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탄압, 민주노조운동에 대한 선전포고
전교조 탄압, 민주노조운동에 대한 선전포고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3.11.1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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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장관, 스스로 한 말도 뒤집었다
투쟁 속에서도 평화협력학교 만들기는 지속된다
[전교조를 말하다] ④김정훈 전교조 위원장 인터뷰

전교조가 또다시 법외노조의 길을 걸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동안 누려왔던 합법노조로서의 권한은 다시 합법노조의 지위를 획득할 때까지 내려놓아야 한다. 다시 합법노조의 지위를 언제 얻을 수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때까지 발걸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위기의 시기, 전교조를 이끌고 있는 김정훈 위원장은 지난 9월 26일부터 서울시청광장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단식농성 1주일째 되던 날, 김정훈 위원장을 만나 이후 계획을 들었다. 인터뷰를 하던 당시는 아직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가 있기 전이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전교조 법외노조화는 청와대 주도 공안탄압

고용노동부가 해직교사의 노조활동을 이유로 전교조에 대한 설립신고를 취소하겠다고 하고 있다. 전교조는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어떻게 규정하나?

“법적으로 보면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은 모법인 노동조합법에 근거가 없는 조항이다. 이미 설립되어 활동하고 있는 노조의 설립을 취소할 수 있는 근거조항이 노동조합법에 없다.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의 탄생배경이 전두환 군사정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전두환 군사정권이 1980년에 노동자들의 단결을 막기 위해서 노동조합법에 노조해산 명령권을 삽입했다. 1987년 직선제 쟁취 이후, 여소야대 국회에서 노조해산 명령 관련조항을 삭제했다. 1988년에 노태우 정권은 법을 고칠 수는 없으니까 슬며시 노조해산 명령에 해당되는, 이미 설립되어 활동하고 있는 노조에 대한 설립 취소 관련조항을 끼워 넣은 것이다.

그게 실제로 적용되리라 생각도 안 했고, 지금까지 한 번도 적용된 적이 없다. 고용노동부가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을 들어서 전교조에 설립 취소를 통보하겠다는 예비조치를 한 것은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위법적이고 위헌적인 것이다.”

그동안 전교조는 이런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준비하고 있었나?

“이명박 정부가 내렸던 시정명령은 단순히 규약을 고치라는 것이었다. 고치지 않으면 과태료가 부과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박근혜 정권이 내놓은 시정명령은 고치지 않으면 노조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에 의해서 법외노조로 통보하겠다고 하는 거다. 방하남 장관에 대해 직권남용 혐의로 고소했고, 헌법재판소에 노조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이 위헌이라는 점을 밝혀 달라는 헌법소원을 제출했다.

물론 이번 정권 초기에도 예상은 했지만, 이명박 정권 때와 마찬가지로 일반적인 규약시정명령 정도를 벗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왔다. 방하남 장관이 국회에서 했던 말이나 고용노동부 차관이 전교조 해체를 요구하는 극우보수단체와의 간담회에서 했던 말을 상기할 때, 이런 수준으로 올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지난 3월 방하남 장관은 국회 청문회 답변에서 노동조합법을 국제 기준에 맞게 고치도록 노력하겠다, 다시 말해서 해고자나 실직자, 구직자에 대한 노동기본권을 인정하지 않는 노동조합법이 잘못 되었다는 것을 이미 시인한 거다. 국제 기준에 맞게 고치겠다, 교원노조법에 대해서도 사회적 합의에 따라 교원노조법을 개정하겠다는 발언을 분명히 했다. 고용노동부 차관도 극우보수단체와의 간담회에서 전교조에 법외노조를 통보하고 싶어도 노조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이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조항이어서 위헌적 요소가 매우 크고, 전교조 조합원이 6만여 명에 이르는데 해고되어서 활동하고 있는 조합원은 몇 명에 불과해, 단 몇 명 때문에 나머지 수만 명에 이르는 조합원들의 노동기본권을 박탈하는 것은 헌법상의 피해최소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스스로 말한 바 있다.

