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도 조용하지는 않다
2012년도 조용하지는 않다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2.01.03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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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대선 앞두고 노사 단체 입장 엇갈려
노사·노노간 입장, 사안마다 극명한 대립
신년 특집 2012년 노사관계 전망 ① 총괄

2012년 임진년이 밝았다. 해마다 연초가 되면 그 해 노사관계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가 관심을 끌기 마련이다. 이에 <참여와혁신>은 노사 각 단체 대표자들에게 올해 노사관계를 전망해 달라는 질문을 던졌다. 당초 대면 인터뷰로 진행코자 했으나, 대표자들의 바쁜 일정으로 인해 정연수 국민노총 위원장을 제외하고는 서면 인터뷰로 대체됐다.

2011년, 안정 vs 악화

올해 노사관계를 전망하기에 앞서 우선 지난 한 해 동안의 노사관계를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물었다. 각자가 처한 입장에 따라 사뭇 다른 평가가 나왔다.

지난해를 “최악의 한 해로 기억될 듯하다”는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나 “모든 것이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는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사·노정관계에서 정부·경영계와 갈등을 반복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반해 정연수 국민노총 위원장은 “다소 혼란스러웠지만 노사문화가 성숙돼 가는 시기였다”고 지난 한 해를 평가했다. 물론 국민노총이 지난해에 비로소 출범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는 대립과 갈등을 넘어선 상생협력의 노사관계를 추구하는 국민노총의 방향과도 맞닿아 있는 평가이기도 하다.

김영배 경총 상임부회장은 “노사분규와 근로손실일수가 줄어드는 등 통계상 나타나는 지표”를 들어 “2011년 노사관계는 전반적으로 안정됐다”고 평가했다. 정연수 위원장이 “노사문화가 성숙돼 간다”고 말한 것을 지표로 확증한 셈이다.

평가가 이렇게 갈리는 것처럼, 지난해에 일어났던 사건들에 대해서도 뚜렷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이용득 위원장과 김영훈 위원장은 “개선된 게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거나 “ILO 가사노동협약 통과와 미진했지만 국회에서 노동현안이 논의된 것” 정도를 ‘약간’ 개선된 면이라고 평가했다. 반대로 “노조법 재개정 문제는 한국노총이 한 발 양보했음에도 대화할 의지가 전혀 없는 사측”이나 “유성기업에 대한 혹독한 탄압과 정부의 수수방관”은 노사관계를 크게 악화시킨 점으로 꼽혔다.

반면 정연수 위원장은 “정부가 기업프렌들리 정책을 펴면서 노동계의 기득권이 상실”됐다는 점에도 불구하고 “복수노조 시대, 선진노동운동의 시대가 열리는 시기”였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김영배 부회장은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외부노동운동 세력들이 한진중공업 분규에 개입해 노사자율 해결의 원칙이 훼손되고 분규가 장기화된” 점을 우려하면서도, “타임오프 제도와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 제도가 현장에 안착하고 있는 것은 노사관계 안정에 도움”이 됐다고 분석했다.

노조법, 안착 vs 재개정

다소 온도 차이는 있지만 정연수 위원장과 김영배 부회장이 이처럼 타임오프와 복수노조 등 개정 노조법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데 반해, 이용득 위원장과 김영훈 위원장의 평가는 정반대다.

이용득 위원장은 “‘전술적 유연성’을 발휘하여 정부가 요구하는 합의문(상급단체 파견전임자 임금을 지급하면 MB정부 임기 내에는 노조법 재개정 투쟁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까지 써주면서 양보했지만 고용노동부와 경총은 시간만 끌었다”며 “2012년에 반MB정부 노선을 강화하면서 강도 높은 노조법 재개정 투쟁을 이어나갈 것이고, 총선투쟁을 통해 정치적 해결을 모색할 것”이라고 강경투쟁 방침을 밝혔다.

김영훈 위원장도 다르지 않다. 노조법 개정 시점부터 일관되게 전면 재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해왔던 김영훈 위원장은 “노동기본권은 선택적으로 보장하거나 규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헌법33조의 노동3권, 노동기본권이 남김없이 보장되도록 관련법을 전면 재개정해야 한다”며 “주요 야당들이 차기 국회에서 노조법 전면 재개정을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했고, 4월 총선에서 여소야대는 필연적인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퇴진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꺾지 않고 있다.

개정 노조법 시행을 밀어붙이고 있는 고용노동부에 대해서도 평가가 극명하게 갈린다. 이용득 위원장과 김영훈 위원장은 “점수를 매길 수 없다”고 혹평한 반면, 정연수 위원장과 김영배 부회장은 대체로 “70~80점” 정도의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또 이용득 위원장과 김영훈 위원장은 노조법 재개정 등을 위해 “민주통합당 후보의 당선을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며,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 확보를 통해 노조법 전면 재개정을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반드시 쟁취해 낼 것”이라거나 “정치환경에 영향을 받는 수동적인 태도가 아니라 정치지형 자체를 바꾸는 적극적인 태세로 친노동 후보들의 당선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적극적인 정치활동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영배 부회장은 “노동계가 시민단체나 정치권과 연대하여 그 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제2의 한진중공업 사태가 나타날 것”을 우려하면서 “총선과 대선, 그리고 양대 노총의 직접 정치참여가 노사관계나 이를 둘러싼 법과 제도의 왜곡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맞대응 방침을 내놨다.

반면 정연수 위원장은 “지금까지 노동운동은 조합원과 국민의 뜻에 상관없이 소수 지도부의 정치적 이해에 따라서 이쪽, 저쪽으로 공전을 계속해왔으나, 국민이 해체를 요구하고 있는 기존의 정치나 정당문화와는 차별화하겠다는 것이 국민노총의 방향”이라면서 “정치와 연결되지 않고 순수하게 노동운동을 해야 하므로 국민노총은 어떤 경우에도 총선이나 대선에 개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결국 2012년 정치의 계절을 앞두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인 반면, 국민노총과 한국경총은 정치 불개입 또는 영향력 차단에 주력하겠다는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치, 부정적 힘 vs 희망의 요소

각 단체의 대표자들이 밝히고 있는 것처럼 올 한 해에도 노사간, 노노간의 대립은 끊임없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 같은 대립양상은 올해 노사관계를 더욱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올해 경제전망 역시 미국경제의 더블딥, 유럽재정위기, 세계금융시장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 등으로 인해 그다지 밝지 못해, 고용안정을 흔드는 요인으로 작용함으로써 노사관계를 악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이런 전망에도 불구하고 큰 흐름을 놓고 볼 때, 정연수 위원장은 이른바 ‘선진 노사관계’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용득 위원장과 김영훈 위원장은 그런 흐름 자체가 노동기본권의 후퇴를 의미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올해 예정된 총선과 대선도 서로 상반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정연수 위원장이나 김영배 부회장이 우려하는 것처럼 “노사관계를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각 정치세력이 표를 얻기 위해 그야말로 ‘공약’을 남발해 노사가 풀어야 할 문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선거는 ‘정치지형’의 변화를 염두에 둔 정치세력들의 움직임에 따라 그동안 묻혀 있던 노사간의 문제들을 이슈화함으로써 ‘정치적 해결’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비록 노사간의 문제를 노사 당사자들이 풀지 못하고 정치에 의지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도 하는 것은 분명하다. 이 때문에 이용득 위원장과 김영훈 위원장은 총선과 대선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시작부터 극명하게 갈리는 노사 단체들의 입장처럼, 이들이 어우러져 풀어나갈 올해 노사관계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올 한 해도 역시 결코 조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