정리가 덜 돼서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생각한 큰 줄기는 이제는 2만 불 시대에 접어들고 선진국과 경쟁해야 하니 미래지향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종래까지는 사후적인 처방, 대책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예방적인 측면에서 노사관계를 구축하지 않으면 앞으로 경쟁사회에서 살아갈 수 없다. 종래 갈등사안 중심의 노사 의제에서 예방적인 의제가 제기돼야 한다.

노사관계는 투쟁적인 관계, 갈등동반자관계였지만 이제는 사업동반자관계로 가야한다. 노사관계가 파이를 배분하는 갈등동반자관계에서, 파이를 생산하고 배분하는 사업동반자관계로 가기 위해 어떤 아젠다가 나와야 하는 것인가 고민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지금 노사관계 생태계에는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거기에 적응·도전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지각변동에 대응해야 하는데 세계적·보편적 지각변동이 있고,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지각변동이 있다.

세계적인 측면에선 경제·사회적 환경 변화를 이끄는 기술적 환경, 디지털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이것이 굉장한 영향을 주고 변화를 이끌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노동분야의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구조적 실업문제가 심각하다. 양극화는 세계적 문제다. 그에 따르는 심각한 문제가 일자리 창출 문제다. 고용을 동반하는 성장을 어떻게 해야 하는 가는 세계적 문제다. 이걸 개선하기 위해서 아젠다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 다음에 복수노조, 전임자 문제 같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있다. 전임자 문제가 지금 정착돼가는 과정이다. 큰 지각변동이 일어나니까 고통은 감수해야 한다. 이게 또 복수노조와 맞물리기 시작한다. 노동계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이걸 어떻게 정착시키느냐가 중요한 일이고, 동시에 노사분쟁, 파업쟁의, 이런 문제에 대해서도 대화의 창구를 열고 우리가 이슈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게 한국적인 현상이다.”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전임 김대모 위원장께서는 노동시장 양극화의 주요 원인으로 임금구조의 이중화를 지적했습니다.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대기업과 중소기업 관계, 정규직과 비정규직 관계에서 규모별 임금의 양극화, 고용형태별임금의 양극화가 일어나는데, 양극화가 일어나는 것은 아까 말했듯 세계적으로 지각변동이 일어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본다면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하나는 급격한 기술변화에 부응할 수 있는 역량이 갖춰진 사람과 갖출 수 없는 사람, 디지털혁명에 따라 할 줄 아는 사람과 할 줄 모르는 사람하고 격차가 나는 것이다. 초기 자본주의 사회, 중국만 하더라도 노동집약적이지만 이제는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고임금 저성장 사회에서는 할 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이 갈라지고, 그 과정에서 양극화가 생긴다. 그걸 없애기 위해서는 핵심역량을 어떻게 키우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그 다음에 문제로 제시되는 것이 비록 능력을 갖췄다 하더라도 미스매치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걸 엮어주는 노동시장의 정보기능이 활성화돼야 한다. 제품의 품질이 높아도 마케팅이 부족하고 전달체계가 잘못되면, 표준화 안 된 상품일수록 상품의 가치가 뚝 떨어진다. 그런 측면에서 공산품보다 농산품, 농산품보다 노동상품의 가치가 떨어진다.

지금 고용촉진사업이 거기에 따르는 단순노동자, 비정규직을 더 늘릴 우려가 있긴 하지만 그건 본질이 아니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것과 마찬가지다. 고용촉진사업을 더 활성화해야 한다. 품질도 높여야 하고.

또 불공정거래 문제가 있다. 이 관행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거래에서 많이 나타났다. 이런 것을 없애기 위해서 우리가 협의체에 모여서 얘기하는 게 노동의 양극화를 줄이는 방법으라고 본다. 양극화를 줄이는 것은 일자리 창출, 실업문제하고도 직결된다.”