단순히 해고되어 활동하는 단 9명의 해직선생님을 빌미로 해서 규약을 개정하지 않으면 법내노조로 인정할 수 없다고 선언한 것은 청와대 주도의 공안탄압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다. 대비는 해왔지만, 너무나 갑작스럽게 최후통첩을 받은 건 매우 당황스러운 일이다.”

교사·공무원 노동기본권 제한, 반문명적!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교사와 공무원은 직무 특성상 노조활동 역시 일정하게 규제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1988년에 노사정 합의의 틀 위에서 일단 특별법으로 하기로 해서 교원노조 특별법을 만들어 전교조를 합법화시키기로 합의한 것은 맞다. 그러나 사실상 파업권이 보장되고 있지 않음으로 해서 우리는 노동2권을 확보한 것이 아니라 1.5권 또는 단결권만을 확보했다고 하는 자조적인 목소리를 낸다.

전교조는 그동안 임금인상 투쟁을 해본 적이 없다. 전교조가 활동하는 것은 참교육을 지향하기 때문에 교사들의 노동조합이지만 학생들을 대변하고, 학부모들의 요구를 전교조의 단체교섭을 통해서 구현하려고 노력해왔다.

또 사실상 교원의 임금은 기획재정부와 안전행정부가 결정해서 내린다. 국회에서도 예산에 대한 통과 조치가 필요하다. 이런 부분이 특별법에 의해서 제한돼 있다. 그래서 정작 자신들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할 수 있는 일들에 나서려고 하면 예산에 관한 사항, 특별한 조치에 관한 사항으로 교섭의제에서 제외돼 버린다.

그리고 단체행동권이 제한돼 있다. 목소리를 내면 모두 걸린다. 이런 제한 조건들 속에서 그나마 합법화된 14년 동안 특권경쟁교육에 반대하고, 교육에서의 빈익빈부익부 현상에 반대하면서 어찌 하면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제도개선 투쟁,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투쟁을 해온 것이다.

사실 특별법에 의한 노동기본권의 제약은 치명적인 것이다. 교사이기 때문에, 공무원이기 때문에 제약해야 한다는 논리는 반문명적인 발상이고, 그런 반문명적인 발상에 놓여 있는 나라들이 거의 없다. 정치기본권만 하더라도 유럽 나라들에서 정치기본권을 줘도 학교 현장이 혼란스러워지지 않는다. 오히려 상식적인 사회를 이루고 있고, 우리보다 훨씬 더 교육의 질, 수업의 질이 높다.”

전교조에서도 규약을 개정하자는 의견이 있을 것 같다.

“정부의 요구가 매우 부당하다는 것은 모든 조합원들의 기본적인 인식이다. 다만 전교조가 1989년에 창립되어 비합법노조로 활동한 10년의 힘겨움을 기억하는 조합원들 중에서 합법의 틀을 유지함으로써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면서 제도개선 투쟁을 하고 교원노조 특별법 개정운동을 전개하는 게 현실적으로 현 상황을 돌파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조합원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정권의 요구가 단순히 현행의 부당한 노동조합법 틀 내로 전교조를 꿰어 맞추려고 하는 단순한 구도가 아니다. 전교조는 87년 체제라고 하는, 1987년에 새롭게 싹트기 시작한 민주주의의 상징이다. 전교조의 결성이 시민사회운동을 일어나게 하고 발돋움하게 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생산직 제조업 노동자들만 노동조합을 하는지 알았는데, 전교조가 선생님들이 당당히 노동자임을 선포한 게 민주노조운동을 확장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래서 전교조는 1987년 이후의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의 상징이기도 하고 민주노조운동이 걸어온 험난한 가시밭길의 상징이기도 하다.

