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는 진행되는데 대책은 없다
고령화는 진행되는데 대책은 없다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7.02.14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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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 고용률 높아도 노인빈곤율 세계 1위
[커버스토리]인생이모작, 어떻게 할 것인가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고촉법을 개정해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연장했다. 올해부터는 모든 사업장에서 이 법이 적용된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고령화에 대비하기에는 한참 부족하다. 법적으로 정년은 60세 이상이지만,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연령은 채 50세에도 미치지 못한다. 장년 고용률은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인빈곤율은 다른 나라와의 비교가 무의미할 만큼 압도적인 1위다. 노후생활을 위한 자금이 부족하다 보니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하지만 고령자에게 적합한 일자리는 많지 않다. 아파트 경비나 청소 등이 고작이다. 노후생활을 위해 준비한 연금도 용돈 수준으로 전락한 지 오래고, 딱히 소득을 얻을 수 없는 노인들은 폐지를 줍기 위해 거리로 나선다. 고령화에 대한 경고는 오래 전부터 울렸지만, 이에 대한 대비를 시작한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사회가 고령화되는 만큼 일터의 고령화도 착착 진행됐다. 사회적인 고령화 대비가 부족한 것과 꼭 마찬가지로 일터에서도 고령화에 대한 대비는 미흡하기만 하다. 기업은 장년 인력을 유지하는 것을 비용으로만 인식하고, 노동자들은 ‘어? 어?’ 하다가 준비 없는 퇴직을 맞는다. 퇴직 후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건 시간문제다.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 할까? 고령화되고 있는 사회와 일터에 대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살펴본다.

 

올해 1월 1일부터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촉법)에 따라 규모를 막론하고 모든 사업장의 정년은 60세 이상으로 적용된다. 기존에 정년이 60세 이상이었던 사업장은 변화가 없겠지만, 60세 미만이었던 사업장은 관련 규정(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도 불구하고 정년이 60세인 것으로 간주된다.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고촉법이 개정된 것은 지난 2013년의 일로, 우리나라의 심각한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의 노인빈곤율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한 것이다.

지난해 1월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 지방공사 및 지방공단에서 고촉법상 정년 60세 이상 규정이 적용된 데 이어, 올해 1월 1일부터는 300인 미만 사업장과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도 정년 60세 이상 규정이 확대 적용됐다.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

법으로 정년을 연장해야 할 만큼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심각한 수준이다. OECD가 발표한 주요 국가의 고령화 속도를 비교하면, 일본을 비롯해 미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의 현재 고령화 수준은 우리나라보다 더 높지만, 고령화 속도는 우리나라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고령화율(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은 2018년 14.5%, 2026년 20.8%, 2050년 37.4%로 급속도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이 7% 이상인 사회를 고령화사회, 14% 이상인 사회를 고령사회, 20% 이상인 사회를 초고령사회라고 말한다. OECD는 각 국가들이 고령화사회, 고령사회, 초고령사회에 도달하는 시점을 발표한 바 있는데, 이를 통해 각국의 고령화 속도를 비교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일본은 1970년에 고령화사회에 도달한 데 이어, 1994년에 고령사회에 도달했으며, 2005년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가 될 때까지 24년,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까지는 11년이 걸려 급속하게 고령화가 진행됐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은 1942년 고령화사회, 2013년 고령사회에 이르렀으며, 초고령사회에는 2029년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까지 71년,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까지 16년이 걸린다. 프랑스는 고령화 속도가 좀 더 더딘데, 고령화사회(1864년)에서 고령사회(1979년)까지는 115년,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2019년)까지는 40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에서 이미 초고령사회에 도달한 독일과 이탈리아의 경우에도 고령화 속도는 완만하게 나타난다. 독일의 경우 고령화사회(1932년)에서 고령사회(1972년)까지 40년,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2008년)까지 36년이 걸렸으며, 이탈리아의 경우 고령화사회(1927년)에서 고령사회(1988년)까지 61년,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2007년)까지 19년이 걸렸다.

