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권이 공격권으로 바뀐 직장폐쇄
방어권이 공격권으로 바뀐 직장폐쇄
  • 오도엽 객원기자
  • 승인 2011.07.0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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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기업 50일, 조계사에서 만난 노동자들

▲ 유성기업 수배 노동자들이 조계사에 들어와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 오도엽 객원기자 dyoh@laborplus.co.kr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을 뒤흔든 기업이 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연봉 7천만원 노동자를 들먹이며 울분(?)을 토했다. 언론들은 당장 한국 자동차산업의 위기가 올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노동자에게 쉽게 내주지 않았던 신문 1면에 아낌없이 기사를 썼다.

주인공은 누굴까? 대규모 공업단지에 있는 대기업 노동자가 아니다. 지방 소도시에 자리하여 고작 몇 백 명이 일하는 중소기업이다. 2만 개가 필요한 자동차 부품 가운데 고작 한두 개를 납품하는 기업, 이 기업의 노동자들이 뉴스메이커가 되었다.

서울 조계사 대웅전 곁에 푸른 천막이 있다. 이곳에서 밥을 굶고 있는 노동자가 있다. 오십 일 전 자동차 산업의 다크호스처럼 떠오른 유성기업의 노동자다.

유성기업은 아산과 영동에 공장이 있다. 지난 5월 18일 아산공장에서 파업을 했다. 단 2시간의 부분파업. 회사는 민첩했다. 파업이 지속된 것도 아닌데, 당일 오후 6시에 직장폐쇄를 하고 야간 근무를 위해 출근하려는 노동자를 막았다.

(인터뷰는 유성기업 직장폐쇄 50일째가 되는 7월 6일 조계사 단식 농성장에서 이뤄졌다. 단식 8일차를 맞이한 이구영 영동공장 지회장, 엄기한 아산공장 부지회장 대신 농성장에 함께 하고 있는 영동공장 김선혁 씨와 주로 이야기를 나눠다.)

왜 파업을 했나?

주간연속2교대제 때문이다. 2009년에 ‘2011년부터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시행하기로 노사가 합의 했다. 그래서 2011년도 1월부터 특별교섭에 들어갔다. 노동조합은 11차 교섭을 했다. 사측은 말 돌리기 식으로 노동조합이 제시하는 안들을 받지 않았다. 충남지방노동위에서 조정중지 결정이 떨어졌다. 그래서 아산 영동 조합원들 파업 찬반투표를 거치면서 파업이 78%로 가결이 됐다.

파업이 가결된 날 아산에서는 2시간 부분 파업을 했다. 영동공장은 파업이니 쟁의행위가 일체 일어나지 않았다. 18일 오후 6시에 아산 공장 직장폐쇄가 이뤄졌고 그런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파업이 되어 버렸다. 파업을 하기 위해서 파업을 한 것이 아니라 사측에서 직장폐쇄를 해버리니까 그게 파업이 된 거다.”

왜 주간연속 2교대제를 요구했나?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현재 연 평균노동시간이 이천사백 시간을 넘는다. 이천사백에서 육백 시간 정도다. 영동공장 아산공장에서 과로사로 죽은 사람들이 있다. 2009년 이후에만 야간노동으로 4명이 목숨을 잃었다. 심혈관계 질환, 우울증,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과로 때문이다. 우리 조합원들이 주간 야간 교대 근무를 함으로써 수면 장애, 우울증, 뇌신경계 질환, 간장 질환, 신장질환 해서 질환들을 갖고 있는 분들이 한 70% 이상이다.

아, 이거는 야간 노동을 해서 야간 심야수당을 받는, 돈 버는 문제가 아니다. 건강한 노동을 해서 우리의 가정을 더 오래, 가족과 함께 지내는 것이 더 인간적인 삶이 아니냐. 그렇게 해야 된다는 조합원들의 열망들이 있었다. 조합원들과 대화, 설문지 조사, 기타 자료들을 조사하니까 90% 이상이 주간연속2교대제를 원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회사도 2009년도에 합의도 했는데, 사측 입장이 확 돌아섰다. 낮에 일하고 밤에 잠 좀 자자는 소박한 요구였다.”

