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과 절차 갖춘 쟁의행위만 정당
목적과 절차 갖춘 쟁의행위만 정당
  • 최영우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고용노동연수원 교수
  • 승인 2013.06.04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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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한 파업은 민·형사상 면책
인사·경영권, 쟁의행위 목적 될 수 없어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고용노동연수원 교수
쟁의행위의 정당성은 쟁의행위에서 민·형사면책을 포함한 기타 특별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요건, 이른바 쟁의권 행사의 한계를 의미한다. 노조법 제3조에서는 헌법 제33조의 단체행동권을 구체화하여 정당한 쟁의행위에 대한 ‘민사상 면책’, 노조법 제4조에서는 정당한 쟁의행위에 대한 ‘형사상 면책’을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에 의한 쟁의행위의 민·형사상 면책은 모든 쟁의행위에 대해 무제한적으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헌법이 쟁의권을 보장한 취지에 적합한 범위 내의 행위에 대해서만 인정된다.

(1) 쟁의행위의 정당성 판단기준

대법원(대법 2001.10.25, 99도4837 전원합의체 등)은 노조법 제1조, 제4조, 제37조, 제38조 내지 46조의 규정 등에 근거하여 근로자의 쟁의행위가 정당하기 위해서는 그 주체, 목적, 시기와 절차, 수단과 방법이 모두 정당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근로자의 쟁의행위가 형법상 정당행위가 되기 위해 첫째, 그 주체가 단체교섭의 주체로 될 수 있는 자이어야 하고, 둘째, 그 목적이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노사간 자치적 교섭을 조성하는 데에 있어야 하며, 셋째,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에 관한 구체적인 요구에 대하여 단체교섭을 거부하였을 때 개시하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합원의 찬성결정 등 법령이 규정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넷째, 그 수단과 방법이 사용자의 재산권과 조화를 이루어야 함은 물론 폭력의 행사에 해당되지 아니하여야 한다는 여러 조건을 모두 구비해야 한다(대법 2001.10.25, 99도4837 전원합의체).

(2) 단위노조의 지부·분회도 쟁의행위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

쟁의행위는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가 행하는 행위이므로, 근로자 측의 쟁의행위 주체는 노조법상의 노동조합이어야 한다. 노조법상 노동조합이 아닌 쟁의단,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노사협의회 등은 쟁의행위의 주체가 될 수 없으며, 이들이 주도하는 단체행동은 정당성이 결여되어 노동관계법의 적용대상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단위노조의 지부·분회 등은 노동조합의 산하조직에 불과하므로 단체교섭·단체협약의 체결 및 쟁의행위의 주체가 될 수 없다. 다만, 노조법 시행령 제7조에 의하여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한 산별노조의 지부·분회 등은 노조법상의 노동조합으로서 지위를 인정받으므로, 이 경우에는 쟁의행위의 주체가 될 수 있다(협력 68107-240, 2001.5.21).

(3) 쟁의행위 목적의 정당성 여부 판단

쟁의행위의 목적은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위하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근로조건과 무관한 정치파업, 경영간섭 목적 내지 가해 목적의 쟁의행위, 동정파업 등은 정당한 쟁의행위라고 할 수 없다. 쟁의행위의 목적은 단체교섭에 의해 체결할 수 있는 사항을 요구하는 것이어야 하므로(대법 1990.5.15, 90도357), 의무적 교섭사항에 해당하는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이어야 한다. 쟁의행위의 목적이 여러 가지이고 그 중 일부가 정당하지 못한 경우에는 주된 목적 내지 진정한 목적의 당부에 의하여 그 쟁의행위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한다(대법 1992.1.21, 91누5204). 여기서 ‘주된 목적 내지 진정한 목적’이란 그 목적을 제외하였더라면 쟁의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으로 인정되는 목적을 말한다. ‘주된 목적 내지 진정한 목적’의 판단기준은 그간의 단체교섭 및 쟁의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이 과정에서 노동조합의 요구사항 및 쟁의행위 전개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한다.

(4) 쟁의행위의 목적으로 할 수 없는 사항

첫째, 권리분쟁에 관한 사항이다. 권리의 행사, 의무의 이행, 법령이나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의 해석·적용, 해고의 정당성 여부 등에 관한 권리분쟁 사항은 당사자 간의 대화로 해결되지 않으면 최종적으로 법원·노동위원회 등에 의해 해결해야 할 성질의 것으로 쟁의행위의 대상이 될 수 없다(체불임금 청산, 해고자 복직, 단체협약 이행, 부당노동행위 구제 등).