이와 비교해 우리나라의 고령화는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시기는 비교적 늦은 2000년이지만, 불과 18년 만인 2018년에 고령사회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그로부터 초고령사회(2026년)에 이르기까지는 불과 8년밖에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고령화 추세 속에 장년 고용률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2015년 기준 장년(50~64세) 고용률은 70.6%로 전체 고용률 65.7%에 비해 높은 수준이며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50세 전에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

장년 고용률이 높은 것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노인복지 지출은 2006~2008년 평균 GDP 대비 1.7%에 그치고 있지만, 노인빈곤율은 2011년 기준 45.1%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1월 17일 통계청,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이 공동으로 발표한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노인빈곤율은 61.7%로 전년보다 1.5%p, 2011년보다 16.6%p 높아졌다. 갈수록 노인빈곤이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높은 장년 고용률에도 불구하고 노인빈곤율이 이처럼 높은 것은 일자리의 질과 관련 있다. 장년 고용률은 높지만 주된 일자리(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에서는 조기 퇴직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주된 일자리에서의 평균 퇴직연령은 49.1세이며 주된 일자리에서 정년을 맞는 경우는 8.2%에 불과하다.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연장해도 그 때까지 근무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장년 남성노동자의 경우 권고사직, 명예퇴직 등으로 주된 일자리에서 조기 퇴직하는 비율은 16.4%에 이른다.

하지만 장년의 실질은퇴연령은 70세를 넘긴다. 2014년 기준 실질은퇴연령은 남성 72.9세, 여성 70.6세로 OECD 평균(남성 64.6세, 여성 63.2세)보다 7~8세 높은 수준이며, 주된 일자리에서의 퇴직연령과 실질은퇴연령 사이에는 큰 간극이 존재한다.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해도 20여 년간 더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취업 시에는 고용의 질이 확연히 낮아진다. 마땅한 재취업 일자리도 부족하고, 있는 일자리도 경력 활용이 어려운 임시·일용직이며, 생계형 자영업이나 단순노무직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재취업 시 임금 수준은 장기근속자(주된 일자리)의 1/3 수준에 불과하다.

월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볼 때 20년 이상 장기근속 시에는 593만 원을 임금으로 받지만, 재취업 시에는 임금 수준이 184만 원으로 떨어진다. 장년 재취업자의 지위를 살펴보면 고령자들이 얼마나 불안정한 일자리에 취업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2014년을 기준으로 전체 장년 재취업자는 199만 6천 명인데, 그 중 자영업자는 53만 3천 명으로 26.7%이며, 나머지 146만 5천 명(73.3%)은 임금노동자이다.

임금노동자 중 비교적 안정된 일자리라고 할 수 있는 상용직은 55만 3천 명으로 전체 장년 재취업자 중 27.7%에 불과하다. 전체 장년 재취업자 중 29.1%인 58만 3천 명은 임시직으로, 16.5%인 33만 명은 일용직으로 재취업하고 있다. 45.6%, 즉 장년 재취업자 두 명 중 한 명은 임시직이나 일용직 같은 불안정한 일자리에 재취업하고 있는 것이다.

노후소득 충분치 않다

재취업을 통해 일을 하지 않을 경우에도 노후소득을 얻을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는 제도가 있는데, 공공부조와 연금이 대표적이다. 공공부조는 생활이 어려운 사람을 대상으로 지급되는 생계급여 등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기초연금으로 나뉜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고령자에게만 지급되는 것은 아니므로 노후소득을 보장하는 성격만 가진 것은 아니다. 기초연금은 도입 당시 논란을 거쳐 소득 하위 70%만을 대상으로 지급된다. 기초연금은 2015년 12월 기준 449만 명에게 지급되고 있으며,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최고 20만 원까지 차등 지급된다.

연금은 국민연금과 특수직역연금을 기본으로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통해 중층적으로 노후를 보장하게 된다. 국민연금공단이 산출한 통계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우리나라의 18세 이상 60세 미만 총인구는 3,291만 명으로 집계된다. 그 중 비경제활동인구 984만 명(29.9%), 각종 사유에 의한 공적연금 비적용자 26만 명(0.8%)이 우선 연금의 혜택에서 제외된다. 이들을 제외한 공적연금 적용 대상자는 모두 2,281만 명이며, 그 중 146만 명은 특수직역연금 적용 대상이고, 나머지 2,135만 명이 국민연금 적용 대상자이다.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특수직역연금은 해당 직업군에만 적용되는 공적연금으로서 퇴직연금의 성격까지 포괄한다.

국민연금 적용 대상자 중에서도 국민연금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별도의 소득을 얻지 못해 납부예외자로 분류되는 경우가 451만 명(13.7%)이고,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국민연금 보험료를 장기간 체납하고 있는 경우가 109만 명(3.3%)에 이른다. 결국 비경제활동인구, 공적연금 비적용자, 납부예외자, 보험료 장기체납자를 모두 합해 1,570만 명이 국민연금이나 특수직역연금 같은 공적연금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비율로는 18세 이상 60세 미만 총인구의 47.7%에 이른다.