유성기업 노동자 평균 근무시간은 한국 자동차산업 연 평균근로시간(2,304시간, 2007년 기준)보다 높다. 독일의 1,350시간과는 비교가 되지 않고, 일본의 2,072시간보다도 월등히 높다. 유성기업 3교대 근무자의 초과근로시간은 월 평균 70시간이 넘는다. 이는 2010년 4분기 우리나라 300인 이상 제조업체 상용직 월 평균 초과근로시간 30.6시간의 2배를 훨씬 넘는다. 주야 맞교대 근무자는 59.8시간의 초과근무를 한다. 일반 제조업 상용직의 2배에 육박한다.

실제 월급이 얼마인가?

2001년도 입사했다. 10년 됐다. 심야근무를 포함한 각종 수당해서 연봉이 4,900만 원 정도다.”

초과근로는 얼마 정도한 건가?

월 70시간 한다. 기본급은 일급으로 48,500원이다.”

2010년 8월 기준 조합원 559명의 평균 연봉은 5419만6800원이다. 기본급은 171만9900원이다. 통상수당 32만700원, 상여금 144만9200원 이외에 심야수당을 포함한 초과근로수당이 89만1400원, 주택수당 1만5000원, 주휴수당 9만5500원 등이 포함됐다.

유성기업 노동조합은 지난 6월 14일 파업을 중단하고 공장으로 복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직장폐쇄는 계속된다.

장관 대통령도 나서서 연봉 7천만원이라고 했다?

그래서 유성기업 사장이 지금 현재 노동조합과 교섭을 못하는 것 같다. 대통령을 거짓말 시키지 않으려면 노동자들한테 연봉 7천만원을 맞춰줘야 되기 때문에 교섭을 못하는 것 아닌가?(웃음) 유성기업 노동자 평균이 5,400만원 정도다. 20년 이상 근무한 분, 25년 된 기능장이…, 25년 30년 다니신 분들의 연봉 7천만원, 그걸 많다, 라고 표현하는 게 맞는가?

파업이 시작되자 현대차 라인 끊어진다, 손실액이 얼마다, 연봉 칠천만 원짜리 사람들이 파업을 하느냐, 이럴 때는 조중동이 난리를 치고, 일면에 도배를 했다. 요거 딱 넘어가고 난 뒤로 단 한줄도 나오지 않는다. 국회에서 업무복귀 선언했는데도 조중동에서는 한 줄도 안 나왔다.”

파업이 끝났는데, 왜 공장으로 돌아가지 않는가?

처음에 직장폐쇄가 떨어지고 했을 때는 단순히 회사 이야기처럼 주간연속2교대가 진행될 때 생산물량을 해소하기 힘든 조건들 때문에 노동조합에서 이런 부분들을 회사 입장에서 고민해주고 생각해줘야 되는 거 아니냐, 이런 의미로 생각했다. 회사는 선별적으로 입맛에 맞는 사람들만을 복귀시키겠다고 한다. 일하겠다고 해도 복귀시켜주지 않는다.”

직장폐쇄는 사용자의 방어권 아닌가?

방어권이 공격권으로 바뀌었다. 직장폐쇄가 유행처럼 각 지역마다 하나씩 하나씩 터져 오면서 (금속노조가) 적절이 대응도 못하고 다들 깨져 나갔다. 그러면서 민주노총이나 금속노조도 위축되었다. 하나로 힘을 묶어내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생기면서 거의 상급단체에서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단위 사업장이 개별적으로 돌파해내기란 워낙 어렵다. 거대자본들과 정부, 기관, 경찰까지 합작해서 탄압하는 조건에 어려움이 많다.”