노동부가 현재 법외노조로 하겠다고 하는 협박은 9분의 해직 선생님을 빌미로 밀어내겠다고 하는 형식논리를 넘어선다. 박근혜 정권의 의도는 한국 사회의 마지막 민주주의의 상징, 참교육의 상징, 민주노조운동의 상징인 전교조에 법외노조라고 하는 혐의를 씌워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국정원 사태를 비롯한 민주주의가 파괴되고 있는 양상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깨겠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 민주주의를 파괴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은 것이다. 이는 시민사회운동에 대한 선전포고이자 민주노조운동에 대한 선전포고이다.

전교조 설립 취소를 전제로 한 노동부의 요구를 수용할 것인가 거부할 것인가를 묻는 총투표가 진행되고 있기는 하지만, 이런 부당한 현실에 굴종하지 않고 맞서야 한다는 점을 조합원들이 함께 공유하는 계기로서 조합원 총투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총투표의 결과를 알 수는 없다(10월 16~18일 진행된 총투표에서 2/3가 넘는 전교조 조합원들이 고용노동부의 요구를 거부해야 한다는 의지를 밝혔다). 전교조 위원장으로서 여러 조합원들이 가지고 있는 양심을 믿는다.”

민주주의 후퇴는 일시적일 뿐

전교조가 법외노조가 됐을 경우에 어떤 부분에서 문제가 될 것으로 보는가?

“전교조는 전교조 조합원들만의 전교조가 아니다. 우리나라 전 교사를 대표하는 사실상 유일한 교원노조다. 그래서 전교조 조합원이 아닌 선생님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또 전교조의 단체교섭은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를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이기도 했다.

전교조가 법외노조가 된다는 것은 이런 단체교섭권을 상실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대교육부 교섭력의 약화, 16개 시·도교육청과의 단체교섭 불가능 상태를 의미한다. 이는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의 문제에서부터 특권학교 문제, 입시제도 문제, 학교 내 민주주의 문제, 학교폭력 문제 등 우리 교육의 과제들이 산적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합법적, 제도적으로 풀 수 있는 수단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또 일시적으로 교내 민주주의가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 전교조의 노동운동이 학교를 많이 민주화시켰는데, 전교조가 법외노조화 되면 일부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교육관료들이 권위주의적이고 수직적인 체계로 전환할 수 있다고 오판함으로써 학교 민주주의가 일시적으로 후퇴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되돌릴 수는 없는 것이고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전교조 선생님들은 이 부분을 바꾸기 위해 매년 피 끓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학부모들과 만나는 일, 시민사회단체와 만나는 일을 좀 더 열심히 해서 제도적인 틀을 넘어서야 할 것이다. 박근혜 정권의 조치가 부당하다는 것을 알리면서 교원노조법 개정운동에 들어가고 또다시 합법화 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

현재 조직적인 위기상황에 처해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전교조가 추구하는 목표를 놓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당장은 전교조 탄압을 저지하는 투쟁이 최우선과제일 수밖에 없지만, 자사고, 특목고, 국제중으로 이어지는 특권경쟁교육을 어떻게든 저지시켜야 한다. 그런 점을 계속 지적하고 특권경쟁교육 반대투쟁을 계속 이어갈 것이다.

그리고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로 대변되는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해 검정취소 운동을 강력하게 전개해 나갈 것이다. 친일독재를 미화하는 교과서가 존재하는데 어떻게 학교 교육 내에서 일제강점기와 항일독립투쟁을 다룰 수 있겠는가? 이 두 가지가 중심이 되는 투쟁이다.

전교조 선생님들을 정말로 밥그릇 싸움으로 몰고 가면서 경쟁으로 몰아가는 학교별 차등성과급 반대투쟁도 그대로 진행할 것이다. 이런 사업들과 함께 하반기 주요 목표가 평화협력학교 만들기다. 학내 민주주의와 수업이 가능한 교실로 표현되는 것이 평화협력학교 만들기인데, 이 평화협력학교의 상을 제시하는 대회가 학교혁신한마당이다. 10월 12일에 전국대회로 서울에서 진행된다. 생태, 인권, 평화가 살아 숨 쉬는 교실, 가치가 존중되는 교실이 이런 활동의 최종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