18세 이상 60세 미만 인구 중 특수직역연금 대상자 146만 명(4.4%)과 국민연금 보험료를 꼬박꼬박 납부하고 있는 1,575만 명(47.8%)을 더해 1,721만 명(52.3%)만이 공적연금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거의 절반에 가까운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점 외에도 연금 수령액이 낮다는 점도 공적연금의 한계로 지적된다. 퇴직연금의 성격까지 가미된 특수직역연금을 제외하면, 2015년 현재 65세 이상 고령자 중 20년 이상 국민연금에 가입한 경우 매월 받을 수 있는 평균 수령액은 88만 원 남짓이다. 현재의 물가수준을 감안할 때 다른 소득원이 있거나 자녀로부터 용돈을 받지 않는 이상 이 금액으로 생활한다는 것은 겨우 생존을 유지하는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이 낮은 공적연금 수령액을 보충하기 위해 가입하는 것이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같은 사적연금이다. 퇴직연금은 직장인을 가입 대상으로 하는 사적연금으로 일시불로 지급되는 기존의 퇴직금 대신 퇴직급여를 연금형태로 지급하는 제도다. 2015년 말 기준으로 전체 가입 대상 중 53.5%가 퇴직연금에 가입되어 있어, 노후에 퇴직급여를 연금으로 수령하게 된다. 퇴직연금 제도의 도입이 늦게 이루어진 탓에 가입률이 점차 높아지고는 있으나 겨우 절반을 넘긴 정도에 불과하다.

개인이 임의로 금융기관의 연금 상품에 가입하는 개인연금의 경우 2015년 말 기준 가입률은 17.6%에 불과해 아직은 6명 중 1명꼴로 혜택을 받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더구나 사적연금은 그 형태에 따라서는 납입한 보험료 원금보다 낮은 수령액을 받게 될 가능성도 있어, 공적연금을 보완하기에는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

▲ 노인 일자리 박람회에서 상담하고 있는 장년노동자

은퇴 후 20년, 어떻게 살까?

앞에서 50~64세의 장년 고용률을 살펴봤지만, 65세 이후에도 10명 중 3명은 일을 하고 있다. 75세 이상 인구 중에서도 5명 중 1명은 일을 하고 있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의 고용률은 31.3%이고 75세 이상 인구의 고용률도 19.2%에 이른다.

일을 하고 있는 나머지 인구, 65세 이상 인구 10명 중 7명, 75세 이상 인구 5명 중 4명이 일을 하지 않아도 생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오산이다. 고용률 통계에 포착된 이들이 급여의 많고 적음을 떠나 일을 통해 안정적인 소득을 얻고 있다는 의미일 뿐이다. 나머지는 소득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질 수 없는 경우다. 이렇게 안정적인 소득을 얻지 못하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는데, 폐지 줍는 노인들이 바로 그들이다.

안정적인 일자리라고 해서 말 그대로 ‘안정’적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대다수의 고령 일자리는 계속고용이 보장되지 않는다. 보통 1년 단위, 혹은 수개월 단위의 계약직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계약만료기간이 다가오면 당장 일자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출근해야 하는 것이다. 안정적인 일자리라는 의미는 결국 고용되어 있는 기간에는 많든 적든 급여가 지급된다는 의미 이상이 아니다. 고령자의 일자리 중 많은 경우가 아파트 경비원, 청소용역 등과 같은 일에 몰려 있고, 주된 일자리에서의 경력을 활용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소득과 일자리의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고령인구가 살아가는 데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의학의 발달과 더불어 수명이 늘어나면서 2013년 출생한 아이의 기대수명은 남성 78.5세, 여성 85.1세에 이른다. 60세를 정년으로 은퇴한다고 하더라도 은퇴 후 18~25년을 더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 기간에 대한 준비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소득뿐만 아니라 이 기간 동안 무엇을 하면서 살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관심조차 없는 실정이다. 그나마 가끔씩 언론에 ‘고독사’와 같은 뉴스가 보도될 때 잠깐 동안 반짝 관심을 보이는 게 거의 전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은퇴연령이 얼마이든 은퇴 후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은퇴와 함께 관심의 영역에서도 멀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