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가 나누고 보듬으면 더 나은 세상은 가능하다
99%가 나누고 보듬으면 더 나은 세상은 가능하다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2.01.03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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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노동존중세력-노동배제세력 대격돌 불가피
정치에 영향 받지 않고 정치지형 자체를 바꾸겠다
신년 특집 2012년 노사관계 전망 ③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 참여와혁신 포토DB

2011년 한 해 동안 노사관계는 어떠했다고 보십니까? 개선됐는지 혹은 악화됐는지 평가해 주시고, 그렇게 보시는 이유도 함께 말씀해 주십시오.

“최악이었다. 연초부터 홍익대 비정규노동자 투쟁이 사회문제화 되었지만 정부여당은 뒷짐 지고 있었다. 유성기업 등 혹독한 탄압이 있었고,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문제에 대한 정부여당의 태도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경영계의 노사문제에 대한 인식은 퇴보를 거듭하고 있다. 노동부 역시 각종 노동정책에서 노동계를 완전히 배제했다. 모든 것이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2011년 한 해 동안 일어난 사건들 중에서 노사관계 개선에 기여한 사건과 노사관계 악화를 불러온 사건을 각각 하나씩 꼽아 주십시오.

“ILO 가사노동협약 통과와 미진했지만 국회에서 노동현안이 논의된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다. FTA 가지고 경제영토 타령을 할 것이 아니라 20년 동안 방치된 ILO 협약에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 노동기본권에 대한 기준이라도 맞춰놓고 국격을 얘기해야 하지 않겠나.

노사관계만 보자면 유성기업에 대한 혹독한 탄압과 정부의 수수방관이다. 파업을 유도하고 용역회사를 동원하여 폭력적인 충돌을 야기한 것이 분명함에도 노동부는 뒷짐 지고 있었다. 심야노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조차 물타기에 급급했다. 노동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

2011년 고용노동부의 노동정책에 점수를 매기면 몇 점을 주실 수 있겠습니까? 100점 만점으로 평가해 주시고, 그렇게 평가한 이유도 함께 밝혀 주십시오.

“점수를 매기기 어렵다. 이명박정부 들어 노동정책 평균점수는 100점 만점에 49점 정도 되는 것 같다. 굳이 2011년 고용노동부의 점수를 매기자면 48점 정도이지 않을까? 더 나아진 것도 없고 크게 더 나빠진 것도 없다. 한진중공업 문제 같은 사회적 이슈에 뒷짐 지는 고용노동부는 ‘노동’을 빼도 될 것 같다.”

종합적으로 봤을 때 2012년 노사관계는 2011년에 비해 어떠하리라고 보십니까? 그렇게 보시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노동존중세력과 노동배제세력의 대결이 될 것이다. 이것은 1% 대 99%의 대결이다. 전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가 퇴조 혹은 몰락하는 가운데 신자유주의적 정책기조를 전환하지 않으면 동반몰락이 불가피하다. 최근 4년간 억눌려 온 노동자들과 노동현안은 큰 폭발력을 가지고 있다. 노사관계는 개별 기업과 개별 노조 혹은 노동자 간의 문제 이상의 사회적 문제이다. 정부여당과 경영계가 기존의 관행과 태도를 버리지 않는다면 총파업 수준의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노조법 재개정 문제를 두고 노·사·정 간의 입장이 확연히 다르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어떻게 풀어가야 할 거라고 보십니까? 또 어떻게 풀어갈 생각이신지요?

“노조법 재개정은 물론 개악된 노동관계법의 전면적인 재개정은 불가피하다. 노동기본권은 선택적으로 보장하거나 규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기본권에 대한 규제와 제약을 두고서는 선진국도 요원하고 상생은 생각할 수도 없다. 헌법33조의 노동3권, 노동기본권이 남김없이 보장되도록 관련법을 전면 재개정해야 한다.

주요야당들이 차기 국회에서 노조법 전면재개정을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민주노총은 총선에서 노동법 전면재개정에 찬성하는 후보를 적극 당선시키고 진보정당을 통하여 입법을 추진할 것이다. 4월 총선에서 여소야대는 필연적인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퇴진투쟁에 나설 것이다.”

2012년에는 총선과 대선이 치러집니다. 양대 선거가 노사관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리라고 보십니까?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하실 계획이신지요?

“민주노총은 영향을 받기보다는 영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정치참여를 독려하고 후보출마, 진보정당들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 친노동 후보들의 당선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아직 정치방침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이기는 하나 정치환경에 영향을 받는 수동적인 태도가 아니라 정치지형 자체를 바꾸는 적극적인 태세로 나갈 것이다.”

정부가 일자리 대책으로 각종 정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일자리 사정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그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또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시는지 밝혀 주십시오.

“철학이 없기 때문이다. 친재벌-반노동의 철학으로 노동행정을 펼치는데 어떻게 노동조건이 나아지고 일자리 사정이 좋아지겠는가? 1% 재벌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는다. 고용노동부가 이름까지 바꿨지만 ‘고용대박’ 해프닝 말고 일자리와 관련해서 한 게 뭐가 있나. 노동을 존중하고 노동자를 배려하는 사회적 환경을 만들겠다는 의지와 철학이 없는 정권에 기대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삶의 질은 OECD 국가들 중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고,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양극화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할 대안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실노동시간을 단축하고 비정규직 차별을 해소해야 한다. OECD 최장노동시간,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조차 연간 2,500시간 내외의 장시간노동을 하는 것이 현실이다. 실노동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포괄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노동은 유연화냐 경직화냐 하는 식으로 구분하거나 접근할 일이 아니다. 노동에 대한 존중을 기본으로 불안정 비정규 노동을 최소화하고 불가피한 경우라도 차별은 없도록 해야 한다. 비정규화를 기본방향으로 하면서 이들을 보호하겠다는 것은 병주고 약주는 것 이상이 아니다.”

2012년 새해를 맞는 <참여와혁신>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부자들의 곳간은 넘쳐나고 노동자 민중의 삶은 피폐해지고 있다. 이 정권은 국민 성공시대를 이야기했지만 국민 루저시대가 되었다. 가장 혹독한 청소년 시절을 보내고 가장 어렵게 대학에 들어가 가장 높은 스펙을 쌓아도 ‘정규직 취업’도 보장 안 되는 시대, 청년 실업이 넘쳐나고 부모들은 퇴직 후 또다시 불안정한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시절을 살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우리 국민들의 가슴은 따뜻하고 노동자들은 슬기롭다는 것을 확인했다. 99%가 나누고 보듬으면 더 나은 세상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