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에게 판결받고 오라는 게 국민정서인가"
"피해자에게 판결받고 오라는 게 국민정서인가"
  • 정다솜 기자
  • 승인 2019.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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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을지로 중재안' 합의 못한 구체적 이유 밝혀
민주노총 소속 요금수납 노동자들이 10일 오전 국회 정문 앞에서 '을지로위원회 중재안 서명을 거부한 민주노총 요금수납원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진행 중이다. ⓒ 전국민주일반연맹
민주노총 소속 요금수납 노동자들이 10일 오전 국회 정문 앞에서 '을지로위원회 중재안 서명을 거부한 민주노총 요금수납원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진행 중이다. ⓒ 전국민주일반연맹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과 박선복 한국노총 톨게이트노조 위원장이 '도로공사 요금수납원 1,500명 집단해고 사태'에 대한 을지로위원회의 중재안에 9일 합의했지만 사태는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해고된 요금수납원 450여 명이 속한 민주노총이 서명을 거부한 채 노사정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합의 내용은 자회사 전환에 동의하지 않은 수납원 중 2심 계류 중인 수납원은 도로공사가 직접 고용하고 1심 계류 중인 수납원은 임시직으로 고용한 뒤 1심 판결에서 승소한 수납원을 직접 고용하는 것이다. 2심 계류 중인 수납원은 116명, 1심은 931명이다.

민주노총 소속 요금수납 노동자들이 중재안에 반대한 이유는 대법원의 판결 취지를 부정하고 도로공사의 억지논리를 그대로 수용한 안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 8월 29일 대법원은 △한국도로공사가 수납원 노동자들의 업무를 관리·감독한 점 △요금수납업무가 도로공사의 필수적이고 상시적인 업무인 점 등을 이유로 불법파견을 인정한 바 있다.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연맹(이하 일반연맹)과 인천일반노동조합은 10일 오전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을지로위원회의 중재안에 서명을 거부한 이유를 설명했다.

① 대법원 판결취지 부정

"요금수납원들의 법적 지위는 도로공사 정규직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났다."

"대법원 관계자는 소송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나머지 계약 해지된 노동자들도 합의를 통해 도로공사가 직접고용하라는 판결의 취지도 밝혔다."

민주노총 소속 요금수납 노동자들은 을지로위원회의 중재안이 대법원의 판결취지를 부정하는 안이라고 평가한다. 대법원이 요금수납원의 법적 지위는 도로공사 정규직이라고 판결했고 파견법상 똑같은 업무를 해 대표소송을 진행해서 이겼으면 소송 당사자가 아니라도 같은 법적지위가 적용되는 게 맞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은 1심 계류 중인 노동자 개개인 모두 판결을 받고 오라는 을지로위원회의 중재안을 "대법원 판결로 일단락된 요금수납원의 지위를 사실상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② 도로공사의 모순된 논리 그대로 수용한 중재안

"도로공사는 2015년 이후 입사자 630명 가운데 신규영업소에 채용된 89명에 대해선 법적으로 다퉈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89명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은 파견법을 위반했다고 스스로 고백하는 논리다."

도로공사는 2015년 이후 불법파견 소지를 없앴기 때문에 신규 영업소로 채용한 89명은 법적 다툼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2015년 입사자 중 89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불법파견일 수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으로 일반연맹은 해석한다.

을지로위원회 중재안에는 '공사는 변론이 종결된 1심 사건의 2015년 이후 입사자에 대해서는 관련 차후 최초 판결 결과에 따른다'는 조건이 있다. 만약 2015년 이후 입사자 중 첫 판결이 불법판결이 아닌 것으로 나오면 나머지 인원은 재판 결과와 관계없이 직접 고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같은 맥락에서 "2015년 이전 입사자는 불법파견이었음을 뜻하는 논리"이며 2015년 이후 입사한 1심 계류자 중 14명이 이미 승소했음에도 도로공사가 개인판결을 주장하는 것은 노동자 갈라치기라는 것이 일반연맹의 지적이다.  

민주노총 소속 요금수납 노동자들은 도로공사 본사 점거 농성을 지속할 예정이다. 이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 사태의 모든 책임은 도로공사와 정부에 있다고 확신한다"며 "범죄자가 피해자에게 법의 판결 받고 오라는 게 국민정서인가. 원칙적인 대안이 제시될 때까지 우리 표현으로는 옮음을 이행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도로공사 관계자는 "을지로위원회 중재안 적용은 한국노총 소속 요금수납원뿐 아니라 무노조,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도 희망한다면 해당된다"며 "2심 계류 중인 직접고용 대상자에 대한 직무교육 등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