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권한집중에 주무부처 관심은 시들
기재부 권한집중에 주무부처 관심은 시들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2.09.04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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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도 많고 약점도 속출…대상 기관, 학계도 문제제기
공정성과 객관성, 공공성 강화 위한 제도 개선을 기대
[특집]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의 겉과 속 ③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에 대해 노동계만 문제제기를 해 온 것은 아니다. 평가 대상기관이나 학계에서도 현행 제도의 미흡한 부분을 지적하고 이를 위한 대안을 제시해 왔다.

평가유형·주기, 개선해야

최봉환 한국도로공사 부사장은 평가유형을 재분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각 기관별로 사업의 구조와 내용이 다르고, 내부 구성원들의 업무형태 역시 상이한데 같은 유형으로 분류하는 건 문제라는 것이다. 현재는 기관의 유형이나 사업특성에 따라 공기업(1. 2)과 준정부기관 5개 유형으로 분류된다. 이를 업무영역, 사업 성숙단계, 수익성 등의 요인을 고려해 유형을 분류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자는 얘기다.

매년 돌아오는 평가 주기를 바꾸자는 의견도 함께 제시했다. 획일적인 연 단위 평가는 평가 자체에 대한 부담도 가중된다. 또 각 지표별로 단기적 관점의 성과를 살펴보는 게 있으면 장기적 비전을 평가하는 것도 있는데, 평가 주기가 1년 단위니 제대로 된 평가가 어려울 것이란 의미다.

주무부처 권한이 기재부로 쏠림현상

공운법이나 개별 기관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공공기관에 대한 1차적인 관리감독 책임을 갖고 있는 정부 주무부처 차원에서도 현행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에 대해 여러 가지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국토해양부의 한 관계자는 “경영실적평가 및 조직인원 관리 등 공공기관을 직접 평가하고 관리감독하는 권한은 기획재정부에 있다”고 밝혔다. 또한 “공공기관에 문제가 생기면 1차 책임을 지는 것은 주무부처일 텐데, 권한과 책임의 일치가 안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도 덧붙였다.

실질적인 관리에 있어서 주무부처의 역할이 배제되면서 자연스레 공공기관에 대한 관심 자체가 낮아지고 상호 소통 역시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게 된다. 인력이나 조직관리와 같은 사안을 각 기관과 기재부가 직접 협의를 거치고 있는 상태며,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이나 재무건전성 제고 등의 부처 차원에서의 큰 계획을 추진하는 것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실제로 공공기관 선진화방안에 따라 각 기관의 정원감축 조치는 현재 거의 마무리된 상태인데, 신규업무 발생 등의 사유로 추가 증원이 이루어진 기관들이 많다. 국토해양부 산하 공공기관 32곳 중 23개 기관이 추가 증원됐으며 이는 주무부처의 검토 없이 이루어졌다. 교통안전공단과 같은 곳은 2009년까지 58명의 정원을 줄였는데, 올해까지 75명이 다시 증원돼 구조조정 이전보다 오히려 정원이 늘었다.

기관 고유의 사업 내용과 무관한 평가지표들이 늘어나면서 평가에 고득점을 확보하기 위해 엉뚱한(?) 곳에 역량을 집중하는 촌극도 벌어지고 있다. 이를테면 장애인 채용과 같은 정부 권장정책 이행실적 등이 비사업지표로 계속 신설되면서, 이 부문에서 점수를 획득하는 데 기관들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토지주택공사의 경우 지난해 경영평가에서 실버사원 채용(비사업지표 중 사회적 기여 항목, 2점)은 차질 없이 시행했으나, 주요 사업 집행률은 71%에 불과하다고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밝혔다.

▲ 투자기관, 산하기관평가제도와 공기업·준정부기관평가제도의 비교

“통합 모델은 적절한가?”

현재 시행되고 있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는 평가기준이나 평가방법, 평가단의 구성 및 운영이 통합 일원화된 모델이다. 평가 대상 기관 역시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이 통합돼 있다. 곽채기 동국대 교수는 “통합 모델이 경쟁성의 확대, 평가의 효율성 제고 등의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개선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간에는 설립 목적과 대상 사업의 특성, 대 정부관계 등의 측면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경영평가를 표준화하는 것은 평가의 공정성과 형평성, 객관성 확보 등의 측면에서 구조적인 문제점을 유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경영평가 체계로 인해 규모가 작은 준정부기관으로 부터 평가 부담이 가중되고 공정한 경쟁이 어렵다는 불만이 표출됐다. 이로 인해 공공기관 인력 규모를 기준으로 중소형기관을 별도로 선정해 계량평가만을 실시하는 방식이 도입됐고, 그 대상 기관이 점차 확대되며 준정부기관에서는 경영평가의 실효성이 약화되는 결과가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처럼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경영평가제도가 통합 운영될 것인가, 아니면 과거처럼 각각 독자적인 평가체계를 갖춰야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분분하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의 다양한 역할과 기능을 효과적으로 구현하고 문제점이 발생할 소지를 줄이기 위해선 제도 자체의 설계가 매우 중요하다. 곽 교수는 공공기관의 경쟁성을 고취시킬 수 있어야 하며, 평가를 받는 입장에서 공정성과 공평성에 대한 신뢰가 가능해야 하고, 경영평가 자체가 공공기관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만큼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는 만큼 투명성이 담보돼야 하며, 결과에 수용할 수 있도록 전문성 역시 갖춰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도 말했다. 앞서 말한 제도 설계 시 감안해야할 주요 지점들이다.

덧붙여 공공기관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상기할 필요가 있겠다. 공공부문 노동계에서도 상시 주장해온 것처럼, 상업적 부가가치 중심의 현행 평가제도에서 공익적 부가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틀의 변화가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