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발효 4년 뒤 자동차 관세철폐
한미FTA 발효 4년 뒤 자동차 관세철폐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1.01.0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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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비·온실가스·안전 기준 완화
특별 세이프가드 도입·스냅백 조항 유지돼
[특집]한미FTA 시대, 자동차산업의 길을 묻다 ① 무엇이 달라지나?

ⓒ 참여와혁신 포토DB
자동차산업은 현대 기술의 복합체로 한 나라의 산업의 발전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일컬어진다. 실제로 자동차를 생산하는 나라는 많으나 설계에서부터 완성차 생산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기술력을 갖춘 자국 브랜드를 보유한 나라는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한국 등 소수에 불과하다.

지난해 부품을 포함한 한국 자동차산업의 총 수출액은 532억 달러로 추산되는데, 이는 전체 수출의 11.4%를 차지한다. 또 자동차산업이 직·간접적으로 고용하고 있는 인원은 모두 150여만 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고용의 약 10%를 차지한다.

한미FTA가 발효되면 이처럼 국내 산업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자동차산업의 환경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관세철폐 시기 늦춰져

지난해 12월 3일 타결된 한미FTA 추가협상에서 한국은 2007년 타결 당시 합의내용보다 자동차 분야를 양보했다고 이야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런 양보를 비판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2007년 합의에 비교하는 대신 한미FTA가 발효되지 않을 경우와 비교해야 한다는 반박도 나오고 있다. 한미FTA가 실제로 발효되면 무엇이 변하는 것일까?

이번 추가협상 중 자동차 분야에서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관세철폐 시기가 2007년에 합의한 것보다 늦춰졌다는 점이다. 2007년 합의 당시 FTA가 발효되면 즉시철폐 또는 2년간 균등 철폐키로 돼 있던 승용차 관세는 추가협상 결과에 따라 4년 후 철폐로 늦춰졌다.

올해 양국 의회에서 한미FTA 비준동의안이 통과돼 2012년 1월 1일부터 한미FTA가 발효된다는 가정 아래서 관세가 어떻게 변화되는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승용차의 경우 한국은 현행 8% 관세에서 2012년 1월 1일부터 2015년 12월 31일까지 4% 관세를 적용하고, 2016년 1월 1일부터 무관세를 적용하게 된다. 반면 미국은 2015년 3월 31일까지 현행 2.5% 관세를 유지하다가 2016년 1월 1일부터 무관세를 적용하게 된다.

전기차의 경우 한국은 2012년 1월 1일부터 현행 8% 관세를 4%로 낮추고, 이후 매년 1%p씩 인하해 2016년 1월 1일부터 무관세를 적용하게 된다. 미국은 2012년에는 2.5% 관세를 유지하다가 매년 0.625%p씩 인하해 2016년 1월 1일부터 무관세를 적용한다.

또 화물차의 경우, 한국은 2012년 1월 1일 발효 즉시 현행 10% 관세를 철폐해 무관세를 적용한다. 그러나 미국은 현행 25%의 관세를 2018년 12월 31일까지 7년간 유지한 후, 2019년부터 해마다 8.33%p씩 관세를 인하해 2021년 1월 1일부터 무관세를 적용한다.

비관세 조건들도 이번 추가협상에서 2007년 합의보다 완화됐다. 2007년 합의에서는 6,500대 이하를 판매하는 미국 제작사에 대해 자국 안전기준 충족 시 국내 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인정했으나, 이번 추가협상에서는 그 기준이 25,000대 이하로 완화됐다.

한편 우리나라는 2015년까지 연비 17㎞/ℓ, 온실가스 배출 14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한미FTA가 발효되면 연간 한국 판매량이 4,500대 이하인 미국의 자동차업체는 연비 14.3㎞/ℓ, 온실가스 166.6㎏/㎞만 충족하면 된다.

ⓒ 참여와혁신 포토DB
자동차만 적용되는 세이프가드 도입

세이프가드는 관세인하 또는 관세철폐로 인해 어느 한 당사국의 산업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경우, 해당국이 긴급히 수입을 제한함으로써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는 제도다. 2007년 합의 당시에는 일반 세이프가드만 규정돼 있었다. 그러나 이번 추가협상에서는 자동차 분야에만 적용되는 특별 세이프가드(이하 자동차 세이프가드)를 도입키로 결정했다.

자동차 세이프가드 발동절차는 한EU FTA 일반 세이프가드의 요소를 반영해 결정됐다. 이에 따르면 자동차 세이프가드는 관세를 완전히 철폐한 후 10년간 발동할 수 있다. 2016년 1월 1일부터 관세가 완전히 철폐될 경우, 2025년 12월 31일까지 발동할 수 있다. 발동되면 FTA 이전의 관세(승용차의 경우 한국 8%, 미국 2.5%)를 최장 4년까지 부과할 수 있다. 자동차 세이프가드가 적용되는 기간 동안에는 관세를 점진적으로 다시 낮춰줄 의무가 없으며, 심각한 피해의 기준은 명확하게 정의돼 있지 않은 상태다.

한편, 협정이행의무를 강제하는 스냅백 제도와 관련해서는 한국과 미국의 이야기가 엇갈리고 있다. 스냅백(snap-back)은 약속한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부여한 관세혜택을 일시적으로 철회해 대응하는 무역보복조치의 일종이다.

스냅백 제도는 지난 2007년 합의 당시 도입됐다. 당시 합의문에는 한국의 협정 위반으로 미국 자동차업계가 피해를 입었을 경우, 미국이 2억 달러의 관세를 한국산 승용차에 부과할 수 있도록 돼 있었다. 이때 협정을 위반하는 경우는 물론 기대이익이 무효화 및 침해되고 심각하게 판매 및 유통에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될 경우도 미국 자동차업계의 피해에 포함돼 있어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그런데 이번 추가협상에서 미국 협상대표단은 “한국의 협정이행의무를 다수 분야에서 실질적으로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한 반면, 한국 통상교섭본부는 “미국이 화물자동차에 대한 스냅백 적용, 스냅백 발동요건 해석 완화 등 분쟁해결 절차를 강화하자고 요구했지만 거부했다”고 밝히고 있다.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고는 있지만 2007년에 합의한 스냅백 제도가 최소한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세제와 관련해서는 2007년 합의내용이 유지된다. 2007년 당시 한국은 배기량에 따라 800㏄ 이하 면제, 800~2,000㏄ 5%, 2,000㏄ 초과 10%로 나눠 특별소비세를 부과하고 있었다. 당시 합의에서는 이를 1,000㏄ 이하는 면제하고, 2,000㏄ 초과 차량은 발효 시 8%를 부과하고 3년 후 5%로 인하키로 했다. 이렇게 개편되면 기존 3단계이던 특별소비세율은 2단계(1,000~2,000㏄는 5%로 유지)로 변경된다.

또 2007년 당시 800㏄ 이하, 800~1,000㏄, 1,000~1,600㏄, 1,600~2,000㏄, 2,000㏄ 초과로 나누어 각각 ㏄당 80원, 100원, 140원, 200원, 220원을 부과하던 자동차세는 FTA 발효 후 1,000㏄ 이하 80원, 1,000~1,600㏄ 140원, 1,600㏄ 초과 200원으로 단계를 축소해 부과키로 했다.

한편, 자동차부품의 경우 한국산 자동차부품에 붙는 4%의 관세는 한미FTA가 발효되는 즉시 철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