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4개 계열사에 일방적인 매각 통보
삼성, 4개 계열사에 일방적인 매각 통보
  • 홍민아 기자
  • 승인 2015.02.16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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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 계열사 노동자들 연대 투쟁 다짐
삼성그룹 미래전략실과 직접 교섭 요구
[사건] 삼성 계열사 매각

지난해 삼성그룹은 석유화학산업 계열사인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과 방위산업 계열사인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를 한화로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한화는 삼성테크윈과 삼성종합화학의 지분 인수를 통해 자회사인 삼성토탈과 삼성탈레스의 공동 경영권도 확보하게 되었다.

직원들과의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진 이번 매각 발표에 매각 대상 4사에서는 공동협상단을 꾸려 8,700여 명에 이르는 전체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연대 투쟁할 것을 선언했다.

ⓒ 이현석 객원기자 175studio@gmail.com
1조 9천억 원 규모의 빅딜 이뤄져

삼성테크윈과 삼성종합화학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관계사(대표주주사 : 삼성전자, 삼성물산)는 2014년 11월 26일 각각 이사회 또는 경영위원회를 통해 삼성테크윈의 지분 32.4%를 8,400억 원에 (주)한화로, 삼성종합화학 지분 57.6%를 1조 600억 원에 한화케미칼 및 한화에너지로 매각하기로 결의했음을 발표했다. 이날 결의에 따라서 삼성테크윈의 합작 자회사인 삼성탈레스와 삼성종합화학의 합작 자회사인 삼성토탈 역시 동시에 한화로 양도된다.

같은 날 한화는 1조 9,000억 원의 대규모 M&A를 통해 방위산업과 석유화학산업에서 국내 1위 도약과 함께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다고 발표했다. 한화그룹은 삼성테크윈와 삼성탈레스 인수를 통해 2013년 기준 방위 사업 부문 매출이 1조 원 규모에서 약 2조 6천억 원으로 증가해 국내 방위사업 분야 1위로 도약하게 되고,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 인수를 통해 석유화학사업 부문 매출 규모가 18조 원에 이르게 되어 국내 석유화학사업 분야에서도 1위 자리로 도약하게 되었다. 이후 한화는 삼성계열사 통합 TF를 구성하여 ▲ 직원 100% 고용승계 및 처우 복리 수준의 유지 ▲ 현 임원진 최대한 유임 ▲ 삼성테크윈의 CCTV 등 민수사업 적극 확대 ▲ 글로벌 수준의 화학기업으로 성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이번 매각의 세부조건으로 삼성 내에 잔류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하고, 매각 후 3년간 삼성 재취업 금지 사항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이현석 객원기자 175studio@gmail.com
매각 계기로 삼성 내 노동조합 연속 출범

매각 발표 이후 4개 계열사 노동자들은 노동조합 설립 및 비대위 구성으로 사측의 매각 통보에 대응했다.
삼성토탈노동조합은 지난해 11월 27일 노동조합 결성을 결의했고, 삼성테크윈에서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의 삼성테크윈지회(지회장 윤종균)가 지난해 12월 8일 창원2, 3공장 중심으로 출범했다. 삼성테크윈지회 설립에 뒤이어 삼성테크윈 판교 사업장 중심으로 삼성테크윈노동조합이 출범했다. 그리고 삼성종합화학 대산노동조합과 한국노총을 상급단체로 하는 삼성종합화학 울산노동조합이 출범했고, 삼성탈레스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되었다.

이어 1월 17일, 4사 대표자 공동회의를 통해 연대 투쟁을 결의하였다. 공동성명서에 따르면 연대 투쟁을 결의한 전체 노동자 수는 8,700여 명에 달한다.

1월 21일 삼성그룹 본관 앞에서 열린 1차 연대 상경집회에 이어 29일 열린 2차 연대 상경집회에는 매각 대상 4사 노동자 800여 명이 모였다.

이날 4개사 공동협상단은 8,700여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요구하며 이 상황을 만든 미래전략실과의 직접 교섭을 요구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서를 사측에 전달하려 했지만, 직접 전달하지는 못했다. 21일 1차 연대 상경집회 때 전달한 항의서한에 대한 대답 또한 들을 수 없었다. 이날 집회 도중 삼성테크윈노동조합은 공동성명서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집회 도중 철수했고, 사측에 전달된 공동성명서에서는 삼성테크윈노동조합의 이름이 지워졌다.

공동협상단은 그동안 삼성을 위해서 피땀 흘려온 노동자들을 진정한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는 삼성의 경영방침을 비판하며,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진 이번 매각의 본질은 삼성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삼성그룹이 미래전략실을 통한 경영개입을 중단하고, 미래전략실과 직접 교섭을 요구하는 공동협상단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연대 투쟁할 것을 다짐했다.

4개 계열사 노동자들의 매각 거부 투쟁과 관련해서 한화 관계자는 “현재는 인수 합의까지만 이뤄진 상태이고 서류 실사 마무리 작업 등이 남아 있는 상태”라면서 “매각 대상이 되는 삼성 계열사의 근로자들에 대해 100% 고용승계를 약속한 상태이기 때문에 그 이상의 답변을 할 수 없다”고 전했다.

공동협상단이 요구하는 삼성그룹 미래전략실과의 직접 교섭과 관련해서, 삼성 홍보팀은 “각 회사 차원에서 직원들과 대화해야 한다”고 전하며 “삼성테크윈의 경우 사측에서는 직원들과의 대화를 원하고 있지만, 삼성테크윈지회가 대화에 응하고 있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테크윈지회에서는 “실질적 권한이 없는, 매각사실도 몰랐다고 주장하는 각 사의 사장들과 논의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하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대화에 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