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폐쇄 통한 노조파괴, 법 개정으로 막아야”
“직장폐쇄 통한 노조파괴, 법 개정으로 막아야”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1.06.0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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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에 의한 쟁의행위’ 아닌 ‘집단적 근로 수령 거부’
파업 참가 조합원 아닌 미참가 조합원이 대상

▲ 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실과 민주노총의 공동주최로 열린 ‘유성기업 사태를 통해 본 공격적 직장폐쇄와 노조파괴’ 토론회에서 금속노조 김호규 부위원장(맨 오른쪽)이 발언하고 있다. ⓒ 박석모 기자 smpark@laborplus.co.kr
공격적 직장폐쇄라는 의심을 받고 있는 유성기업의 직장폐쇄가 22일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제도의 취지에 맞게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실과 민주노총의 공동주최로 열린 ‘유성기업 사태를 통해 본 공격적 직장폐쇄와 노조파괴’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민주노총 법률원 권두섭 원장은 “직장폐쇄 제도의 허용 근거, 취지에 맞도록 법을 개정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쟁의행위 정의 조항을 수정하고, 직장폐쇄 이후 사업장 배제효과가 없음을 명확하게 규정해야 하며, 직장폐쇄와 동시에 수반되는 용역깡패의 배치를 금지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항성·방어성 있어야 정당한 직장폐쇄

현재 직장폐쇄와 관련된 법률조항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조법)에 명시된 것이 전부다. 이에 따르면 직장폐쇄는 노조의 쟁의행위에 따른 사용자의 쟁의행위로 규정돼 있다.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중략)
6. “쟁의행위”라 함은 파업·태업·직장폐쇄 기타 노동관계 당사자가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와 이에 대항하는 행위로서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를 말한다.

(중략)

제46조(직장폐쇄의 요건)
①사용자는 노동조합이 쟁의행위를 개시한 이후에만 직장폐쇄를 할 수 있다.
②사용자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직장폐쇄를 할 경우에는 미리 행정관청 및 노동위원회에 각각 신고하여야 한다.


권 원장은 이 같은 노조법 조항과 대법원 판례를 들어 “직장폐쇄는 노동자 측의 쟁의행위에 대한 대항수단으로 인정된 것이며, 특별한 태양의 쟁의행위 때문에 사용자가 현저하게 불리한 압력을 받는 경우에 이런 압력을 임금 부담의 경감 등으로 완화하는 방어적 수단으로 인정되는 것”이라며 대항성과 방어성을 충족해야 직장폐쇄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해석했다.

권 원장은 또 “직장폐쇄는 임금지급의무를 면하기 위해서 이뤄지는 것이므로 쟁의행위에 참가하지 않고 근로를 제공함으로써 임금청구권을 가지고 있는 노동자에 한정된다”며 “파업 참가 조합원에 대해서만 직장폐쇄를 하고 비조합원, 파업 미참가 조합원 등을 통해 조업을 계속하면서 용역깡패를 동원해 파업 참가 조합원들을 사업장으로부터 배제시키는 부분적 직장폐쇄는 개념 자체로 성립이 불가능하고 정당성을 상실한 직장폐쇄”라고 지적했다. 파업 참가 조합원에 대한 임금지급의무는 ‘무노동 무임금’에 따라 이미 면제되고 있다는 것.

이에 따라 권 원장은 “유성기업의 직장폐쇄는 방어성을 상실해 정당성이 없음이 명백하다”고 규정했다.

공격적 직장폐쇄는 불법

하지만 현실에서는 대부분의 직장폐쇄가 “직장폐쇄 제도의 허용 취지와는 무관하게 파업 참가 노동자들을 사업장으로부터 배제해 노조의 파업을 무력화하고 사용자의 요구사항을 관철시키며 나아가 노조를 와해시키는 목적으로 직장폐쇄가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 권 원장의 지적이다. 따라서 “직장폐쇄 제도의 허용 근거와 취지에 맞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유성기업의 사례에서는 권 원장이 지적한 직장폐쇄의 문제점들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5월 17~18일 이틀에 걸쳐 실시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78.2%의 찬성으로 파업이 가결되자, 유성기업지회는 18일 주간조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오후 1시30분부터 2시간가량 조합원 간담회를 진행한 후 업무에 복귀했다. 공식적으로 파업을 선언하지도 않았고, 야간조 조합원들에게 파업지침을 내리지도 않았지만, 유성기업은 주간조 조합원들이 진행한 조합원 간담회를 부분파업으로 보고 당일 저녁 8시부로 조합원에 한해 직장폐쇄에 돌입했다. 이어 유성기업은 용역인력을 동원해 당일 밤 10시부터 근무가 시작되는 야간조 조합원들의 출입을 막았다.

또 직장폐쇄 후인 5월 19일, 유성기업지회는 아산공장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현대자동차 구매관리본부장 소유의 차량에서, 유성기업이 5월 11일자로 작성한 ‘유성기업(주) 쟁의행위 대응요령’이라는 대외비 문서를 입수했다. 이 문서에는 직장폐쇄와 관련한 계획이 명시돼 있지만, 이 문서를 작성하던 당시에는 유성기업지회가 쟁의행위 찬반투표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따라서 유성기업은 유성기업지회의 쟁의행위와 동시에 직장폐쇄를 단행하고 정문을 봉쇄해 조합원들의 출입을 막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 현행법에서 허용되지 않은 공격적 직장폐쇄에 해당된다고 노동계는 해석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참석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김선수 회장도 “직장폐쇄는 ‘근로제공에 대한 집단적 수령 거부’라는 정의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 “‘비조합원 등 쟁의행위 미참가자의 조업행위를 허용하는 부분적 직장폐쇄는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등의 조항을 통해 공격적 직장폐쇄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 KEC지회, 대학노조 한양대지부, 춘해보건대지부 등의 직장폐쇄 사례가 발표되기도 했다. 발표자들은 이들 사례가 모두 “노조를 탄압하고 와해시키기 위한 공격적 직장폐쇄에 해당된다”며 “직장폐쇄 조항을 노조법에서 삭제하거나 노조 탄압 및 와해 수단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요건을 강화하고, 불법적인 직장폐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