노사관계에도 투자가 필요하다

갈등동반자관계에서 사업동반자관계로 가는 과정에선 노동자의 참여가 중요한데, 숙련이나 작업장혁신 등 노동자들이 참여해 생산성 향상에 나서야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경영계의 인식전화도 필요합니다. 이런 사업동반자관계로 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이론적으로 봤을 때는 사업이 있어야 한다. 사업이 있어야 사업동반자가 가능하다. 산업사회 초기 사업동반자관계는 자본을 매개로 형성되는 것이 전통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공동출자로 합작투자, 조인트 벤처, 이렇게 이뤄졌다. 이제는 자본을 매개로 한 동반자관계 말고, 노동을 제공하는 동반자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종래 노동은 원가구성요소로 보고 자본으로 보지 않았다. 비용을 절감해야 할 것으로 봤다. 노조도 사용자도 중요한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 앞으로는 점점 노동이 중요한 자본, 밑천이 될 것이다. 종래에는 자본이라 하면 머니캐피탈만 생각했는데, 요새는 휴먼캐피탈, 소셜캐피탈처럼 캐피탈 개념이 달라진다. 경영을 하는 데 있어 돈만 가지고는 안 되고 사람이 밑천이 된다.

좀 더 이론적으로 말하면 이젠 사람은 항상 자산이동적 부채다. 인적자원이 자산화된다는 말이 무엇인가. 인간과 기술의 결합이다. 이 기술이라는 건 하드웨어적인 측면이 아니다. 인간에게 체화된 능력이 기술이다. 앞으로 점점 지식기반사회, 인적기반사회가 될 것이다. 그 기술은 어디서 나오는가? 사람한테서 나온다. 이게 휴먼캐피탈 시대라는 것이다.

좀 더 나아가면 소셜캐피탈이다. 밑천이 달라지고 노동의 개념이 달라지는 것이다. 노동은 중요한 자본이고 캐피탈이다. 종래의 서로 돈 내는 파트너십 대신 이제 노동도 중요한 자본, 파트너로 들어가기 시작하고 파트너십이 형성된다면, 이렇게 이뤄지는 노사관계를 동반자관계라고, 소셜파트너십이라고 한다.

사실 우리 노사정위원회도 노, 사, 정의 소셜파트너십, 동반자적 관계 아닌가. 앞으로 그런 관계로 가야 하는데, 그러려면 사업이 있어야 한다. 그 사업이 돈 버는 사업도 있겠지만, 노사가 이해를 같이 하고, 이 문제에 대해 같이 머리를 맞대고, 사업동반자로 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 고민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제시되는 사업들이 작업장 혁신, 일자리 창출, 산업안전 문제, 교육훈련 문제, 근로자복지 문제, 회사의 조직규율 문제 이런 게 많이 나오는 것이다. 이런 사업을 통해서 동반자관계를 만들면 거기에 따라 부가가치가 증가될 것이 아닌가.

그걸 통해서 성과를 도출시키고. 성과를 측정하는 데는 경제적 성과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성과도 중요하다. 그래야 지속적으로 발전한다. 성과도출과 함께 반드시 공정하게 배분해야 한다. 이것이 이뤄질 때에 동반자관계가 이뤄지게 된다. 같이 사업하자고 해놓고 한 사람만 이익 챙기면 사업이 파탄나지 않나. 노사관계도 마찬가지다. 지금 경영공동체와 더불어 노사공동체에서 중요한 것이 성과도출, 공정배분 문제다.”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공정배분, 성과도출, 파트너십 모두가 노사 신뢰의 문제인데 아직도 한국사회의 노사관계는 후진적인 관계인 것 같습니다. 신뢰회복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바로 거기서 나오는 게 ‘소셜 캐피탈’이다. 캐피탈이 발전하려면 돈만 있어서도, 인적자본 즉 사람만 있어서도 안 된다, 그걸 엮어주는 게 있어야 한다. 그게 바로 사회적 자본, 소셜캐피탈이다. 그 사회적 자본의 출발점이 신뢰다.

그런데 신뢰는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다. 신뢰를 형성시키려면 공감대를 나눌 수 있는 일거리가 있어야 한다. 신뢰도 안 됐을 때는, 신뢰를 형성시키는 연습을 해야 한다. 부부간에도 젊었을 때나 싸우지 나이 들어서는 신뢰가 형성되고 그러지 않나. 우리나라는 노사관계뿐 아니라 모든 것에서 신뢰 형성이 안 돼 있다. 소셜캐피탈이 약하다.

한 나라 경제가 발전하고 선진국에 진입하려면 경제, 물질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 문화적인 인프라도 필요하다. 전기, 수도, 가스, 항만 같은 인프라를 경제적인 인프라라고 하면, 신뢰, 질서, 정치, 교육, 문화를 사회적 인프라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사회적 인프라가 후진적이다. 법과 질서를 안 지켜도 되는 나라라고 생각한다. 중동 같은 데도 석유로 돈을 벌지만 선진국이라고 말하지 않지 않나.

