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윤리적인 협상전술에 대응하기
비윤리적인 협상전술에 대응하기
  • 최영우 한국노동교육원 교수
  • 승인 2006.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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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우
한국노동교육원 교수
'광주에 소재하고 있는 D사는 종업원 300명 규모의 전자회사이다. 지난해 가을에 노동조합이 결성되고 현재까지 다섯 차례의 단체교섭을 진행하였는데, 그때마다 말싸움으로 시작해서 입씨름만 하다가 끝나곤 한다. 노조측 교섭위원 중의 한 사람은 계속해서 사측 교섭위원의 발언을 트집 잡아 인신공격을 하고 있는 반면, 다른 한 사람은 그것을 말리는 척하면서 노조 요구사항을 집요하게 관철시키려 하고 있다.'

 

 

협상에서 ‘윤리’라는 것은 어떤 전략과 행동을 받아들일 수 없는 문화적·상황적 그리고 개인 간의 규범을 의미한다(The Mind & Heart of the Negotiator, Leigh L.Thompson, 2001). 노사 모두가 이익을 얻는 WIN-WIN 협상이 되기 위해서는 비윤리적인 협상전술이 사용되어서는 안되지만, 협상이 시작되면 어떻게든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들을 고민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윤리적이지 못한 협상기법들이 동원되곤 한다.  

 

많은 협상관련 책에서도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고 승리하기 위해서는 ‘위장전술로 상대를 교란시키기’, ‘선제공격으로 기선을 제압하기’ 등의 협상기법을 적절히 구사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노사협상에서 이러한 비윤리적인 전술들이 거리낌 없이 구사되는 이유는 협상자들이 비윤리적이거나 그들의 인격에 문제가 있어 그런  것이 아니라 집단의 이익에 충실하고 있다는 신념에 도취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협상에서 자주 사용되는 비윤리적인 전술들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하는 이유는 이것을 내가 효과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상대를 패배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이러한 전술을 구사할 때 그것을 제대로 간파하고 이용당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준비되어 있지 않은 협상자들에게 비윤리적인 협상전술이 사용되었을 때 아주 큰 효력을 발휘한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하기 때문이다.

 

앞의 사례에서 노조는 소위 ‘선인ㆍ악인(Good Guy, Bad Guy)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 이 전술은 협상의 주도권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 또는 협상의 방향이 원하지 않는 쪽으로 나아갈 때 이를 차단하기 위해서 사용되는 협상테크닉의 하나이다. 이처럼 상대방이 비윤리적인 협상전술을 동원할 때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효과적일까. 

 

첫째, 상대방이 아닌 협상이슈에 집중하라. 유능한 협상가일수록 눈앞의 협상안에 집중해야지 상대방의 의도된 행동에 갈팡질팡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둘째, 무시하라. 모른 척 하거나 대화의 주제를 바꾸거나 잠깐의 휴식시간을 갖는 것이다. 협상 중에 상대방이 갑자기 강경하게 나오거나 무례한 행동을 할 경우 맞대응을 하지 않고 무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대응방법이다.

 

상대방이 비윤리적인 전술을 구사할 때에 이를 무시해 버리는 것은 언뜻 소극적 대응으로 비춰질지 모르나, 상대방이 많은 에너지를 들인 작업을 헛되게 만들어 버리는 고단수 전술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셋째, 알고 있다는 것을 알려라. 상대방이 기만전술을 쓰는 경우 일단 모른척 하고 무시하다가 그래도 계속하면 내가 당신의 속임수를 알고 있다는 것을 은연중에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넷째, 같은 방식으로 맞대응하라. 앞의 방식들이 통하지 않을 때에는 나도 강하게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 특히, 맞대응 방식은 상대방이 나의 결단력을 시험하려고 하거나 지나치게 과장된 상대방의 요구에 반응하는 수단으로 아주 유용하다.

 

WIN-WIN 협상을 하기 위해서는 비윤리적인 협상전술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내가 이러한 전술을 사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상대방의 비윤리적인 전술에 넘어가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