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경영권도 근로조건과 밀접하면 교섭대상
인사·경영권도 근로조건과 밀접하면 교섭대상
  • 최영우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고용노동연수원 교수
  • 승인 2012.05.31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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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스스로 의사에 따라 단체협약 체결시 성실 준수 의무
위법적 단체협약 체결 사항은 효력 발생 안 돼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고용노동연수원 교수
단체교섭의 대상에 대해서는 노조법상 명시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나 헌법 제33조 제1항, 노조법 제2조 제4호 본문, 제29조 제1항의 각 규정에 의하여 볼 때, 사용자가 단체교섭의 의무를 부담하는 교섭대상이 되는 사항은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과 그 밖에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하여 필요한 노동조합의 활동이나 단체교섭의 절차와 방식, 단체협약의 체결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기타 노동관계에 관한 사항’으로 볼 수 있다.
 

1) 인사ㆍ경영에 관한 사항의 단체교섭 대상 여부

‘인사·경영권’은 기업경영과 관련하여 사용자에게 귀속되는 일체의 권한을 의미한다. ‘인사권’이란 근로자의 채용·전보·배치·인사고과·승진·징계·휴직 등의 사항에 관한 사용자의 권한을 말하며, ‘경영권’이란 회사의 조직변경, 사업확장, 경영진의 임면, 합병·분할·양도, 공장이전, 하도급·용역전환, 휴·폐업, 신기술 도입, 생산계획의 결정 등에 관한 사용자의 제반 권한을 말한다. 사용자의 고유한 인사·경영권에 속하는 사항은 단체교섭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조합원을 징계하거나 부서이동 등을 시킬 때 사전 노사합의를 요구하는 것, 기업양도·공장이전·하도급 및 용역전환시 사전합의를 요구하는 것, 징계위원회의 노사동수 구성 및 가부동수시 부결처리를 요구하는 것 등은 인사·경영권의 본질적인 침해에 해당되어 정당한 교섭요구로 볼 수 없다.

다만, 인사·경영권에 속하는 사항도 근로조건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경우에는 그 한도 내에서 교섭대상이 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인사원칙이나 배치전환의 기준 등과 같이 전체근로자의 근로조건과 관련된 인사기준의 설정을 요구하는 것, 징계나 해고시 그 최종결정권은 회사가 보유한 채 노동조합의 의견을 듣거나 사전협의를 거치도록 요구하는 것, 회사이전시 이전에 관한 판단은 경영권의 고유한 사항으로 단체교섭의 대상이 아니지만, 회사이전으로 인한 근로자의 이사비용이나 정착비용 등의 지불을 요구하는 것, 고용안정을 위한 전직훈련 프로그램, 작업방식의 합리화 등 해고회피를 위한 조치를 요구하는 것 등은 근로조건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것으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있다.    

2) 단체협약에서 인사ㆍ경영권 관련사항의 ‘합의ㆍ동의조항’의 효력

인사·경영권을 침해하는 사항에 대하여 사용자가 교섭을 거부하더라도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하지 않지만, 사용자가 스스로의 의사에 따라 교섭에 임하여 인사·경영사항에 관한 단체협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이를 성실하게 준수해야 할 의무를 진다. 그러나 인사ㆍ경영사항에 대하여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고 해서 사용자의 인사·경영권이 당연히 제한되는 것은 아니며, 노동조합이 합의나 동의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 권리남용에 해당될 수 있다(대법 2002.2.26, 99도5380 ; 대법 2003.6.10, 2001두3136 등).

① 노동조합과 ‘합의’한다고 규정한 경우 - ‘단체협약에서 ‘정리해고나 사업장 조직 통·폐합에 따른 직원의 해고시 노조와 사전에 합의한다’라는 규정은 단체협약의 체결경위와 당시의 상황, 단체협약의 전체적인 체계 및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정리해고 등 경영상 결단을 하기 위하여는 반드시 노조의 사전동의를 요건으로 한다는 취지가 아니라 사전에 노조에게 해고의 기준 등에 관하여 필요한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주고 공사는 노조의 의견을 성실히 참고하게 함으로써 구조조정의 합리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고자 하는 협의의 취지로 해석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대법 2002.2.26, 99도5380)‘라고 하였다.

