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의 노크노크] 일방적 매각, 일방적 달래기
[이동희의 노크노크] 일방적 매각, 일방적 달래기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9.06.0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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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희의 노크노크] 기자의 일은 두드리는 일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지난 5월 31일, 현대중공업 물적분할이 예정대로 임시 주주총회 안건으로 통과됐다. 지난 1월 31일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추진을 공식화한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아직 인수 절차는 남아있지만 인수를 위한 첫 단추는 끼워졌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이번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노동조합을 파트너로 보지 않는 우리사회의 단면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다는 소식은 지난 1월 30일 언론을 통해 먼저 흘러나왔다. 그 다음날인 1월 31일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추진을 공식화하고, 현대중공업그룹과 산업은행은 산업은행이 가지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지분을 인수하는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

노동조합은 이 소식을 뉴스를 통해 확인해야 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와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갑작스러운 소식에 놀란 것도 잠시, 곧바로 비상체제에 돌입 했다. 두 노조가 인수 소식을 접하고 가장 첫 번째로 규탄한 내용은 인수추진에 노동조합을 배제한 사실이었다.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산업은행과 현대자본의 물밑 협상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을 결정하고 절차를 밟아가는 것은 잘못된 절차이며 노동자들을 기만하는 행위”라며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매각 절차를 중단하고 당사자인 노동조합의 참여 속에 재논의돼야 한다”고 밝혔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역시 “노동조합을 배제한 밀실 인수추진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인수 반대 입장을 밝혔다. 당시 현대중공업지부는 “회사경영이 어렵다며 기본급 동결을 제시하고, 지난해 노동자들을 구조조정에 내몰았던 회사가 이제 와서 막대한 돈을 들여 대기업 인수에 나선다는 사실에 분노한다”고 비판했다.

인수절차를 밟아갈수록 노조의 반발은 거세졌지만, 노조의 반대에도 절차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지난 3월 8일 현대중공업그룹과 산업은행은 인수 본계약을 체결했고, 지난 5월 31일 현대중공업 임시 주주총회에서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물적분할 안건이 통과됐다.

회사는 중간중간 노조를 달랠 손을 내미는 것도 잊지 않았다. 산업은행과의 본계약에서는 상생발전방안을 담은 공동발표문을 내놓고 대우조선해양의 임직원 고용유지 및 기존 협력업체와의 거래선 유지를 약속하기도 했으며, 현대중공업 사내담화문을 통해 노조가 우려하는 어떠한 불이익이 없다는 점을 약속한다며 단체협약 승계와 고용안정 약속도 반드시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아무런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인수추진계획과 인수과정에 노동조합은 어디에도 없었다. 고용안정을 약속한다며 회사가 내민 손을 노조가 덥썩 잡을 수 없는 이유다. 노조 입장에서는 노조를 달래려고 내민 손조차 ‘일방적’으로 보일 수밖에.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 현장 실사, 국내외 기업결합심사 등 인수절차를 남겨두고 있으나, 노조가 대우조선해양 현장 실사를 막고, 지난 임시 주주총회가 무효임을 확인하는 법적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히면서 인수절차가 ‘산 넘어 산’이라는 언론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인수과정에서 노조를 산으로 만든 건 누굴까? 이번 인수추진계획을 발표하기 전에 노조와 조선산업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선택지는 없었을까? 노조와 함께 하는 대화가 있었다면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