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손실·경영 방해 태업은 쟁의권 남용
경제적 손실·경영 방해 태업은 쟁의권 남용
  • 최영우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고용노동연수원 교수
  • 승인 2013.08.0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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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능률 저하 ‘소극적 태업’만 합법
‘준법투쟁’ 맞서 선제적 직장폐쇄는 부당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고용노동연수원 교수

태업은 조합원들이 일부러 불성실하게 근무함으로써 작업능률을 저하시키는 행위인 ‘소극적 태업’(soldiering, work slowdown)과 고의로 생산설비를 파괴하거나 불량품을 생산해내는 ‘적극적 태업’(sabotage)으로 나눌 수 있다. 소극적 태업에는 감속근무(단순히 작업속도를 늦추어 업무능률을 저하시키는 것으로 태업의 일반적인 형태)와 직무거부(평소 행해오던 작업 중 특정한 직무수행만을 거부하고 다른 업무는 정상적으로 수행하는 형태) 등이 포함된다. 태업은 취업상태를 계속 유지하면서 사용자에게 손해를 주는 행위이므로, 쟁의기간 중에도 임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이 파업에 비해 유리한 점이다.

태업의 정당성 판단

단순히 작업능률을 저하시키는데 그치는 ‘소극적 태업’은 위법하지 않으나, 자재를 훼손하거나 기계가 파손되는 것을 의식하면서 행하는 ‘적극적 태업’은 위법한 소유권의 침해로서 정당성이 부인된다. 태업은 사용자의 지휘명령을 따르되 노동조합의 지시에 따라 부분적으로 이를 배제하고 소극적으로 노무를 거부하는 데 그쳐야 정당성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원료·기계·제품 등을 손괴·은닉·처분하는 등 유형력의 행사로 사용자에게 경제적 손실을 입히거나, 의도적으로 회사의 경영을 방해하거나 피해를 유도하는 경우에는 쟁의권의 남용에 해당되어 정당성이 부인된다.

- 승차권 발매·검표·집계 등 역무업무에 종사하는 역무원들로서는 각 구간에 설치되어 있는 자동역무기를 작동시키고 승차권 미소지자가 승하차 하려 할 경우에는 이를 제지하는 등 조치를 취해야 할 업무상의 임무가 있음에도 각 지하철역의 개찰구를 개방하고 안내방송으로 승객들에게 무임승차를 권유하는 등의 행위로 무임승차토록 하여 손해를 입혔는바, 이와 같은 행위는 쟁의권의 남용에 해당하여 정당성이 없다(대법 1990.5.15, 90도357).

- 1일 수입금을 1일 50,000원 이하로 할 것을 정하여 놓고 위 금액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통제를 하여 회사로 하여금 영업수익 면에서 큰 손해를 보게 하였음은 물론 위 수입금액에 맞추기 위하여 인적이 드문 해안도로를 공차로 운행하거나 운행을 정지하고 도박을 하는 등의 파행적인 운행을 하게 하는 결과까지 낳게 하였다면, 이는 근로자가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회사의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로서 일종의 쟁의행위(태업 또는 부분파업)에 해당되며, 노조법의 제 규정을 지키지 아니한 불법적인 행위에 해당한다(대법 1991.12.10, 91누636).

- 사용자가 근로자들과 사전 합의 없이 시간외 근무나 휴일근무를 시켜왔다면 이는 근로기준법상의 처벌규정에 저촉되는 업무지시라 할 것이므로, 근로자들이 근로관계법규와 단체협약 상 근로의무 있는 1일 8시간은 정상적으로 노무에 종사하면서 다만 이와 같은 시간외 근무나 휴일근무에 관한 사용자측의 위법한 지시를 거부한 경우에는 그것이 집단적으로 행하여지고 또한 이로 인하여 업무수행에 지장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태업이나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볼 수 없다(대법 76도 3657, 1979.3.13).

