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이 아닌 이해관계로 협상하라
입장이 아닌 이해관계로 협상하라
  • 최영우 한국노동교육원 교수
  • 승인 2004.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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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우
한국노동교육원 교수
문제해결에 있어서 ‘입장’으로 접근했을 때와 ‘이해관계’로 접근했을 때가 서로 얼마나 다를 수 있는가를 다음의 예를 통해 살펴보자. 1개의 사과가 있다. 아버지와 아들, 딸 등 세 명의 가족이 각자 이 사과를 자기가 가져야 된다고 주장한다.

 

 

이 경우 세 명의 가족을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3개의 사과가 필요하나 사과는 1개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 경우 ‘입장교섭’의 결과는 대개 두 가지로 나타나게 되는데, 힘(power)에 의해 문제를 해결할 경우 아버지가 사과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고 따라서 나머지 둘은 불만족 상태가 될 것이다.

 

 만약 당사자의 힘이 엇비슷할 경우에는 결국 중간선에서 타협하는 쪽으로 결정날 것이고(3등분), 그렇게 되면 셋 중 어느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위의 상황에서 이해관계로 접근하면 어떻게 될까. 세 사람이 각자 사과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알아 봐야 한다. 아버지는 사과주스를 마시고 싶어 했고, 아들은 사과씨로 세포검사를, 딸은 정물화 사과그림을 그리기 위해 사과가 필요했다. 그렇다면 먼저 그림을 그리게 하고 그 후 사과주스를 만들면서 사과씨는 아들에게 주면 될 것이다. 입장이 아닌 이해관계로 접근한다면 1개의 사과를 가지고 세 사람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가 있게 된다.

 

이처럼 입장과 그 이면의 이해관계를 구별하는 것은 Win-Win 교섭을 결정하는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이다. 임금교섭에서 노사가 주장하는 임금인상이나 임금동결은 서로의 입장표명일 뿐이며, 실제 관심사항 즉, 이해관계는 노조원의 생계보장 또는 성과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며, 사측은 노동비용 절감이나 생산성 향상일 것이다. 그렇다면 임금인상이나 임금동결은 결국 노사간의 이해관계를 충족시킬 수 있는 여러 대안들 중의 하나일 뿐이므로, 입장을 놓고 대립하는 것은 서로의 이해관계를 만족시키기는커녕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양보를 요구하거나 그렇지 못하는 경우 결국 타협(compromising)을 통해 차선책을 선택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앞서 글머리에서 언급한 A사의 경우를 이해관계 교섭으로 접근해 보자. 사측이 정리해고를 하겠다는 것은 누적되는 적자를 줄이고 조기정상화를 이뤄 내겠다는 이해관계와 결부되어 있다. 반면에 노조가 불법파업도 불사하겠다는 것은 조합원의 고용보장을 위해서이다.

 

그렇다면 해고를 하지 않으면서(하더라도 최소화시키면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대안을 찾을 수 있다.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동료들과 일자리를 나누고, 임금동결과 순환 무급휴직을 실시하여 인건비를 줄이고, 생산성 향상 목표를 정해서 조합원이 적극 참여하는 등등의 방법들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폭스바겐의 노사 Win-Win 협상사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