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창구단일화 안착? 현장은 ‘노’
교섭창구단일화 안착? 현장은 ‘노’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1.10.0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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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7월 이후 현장 상황은 심각
기존노조-신설노조 사이 노노갈등도 가시화
ⓒ 한국노총

7월 1일 사업장단위 복수노조 허용과 함께 도입된 교섭창구단일화 제도가 안착 중이라는 정부의 발표와는 달리, 현장에서는 갖가지 문제점을 낳고 있다고 노동계가 비판하고 나섰다.

한국노총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사측 지배개입에 의한 복수노조 설립 사례 증언 및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이와 같이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택시사업장의 조직인 영광운수분회, 우일운수분회와 공공연맹 전국톨게이트노동조합, 공공연맹 미트원지부의 대표자들이 자리해 사례들을 증언했다.

이날 증언에 참석한 대표자들은 가장 흔한 사례로 사용자가 기존 노조를 배제하고 개별 면담과 회유를 통해 신설 노조로 가입을 유도해서 교섭창구단일화 제도를 악용해 교섭권을 제한하는 경우를 들었다.

또한 택시사업장의 경우 신차 배차권, LPG 충전 티켓 지급 등을 이용해 차별과 회유를 일삼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그밖에 사용자의 지배개입 의혹이 있는 28개 복수노조 사업장에 대한 사례를 모아 고용노동부 복수노조 위법행위 신고센터에 부당노동행위로 고발할 예정이다.

또한 교섭창구단일화 제도를 폐지하고 자율교섭을 보장하기 위해 조직적, 정치적 총력투쟁에 나설 것임을 밝히기도 했다.

서울톨게이트의 복수노조, 노-노 갈등도 우려

고속도로 서울톨게이트에는 복수노조가 설립돼 있다. 원래 톨게이트의 운영은 한국도로공사가 직영으로 맡아 왔으나 지난 2009년 외주화됐다.

2008년 11월에 설립된 전국고속도로영업소노조 서울지부는 외주화 이후 2010년 3월 전국톨게이트노조 서울지부(지부장 박선복, 이하 톨게이트노조 서울지부)로 조직명을 바꾸고 한국노총 공공연맹에 가입했다.

올해 7월 14일에는 기업별노조인 아팩스-서울노조(위원장 오대임)가 설립됐으며, 9월 현재 조합원 수는 아팩스-서울노조 80명, 톨게이트노조 서울지부 55명 규모이다.

톨게이트노조 서울지부는 아팩스-서울노조의 설립에서부터 사용자가 지배개입했으며 교섭창구단일화 제도를 악용해 기존 노조의 교섭권을 제한하는 극명한 사례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선복 지부장은 “외주업체인 아팩스-서울이 톨게이트 운영을 맡으며 기존 노조를 약화시키기 위해 2009년 2월 상조회를 결성했고, 올해 신설된 노조는 이 상조회가 노조로 이름을 바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아팩스-서울노조 오대임 위원장은 “한국도로공사가 직영으로 운영할 당시부터 상조회 조직은 존재하고 있었으며 노조 설립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오 위원장을 비롯해 노조의 지도부는 기존의 톨게이트노조 서울지부에 가입하지 않은 이들로 구성돼 있으며, 조직이 확대되면서 상당 수의 조합원들이 가입노조를 바꾼 상태이다.

이에 대해 톨게이트노조 서울지부는 “사측이 업무배치 등에 차별을 가하면서 기존 노조를 탈퇴하고 신규 노조에 가입하도록 회유하고 있다”며 “통행료를 수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기피하는 출구 업무의 경우 기존 노조의 조합원들에게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톨게이트노조 서울지부가 공개한 업무배치현황에 따르면 9월 현재 조합원 55명 중 46명이 출구 업무에 배치돼 있으며, 상대적으로 선호하는 사무실 업무자는 한 사람도 없다. 이와 같은 내용을 담아 톨게이트노조 서울지부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향후 접수할 예정이다.

전국톨게이트노조 송미옥 위원장은 “신규 노조의 경우 설립 단계에 있어서나 임금 교섭 등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사측과 긴밀히 연계된 어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아팩스-서울노조 오대임 위원장은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노조 설립이나 교섭 등을 진행하며 절차적 문제에 대해선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을 비롯해 법무사 등 여러 곳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며 “기존의 노조가 활동하는 부분에 대해서 불만을 갖고 있던 직원들도 상당히 많았고, 무엇보다 상급단체와 엮이지 말고 스스로 해나가자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오랜 시간 준비해 새 노조를 설립한 것”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