태업과 임금삭감

태업의 경우 임금이 지급되지만 작업능률을 저하시킨 부분에 대해서는 임금을 삭감할 수 있다. 임금삭감의 범위는 근로계약 등에 의하여 평상시 제공해야 할 노무 중 노무를 제공하지 않은 비율에 따라 임금을 삭감할 수 있는데, 노무를 제공하지 않은 비율에 대해서는 근무내용·작업형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적·구체적으로 산정해야 한다.

- 노조법 제44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면 사용자는 쟁의행위에 참가하여 근로를 제공하지 아니한 근로자에 대하여는 그 기간 중의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태업은 쟁의행위 수단중 하나로 근로계약으로 약정된 노무를 불안전하게 제공한 것이므로 그 부분만큼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으며, 감액수준을 결정함에 있어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에 정한 바가 없다면 근로제공의 불완전 정도, 생산량 감소정도 및 당해 사업장의 임금 계산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노조 68110-40, 2003.2.4).

- 태업의 수단으로 노무의 일부만을 제공하였을 경우에는 사용자가 직장폐쇄의 수단으로 노무의 수령을 거부하지 않는 한 기왕에 정한 근로자의 임금 일부 또는 시급에 불구하고 생산량 기타 근로를 제공한 정도에 상응한 임금만을 지급하면 됨(노정근 1455-1502, 1964.5.13).

- 태업불참 비조합원의 임금지급문제는 노동조합이 태업을 함으로써 비조합원의 일부가 근로를 제공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따라서 판단되어야 할 사항이나, 노동조합이 사업주와 합의한 단체협약(임금협약 포함) 중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사항은 통상 비조합원인 근로자에게도 확장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으로서, 이 경우 비조합원인 근로자도 노동조합의 교섭결과에 따라 반사적 이익을 누리게 되므로 쟁의행위 기간 중의 임금지급에 있어서 조합원인 근로자와 비조합원인 근로자를 차별대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임금 32240-11567, 1989.7.22).

태업과 직장폐쇄

사용자는 노동조합의 태업으로 조합원이 불완전한 노무를 제공하는 경우 직장폐쇄를 통하여 정당하게 노무수령을 거부하고 임금지급의무를 면할 수 있다. 직장폐쇄는 노동조합의 선제적 쟁의행위에 대해 방어적 수단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므로, 태업으로 인하여 사용자가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받은 정도에 이른 경우 수동적·방어적 수단으로 행해졌을 때 정당성이 인정된다.

- 쟁의행위를 결의한 후 정시에 출·퇴근을 하며 과속이나 신호위반과 같은 교통법규 위반행위를 하지 않고 합승이나 부당요금 징수와 같은 불법운행을 하지 않는 이른바 준법투쟁에 들어간 사실, 이로 말미암아 종전에 1일 금 98,000원 내지 금 120,000원에 이르던 사납금이 절반 수준인 1일 금 35,000원 내지 금 75,000원으로 줄어든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위 준법투쟁은 태업과 유사한 쟁의행위라 할 것인데, 이와 같은 쟁의행위의 주체·목적·시기·절차·수단과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피고의 정상적인 업무수행 및 재정상황에 차질이 생긴 것만으로 위 쟁의행위의 정당성이 부인될 수는 없고, 노조의 준법투쟁에 차량의 운행에 관한 제반 법규나 단체협약상의 근로시간을 준수하는 정도를 넘어서서 사납금을 일정 수준으로 정하거나 빈차로 운행하게 하는 등 불법적이고 파행적인 운행의 정도에까지 이르지는 않은 점 등을 미루어 이에 대한 직장폐쇄는 부당하다(대법 2000.5.26, 98다34331).

- 직장폐쇄는 노동조합이 쟁의행위를 개시한 이후에 행사할 수 있고, 여기에서의 쟁의행위는 전면파업은 물론 태업이나 부분파업도 포함하는 개념이므로, 직장폐쇄가 방어적·수동적 차원에서 행사되는 한 태업이나 부분파업에 대한 전면적인 직장폐쇄도 가능하다(협력 68107-333, 1995.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