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주 백면노조 위원장 "이제 장거리 마라톤 남았다"
하인주 백면노조 위원장 "이제 장거리 마라톤 남았다"
  • 정다솜 기자
  • 승인 2019.11.19 14:59
  • 수정 2019.11.19 17: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업노조에서 할 수 없었던 일 본격적으로 추진해나갈 예정"

[인터뷰] 하인주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 초대위원장

지난 9일, 백화점·면세점 판매서비스 노동자들이 산업별 노동조합으로 뭉쳤습니다.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연맹노동조합(위원장 강규혁) 6개 노동조합(△로레알코리아 △록시땅코리아 △부루벨코리아 △샤넬 △클라란스코리아 △한국시세이도)이 10월 말 조직형태 변경을 위한 총투표를 진행한 뒤 산별노조 전환을 결정한 겁니다. 

명칭은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이고 약칭은 '백면노조'라고 합니다. 3,000여 명 규모고요. 

"험난한 가시밭길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우리가 그 가시밭길을 꽃길로 만들자. 서비스 노동이 진정한 노동으로 존중받는 세상을 위해 다 같이 투쟁하자." (하인주 백면노조 초대위원장)

백화점·면세점 판매서비스 노동자들이 지역과 브랜드 차이를 뛰어넘어 하나로 뭉친 이날, 하인주 위원장은 조합원 앞에 서서 앞으로 '가시밭길'이 있겠지만 함께 '꽃길'을 만들어가자고 말했습니다. 

열흘이 흐른 19일,  하인주 위원장을 다시 만났습니다. 그동안 궁금했던 '가시밭길'과 꽃길'에 대해 물었습니다. 물론 출범식 이후 어떻게 지냈는지, 앞으로의 계획도 함께요. 

ⓒ 하인주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 초대위원장
ⓒ 하인주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 초대위원장

- 위원장님, 백면노조가 산별노조로 공식 출범한 지 열흘이 지났어요. 어떻게 지내셨어요? 
시간이 그렇게 흐른 지도 몰랐어요. 산별 전환을 생각한 지는 오래됐는데 딱 마음먹고 준비한 기간이 짧았어요. 본격적으로는 올해 4월부터 시작했으니까요. 6개 단사가 전력 질주해서 준비한 터라 지금도 정신은 없어요. 이제 디테일하게 규정, 회의체계, 현장과 소통방법, 사업계획 등에 대해 모여서 계속 이야기해야 하는데 만날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빴어요. 각 단사 일도 있으니까요. 그동안 단거리 달리기를 했다면 이제 장거리 마라톤이 남은 거죠.

- 그 사이 산별노조 직할로 가입한 조합원은 있나요? 
아직 적극적으로 사업을 시작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산별노조 설립 소문이 나기 시작해 문의는 조금씩 들어오고 있어요. 요즘 경기도 안 좋고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사측으로부터 압박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노동강도도 높아졌고요. 그 이유 중 하나가 회사에서는 신규채용 없이 주52시간을 맞추라고 하거든요. 그럼 중간중간 쉬어야 하는 인력이 많아져요. 일은 그대로인데 빠진 인원 몫을 남은 사람이 채워야 하니까 굉장히 힘든 상황이에요. 고객은 이런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기다리게 되니 현장 노동자의 감정노동도 심해졌고요. 또한 매장 폐점, 철수, 인사이동 등을 회사가 즉흥적으로 하는 부분이 많이 발생하다 보니 그런 측면에서도 불안감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 그렇군요. 산별전환 출범식에서 "우리의 정당한 권리를 찾는 데는 험난한 가시밭길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어요. 위원장님은 어떤 가시밭길을 예상하세요?  
그건 예측이거든요. 아직 가시밭길이라고 할 건 없어요. 개인적으로는 6개 단사 조합원들이 서로 마음을 열고 하나가 되어 단결하는 부분이 가장 신경 쓰여요. 예를 들어 '의자 공동앉기 행동'도 현장 조합원들의 마음을 함께 모으기가 쉽지 않았거든요.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회사가 다르다는 측면도 있고요. 그 외에는 회사나 백화점·면세점 또는 정부와 투쟁인데 투쟁은 가시밭길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건 함께 뭉쳐서 하면 되는 거니까요.

- 가시밭길에 이어서 "우리가 그 가시밭길을 꽃길로 만들자"고 덧붙이셨어요. 
꽃길은 함께 투쟁했을 때 결과물이에요. 아주 사소한 결과물이라도요. 지금 1년이 막 넘었지만 '의자 공동앉기 행동'을 통해 이젠 의자에 앉아서 손님을 기다릴 수 있는 장면 같은 거죠. 사실 그게 굉장히 큰 거예요. 백화점 생활을 25년, 30년 했어도 의자에 앉아서 대기한다는 건 있을 수 없던 일들이니까요. 그런 결과물들이 꽃길 아닐까요. 

- 마지막으로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세요?
현장 노동자들에게 산별노조를 알리고 가입시키고 단결시키는 거죠. 우선 현장에 주체를 세우고 단결력을 높이고자 합니다. 단결해서 규모가 커지면 투쟁도 더 커지겠죠. 그다음엔 모든 조합원의 열망인 연장영업규제, 정기휴점제 등을 원청인 백화점·면세점에 요구할 계획이에요. 그 외에 법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면 그 부분도 함께 추진할 거고요. 어쨌든 각자 기업노조로서는 할 수 없었던 일들을 본격적으로 추진해나갈 생각이에요. 당장은 오늘(19일)부터 산업자원통상위원회 법안심사 소위를 진행 중인 국회 앞에서 대형유통매장의 주1회 의무휴업, 영업시간 제한을 골자로 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기 위해 사흘간 1인 시위를 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