노사관계도 사회적 인프라에 들어간다.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선 신뢰사회를 구축해야 하고, 신뢰사회 구축이 안 된 상태라면 이것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런 사회를 ‘선 협력사회(pre-cooperative society)’라고 한다. 협력사회가 안 됐을 때는 협력사회 전 단계, 선 협력사회부터 시작해야 한다.

협력이라는 것도 수준이 돼야 한다. 선진국끼리는 협력이 잘 된다. 그 다음이 선진국과 후진국 간이고, 제일 안 되는 것이 후진국끼리다. 지금 협력사회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수준이 올라야 하고 투자를 해야 한다. 소셜 인프라에도 투자해야 하고 마찬가지로 노사문제에 대해서도 투자를 해야 한다. 신뢰관계 구축, 소셜캐피탈 형성, 이런 걸 어떻게 하느냐, 이런 게 중요하다.

우리 동반자관계는 좀 엉성한 동반자관계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짜여진 게 아니고. 이번에 노조전임자 문제, 복수노조 문제도 부분적으로 구멍이 나고 있다. 그것 때문에 전부 안 된다고 하면 안 되지만.”

고령자에 일거리 만들어 줘야

지난번 노사정위원회가 주최한 대중소기업 상생토론에 놀랍게도 민주노총이 참여했습니다. 상무위원회는 참여를 못한다 하더라도 사안별로 민주노총이 참여함으로써 노사정위원회가 완전한 모습을 갖추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해봅니다. 위원장님은 향후 민주노총의 참여를 어떻게 끌어낼 생각이십니까?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기구에 참여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민주노총 자체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전체 노사관계의 전개과정을 볼 때.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걸 위해서 우린 노력해야 한다. 현재 민주노총 쪽에서도 대화를 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우리도 노력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참여하는 것이 좋고 참여하도록 노력해야 하지만, 민주노총 참여가 사회적 대화기구의 목적의 전부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민주노총 참여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걸 노사정위원회의 전체 목적으로 생각하면 주객이 전도되는 것이다.”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5년이 되면 30% 이상이 60대 이상 인구라고 합니다. 은퇴자를 사회가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노사정위원회에서도 계속 논의되는 것인데, 향후 고령화 사회를 대비하기 위한 노사정위원회의 복안은 무엇입니까?

“노사 분쟁 중심의 사회적 대화도 필요하겠지만, 일반 예방적 측면에서도 이것(고령화 사회 대책)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다. 고령화 사회가 되는 건 피할 수 없다. 문제가 심각하다. 그 인력이 소비적 성격에 머무른다면 나라가 절단난다.

그 인력을 어떻게 생산적으로 바꿀 것인가. 그러려면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 여기에 대해 선진국에서도 많은 연구와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65세 이상이 고령자인데, 당장 급한 문제가 베이비붐 세대다. 50대부터 65세까지가 문제다. 이 사람들은 연금도 얼마 안 되고, 옛날엔 60대까지 정년도 보장되고 했는데 이젠 50되면 언제 쫓겨날지 모른다. 지금 베이비붐 세대부터 지금 이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이런 문제야말로 사업동반자적 이슈가 될 수 있고 논의를 해야 한다. 앞으로 사업이 계속 나타날 것이다. 생산적 영역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뭐가 있느냐, 특히 서비스산업 분야에서 이들을 필요로 하는 곳이 생길 거다. 중소기업이 앞으로 고용을 늘려야 할 건데, 지금 우리에게 청소년, 여성인력, 장애자, 고령자 같은 취약계층 일자리가 중요한 문제다.

이 사람들에게 일거리를 주면서 기존의 하는 일을 그대로 연장시키도록 한다면 갈등관계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다행히 들여다보니까 청소년과 고령자는 사실 하는 일이 다르다. 새로 생기는 일이 있고, 사라지는 일이 있는데, 지금 사라지는 추세의 일이 50대 이상이 하고 있다. 그래서 중복이 안 된다.

또 서비스분야에서 직무가 계속 개발돼야 하는데 여기서 고령자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나올 것 같다. 그래서 지금 사업개발, 능력개발, 교육훈련개발 등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