둘째, 사용자의 고유한 인사·경영권에 관한 사항이다. 쟁의행위의 목적으로 할 수 없는 경영권이란 헌법 제15조, 제23조 제1항, 제119조 제1항의 규정 등에 의하여 보장되고 있는 사업 또는 영업의 자유와 이를 위한 의사결정의 자유, 사업변경(확장, 축소, 전환)의 자유, 사업처분(폐지, 양도)의 자유를 의미한다(구조조정, 해외투자, 공장매각이나 이전, 소사장제 도입, 대표이사 선임, 업무위탁이나 용역, 기구 통·폐합에 따른 조직변경, 정리해고 등)(대법 2003.7.22, 2002도7225).

셋째, 사용자의 처분권한 밖의 사항이다. 쟁의행위의 목적은 사용자가 처리·처분할 수 있는 사항이어야 하므로, 사용자의 처분권한 밖의 사항을 목적으로 하는 쟁의행위는 정당하지 않다(정치문제, 법 개정 반대, 타 기업의 문제, 구속자 석방, 정부시책 반대 등)(대법 2000.11.24, 99두4280).

(5) 시기·절차의 문제로 정당성이 부인되는 경우

쟁의행위는 노사간에 충분히 단체교섭을 한 후 최후의 수단으로서 행해져야만 정당성이 인정된다. 판례는 쟁의행위는 단체교섭을 성실히 하였음에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을 경우에 개시해야 그 정당성이 인정된다는 입장이다. 노동조합 측에서 회사 측의 단체협약 체결권한에 대한 의문을 해소시켜 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해소시키지 않은 채 단체교섭만을 요구하였다면 단체교섭을 위한 진지한 노력을 다하였다고 볼 수 없고, 따라서 그러한 상황에서 가진 단체교섭이 결렬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하는 쟁의행위는 그 목적과 시기·절차에 있어서 정당한 쟁의행위라고 볼 수 없다(대법 2000.5.12, 98도3299). 성실교섭의무와 관련하여 쟁의행위의 정당성이 부인되는 경우의 예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노동조합이 노조설립과 거의 동시에 성실한 단체교섭을 생략한 채 노동쟁의 발생신고를 하고 즉시 쟁의행위에 돌입하는 경우

둘째, 사용자 측이 단체교섭에 대한 사용자 측 안을 제시하고 노동조합에 협의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노동조합이 단체교섭에 응하지 아니한 채 즉시 쟁의행위에 돌입하는 경우

셋째, 노동조합이 사용자 측에 단체교섭을 요구한 후 사용자가 교섭요구에 응하는 데 필요한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고 쟁의행위에 돌입하는 경우

넷째, 형식적으로는 행정관청과 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발생신고를 하였으나, 사용자의 교섭요구를 일체 거부한 채 쟁의행위에 돌입하는 경우

(6) 조정을 거치지 않은 쟁의행위의 정당성 여부

조정전치를 위반한 쟁의행위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지만(노조법 제91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 벌칙적용과는 별도로 조정전치를 위반한 쟁의행위가 정당성을 갖는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대립된다. 조정을 거치지 않았다 하여 쟁의행위의 정당성이 무조건 상실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는 판례(대법 2000.10.13, 99도4812)가 있다. 구 노동쟁의조정법 하에서의 판례는 ‘냉각기간을 거치지 않고 바로 쟁의행위에 들어갈 경우 그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상실하는 것은 아니다’(대법 1991.5.14, 90누4006)고 하였으나, 1997년 제정법에서는 반드시 조정절차를 거쳐야만 쟁의행위를 할 수 있도록 명문화하였기 때문에 조정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쟁의행위는 그 정당성을 상실한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조정절차를 거쳤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행정지도 등과 관련하여 합리적인 해석이 필요하다.

노동위원회는 노동쟁의 조정신청이 들어온 경우 그 내용을 검토한 결과 노조법 제2조 제5호의 노동쟁의가 아니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조정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는 의사표시를 하게 되는데, 이를 ‘행정지도’라고 한다. 노동위원회에서 교섭미진을 이유로 ‘행정지도’를 한 이후에 별도의 조정신청 없이 곧바로 행하는 쟁의행위는 조정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이 되어 노조법 제45조 제2항의 규정(조정전치주의)에 위반되는 것으로 해석된다(노사관계법제팀-3469, 2007.10.22). 노동쟁의가 아니라고 판단하여 행정지도를 하는 경우의 예를 들면, 조정을 신청한 자가 노사관계 당사자가 아닌 경우(당사자 부적격), 조정을 신청한 내용이 단체교섭사항이 아닌 경우(비교섭 사항), 자율적 합의의 여지가 없다고 볼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교섭을 하지 않은 경우(교섭미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