▲ 농성 천막 안에서 책을 읽고 있는 이구영 지회장 ⓒ 오도엽 객원기자 dyoh@laborplus.co.kr
이때 하얗게 타들어가는 입술로 인터뷰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이구영 지회장이 한마디 한다.

“공장이 돌아가면 자연스럽게 직장폐쇄를 철회해야 되는데, 버젓이 용역깡패들하고 컨테이너로 (출근자를) 가로막고 있다. 이거 불법인데, (회사는) 돈으로 다 해결하겠다는 거야. 회사의 불법을 처벌할 수 있는 거는 벌금뿐이란다. 우리나라 법이. 노동자는 구속을 시키고 사용자한테는 징계할 수 있는 방법이 벌금이란다. 벌금. 돈으로 다 때우겠다는 심정으로 노동부에서 행정지도를 내려도 (회사는) 안 듣고, 나중에 돈으로 벌금 내겠다는 식으로 버티는 거다.”

선별적 복귀가 무엇인가?

회사는 노동조합한테 진실성이라는 단어를 계속적으로 사용을 한다. 그 진실성을 어떻게 보여줘야 되느냐고 물었을 때, 진실성은 농성을 풀고 집에 들어가 있으면 사측에서 전화로 오라는 날짜에 개별면담을 통해서 복귀를 판단하겠다. 이게 노동조합에서 (회사에) 보여줄 수 있는 진실성이다. 뭐 이런 맥락이다.

선별적 복귀라고 하는 것은 이미 전원을 복귀시키지 않겠다는 거다. 회사에서 이야기하는 부당한 조건들을 정확하게 제시하고 좀 잘못된 거 아니냐는 입바른 소리를 하는 사람들은 (공장에서) 제거를 하겠다는 거다. 정리해고 하겠다는 의도가 정확하게 숨어있다. 우리 회사가 현재는 정리해고 요건은 안 된다. 정리해고 요건은 기업이 계속적으로 만성 적자가 있어야 되는 거고, 경영상의 엄청 중대한 원인이 있어야 되는데, 우리 회사는 알다시피 계속 흑자회사다. 지금 경영상에 큰 문제도 없는 상황이다.

그러면 어떻게 정리하겠는가? 어째든 회사에서는 계속적인 선별복귀라든가 이런 것들을 통해서 한 명씩 한 명씩 정리하겠다는 거다. 어째든 노동조합을 없애겠다는 의도라고 바랄 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노동조합에서는 선별복귀가 아닌 일괄 복귀를 하자고 요구한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주간2교대 교섭으로 이 문제가 발생했지만 지금 주요 쟁점은 2교대가 아닌 현장 복귀가 되어버렸다. 현장복귀가 되어서 지금까지 처자식들과 함께 꾸려나온 가정이 파탄 나지 않고 다시 원활한 가족생활을 만드는 게 첫째 목적이다.”

노동자들이 파업을 중단하고 공장으로 돌아가겠다고 하지만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파업을 멈추고 출근하겠다는 노동자들은 정문 앞 컨테이너와 용역경비에 막혀 있다. 회사는 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 회사가 선별 복귀시킬 테니 집에서 기다리란다. 2명의 조합원이 구속되고, 4명은 체포영장이 떨어졌다. 단식 농성 중인 이구영 지회장과 엄기한 부지회장도 쫓기는 몸이다. 두개골이 함몰된 조합원을 비롯해 숱한 이들이 다쳤다. 부상자 가운데 용역경비도 경찰도 있다. 직장폐쇄가 풀린다 할지라도 노동자들이 모두 공장에서 일한다 할지라도 주간연속2교대제가 실시되어 밤에 잠을 잘 수 있다 할지라도, 이미 지울 수 없는 상처를 가슴에 안고 살아갈 것이다.

어서 공장 문이 열리고,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시간이 한시라도 빨리 오기를 바란다. 조계사의 범종 소리가 깊고 애절하게 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