② 노동조합과 ‘동의’한다고 규정한 경우 - ‘사용자가 인사처분을 함에 있어 노동조합의 사전 동의나 승낙을 얻어야 한다거나 노동조합과 인사처분에 관한 논의를 하여 의견의 합치를 보아 인사처분을 하도록 단체협약 등에 규정된 경우에는 그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인사처분은 원칙적으로 무효라고 보아야 할 것이나, 이는 사용자의 노동조합 간부에 대한 부당한 징계권 행사를 제한하자는 것이지 사용자의 본질적 권한에 속하는 인사권 내지 징계권의 행사 그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는 것이므로, 노동조합 간부에게 징계사유가 있음이 발견된 경우에 어떠한 경우를 불문하고 노동조합측의 적극적인 찬성이 있어야 그 징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대법 2003.6.10, 2001두3136)’라고 하였다.

3) ‘의무적 교섭사항’과 ‘임의적 교섭사항’의 차이

현행법에서 단체교섭의 대상에 대하여는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고 있으나, 일반적으로 사용자에게 교섭의무가 있는 사항을 ‘의무적 교섭사항’이라고 하고 사용자에게 교섭의무가 없는 사항을 ‘임의적 교섭사항’이라고 분류한다. 의무적 교섭사항에 관하여는 노동조합이 단체교섭을 신청하는 경우에 사용자 측은 이에 성실하게 응할 의무가 있고 쟁의행위의 정당한 목적으로 인정되나, 임의적 교섭사항에 관하여는 사용자가 교섭의무는 없지만 임의로 교섭에 응하여 단체협약을 체결한 경우에 한하여 구속력을 갖게 되며 쟁의행위의 정당한 목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이러한 견해는 비록 법률상 명문의 규정에 의해 정의되어지는 사항은 아니지만 학설상 다수설의 입장이며, 대법원(대법 1996.2.23, 94누9177)도 이러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단체교섭 대상이라고 할 때 좁은 의미로는 의무적 교섭사항을 말하고, 넓은 의미로는 임의적 교섭사항도 포함한다.

4) 위법적 교섭사항을 단체협약으로 합의한 경우의 효력

위법적 교섭사항(교섭금지사항)이란 사용자가 처리할 수 없는 사항 또는 강행법규나 공서양속에 위반하는 사항을 말한다. 구체적인 예로는 강행법규 위반사항(안전보건법규 위반 등), 사회질서에 반하는 사항(허위초과근무의 승인 등), 부당노동행위 사항(노조전임자 급여지급 등), 사용자가 처리할 수 없는 사항(구속자 석방 등) 등이 있다. 법에서 금지하는 경우에도 단체협약으로 합의한 경우에는 소위 ‘유리조건 우선원칙’에 의해 단체협약의 내용이 적용되어야 하지 않느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당사자가 할 수 있는 것으로 합의한다고 하여 효력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노조전임자 급여의 경우 ‘노동조합의 업무에만 종사하는 자(전임자)는 그 전임기간동안 사용자로부터 어떠한 급여도 지급받아서는 아니되며(노조법 제24조 제2항) 전임자 급여를 지급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노조법 제81조 제4호)하므로, 이를 위반하는 것은 그 자체가 위법행위이다. 위법적 교섭사항에 대해 노사가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하더라도 그 부분은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5) 권리분쟁에 관한 사항이 단체교섭사항이 될 수 있는지

‘권리분쟁’이란 기존의 법령·단체협약·취업규칙 등 규범의 해석·적용·이행에 관한 단체교섭 당사자간의 분쟁을 의미한다.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유무, 부당해고 철회, 단체협약의 이행, 체불임금의 청산(서울행법 2005구합33388, 2006.10.26) 등을 요구하면서 발생하는 분쟁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권리분쟁에 관한 사항은 사법절차나 노동위원회를 통하여 해결할 사항이므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단체교섭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단체협약의 체결ㆍ갱신을 둘러싸고 발생하는 분쟁(임금인상 등)인 ‘이익분쟁’에 한한다. 예를 들어, ‘특별승격 평가기준 위반 및 대상자 중 제외자 구제’가 인사고과 결과에 대하여 그 권리를 구제하는 경우라면 근로자 집단 전체와 관련된 집단적인 이익분쟁에 해당되지 아니하므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본다(2001.5.22, 노조 68107-5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