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창출이 핵심 화두
일자리 창출이 핵심 화두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2.09.27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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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문제에는 관심 … 노사관계 정책은 미흡
갈등 최소화하면서 정책 실현할 방안 모색해야
[특집 1] 18대 대선 노동정책 ② 대선후보들, 노동 문제 어떻게 보나?

얼마 전, ‘사람이 우선이다’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문재인 후보가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후보로 선출됐다. 그보다 앞서 새누리당은 당내 경선을 거쳐 박근혜 후보를 대선후보로 확정했다. 안철수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꾸준한 지지도를 유지하면서 유력한 대선후보로 거론되다가 지난 19일 출마를 선언했다. 통합진보당을 비롯한 기타 야권 세력들도 올해 연말 대선을 앞두고 전열을 정비하고 있는 중이지만 대선에서 유의미한 변수가 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이번 대선에 출마를 선언한 주요 후보들은 노동 문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아직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한 후보는 없으므로 출마선언문 등을 통해 살펴본다.

ⓒ 새누리당

구체적 정책수단 있나?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노동정책은 크게 두 가지 부분으로 구성된다. 일자리 문제와 비정규직 차별해소가 그것이다.

우선 일자리와 관련해 박근혜 후보는 출마선언문에서 ‘고용률 중심의 국정운영 체제 구축’을 약속했다. 또 ▲ 전통 제조업의 고부가가치화와 서비스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통해 좋은 일자리 창출 ▲ 문화산업·소프트웨어 산업 등 일자리 창출형 미래산업 적극 지원·육성 ▲ 아이디어 창업 및 벤처 창업의 획기적인 활성화를 통한 청년일자리 문제 해결 ▲ 한계에 부딪힌 기업의 일자리 확충에 집착하기보다 지식서비스산업과 창조형 산업에서 일자리 모색 ▲ 내수 중소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확충 ▲ 열정과 잠재력으로 평가하는 스펙 초월 취업시스템 도입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위해서는 ▲ 정규직과 동일 기준으로 현금 및 현물 지급 ▲ 공공부문 상시지속업무 2015년까지 정규직화 ▲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기본적인 근로조건 보장을 약속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노동정책은 일자리 정책이다. 박근혜 후보 또한 청년실업 문제 해결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가 내세우고 있는 일자리 창출 방안은 지난 10여 년간 이야기됐던 방안들을 다시 한 번 이야기하는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수단이 역대 정부에서 실패했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박근혜 후보가 이야기하는 비정규직 문제 해법은 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이 발의한 사내하도급법과 그 맥을 같이한다. 그러나 사내하도급법에 대해서는 노동계를 중심으로 사내하도급 양산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박근혜 후보가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는 있지만 현행 비정규직법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노사관계 부분에 대해서도 정책을 내놓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지난 17대 대선 당시 ‘노동정책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던 이명박 후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 민주통합당

어떻게 합의할 것인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일자리 혁명’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일자리 문제를 국정운영의 최우선 과제로 올려놓고 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 경제성장을 관통하는 문제가 일자리 문제라는 인식 아래 고용증진과 기업 지원을 연계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또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노동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을 금지함으로써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살리고 ‘사람대접 받는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문재인 후보는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법정 근로시간을 엄격히 준수하도록 함으로써 7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이 소득 감소로 이어지지 않도록 사회보험료 지원 등의 보완책도 약속하고 있다. 보육, 간병, 요양 등 사회서비스 부문에서 35만 개의 일자리를 늘리고, 신재생 에너지산업 육성 등 생태적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 육성도 일자리 창출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전 국민 고용평등법’을 제정해 일체의 차별을 금지하는 한편 기업별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실현하고, 2017년까지 공공부문 비정규직 중 상시업무는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지원하겠다는 약속도 내놓았다.

무엇보다 눈에 띠는 정책은 최저임금을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의 50% 수준으로 인상하고, 모든 일자리에 최저임금 보장-사회보험 적용-근로기준 준수라는 일자리 최소 기준을 언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저임금 미만의 저임금노동자를 줄이기 위해 근로감독관을 증원해 감시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언급도 주목할 만하다.

이 밖에 ▲ 불법파견과 위장도급 근절 ▲ 파견법 개정과 하급심만으로도 권리구제 가능토록 제도화 ▲ 다단계하도급 및 프랜차이즈 산업 과다수수료 규제 ▲ 정리해고제도 근본적 개선 ▲ 구직·직업훈련 참여를 조건으로 하는 한국형 실업부조제도 도입 ▲ 특수고용 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 및 사회보험 적용 ▲ 5인 미만 사업장까지 근로기준법 확대적용 ▲ 정부조달사업 참여 업체의 고용현황 공표 제도화 ▲ 국가일자리위원회 설치 및 매월 일자리 현황 점검 등의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문재인 후보의 노동정책은 노동계의 주장을 대폭 수용한 결과로 보인다. 문제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이다. 노동계로부터는 이 같은 정책이 환영받을지 모르지만, 경영계가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정책들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갈등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다른 한편 정책 실현을 위한 재원 마련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기업의 몫이라 하더라도, 근로시간 단축 시 사회보험료 지원이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많은 정책이 정부재정의 투입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 참여와혁신 포토DB

지금까지 안철수 후보가 노동정책으로 이야기한 내용은 ▲ 복지서비스 확충 ▲ 중견기업 육성 ▲ 남북경제협력 등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 평균임금의 50%까지 최저임금 인상 ▲ 임금피크제를 조건으로 한 60세 정년연장 등이 거의 전부다.

남북경제협력이나 정년연장 및 임금피크제 외에는 문재인 후보의 정책과 겹치는 부분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에 비해 안철수 후보의 정책방향을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무엇보다도 문제는 이 정도의 구상만으로는 국정을 운영하는 것 자체가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안철수 후보에게는 당장의 노동정책 몇 가지가 아니라 전반적인 국정운영의 상을 밝히는 것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