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스피커] 이양식 금속노조 위원장 후보 인터뷰
[선거스피커] 이양식 금속노조 위원장 후보 인터뷰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9.11.27 13:47
  • 수정 2019.11.27 15: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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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투쟁, 대정부투쟁으로 무기력 끝장낸다”

인터뷰_기호 2번 이양식 금속노조 위원장 후보

민주노총 최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의 수장이 누가 될 것인가는 노동계 선거철마다 핵심 관심사로 떠오른다. 이번 금속노조 11기 임원선거에는 기호 1번 김호규 위원장 후보, 기호 2번 이양식 위원장 후보 이렇게 2명의 후보가 당당하게 출사표를 던졌다. 오는 12월 3일부터 5일까지 진행하는 1차 투표를 앞두고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는 두 후보를 만나 금속노조 11기에서 가지고 갈 핵심 공약과 2020년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 제조업 위기 등 금속노조의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새 시대, 새 인물, 무기력을 끝장내자’를 슬로건으로 내건 이양식 위원장 후보는 ‘재벌투쟁’과 ‘대정부투쟁’을 강조했다. 이양식 위원장 후보는 현대자동차 현장조직 ‘민주현장’ 의장을 지낸 인물로, 2003년 현대자동차노조 공동소위원회 의장, 2012년 현대자동차지부 조징강화실장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러닝메이트로 함께 출마한 김유철 수석부위원장 후보는 2007~2008년 기아자동차지부 판매지회 수석부지회장, 23대 기아자동차지부 부지부장, 금속노조 9기 대외협력실장을 지내고 현재 금속노조 대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선임 사무처장 후보는 현재 경남지부 수석부지부장으로, 경남지부 한국산연지회 지회장, 경남지부 5~6기 사무국장과 9~10기 수석부지부장을 지낸 바 있다.

ⓒ 금속노조
왼쪽부터 차례로 이선임 사무처장 후보, 이양식 위원장 후보, 김유철 수석부위원장 후보. ⓒ 금속노조

먼저 금속노조 11기 임원선거에 출마한 계기를 들어보고 싶다.

‘새 시대, 새 인물, 무기력을 끝장내자’라는 슬로건에도 나와 있지만 금속노조의 무기력을 끝내고자 출마했다.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의 과정은 현장에 있다. 현장 투쟁을 25년간 해오면서 고민이 많았다. 나보다 나이 어린 활동가들을 도와주고 뒷받침하면서 정년까지 편하게 살까도 생각해봤지만 현장 조직을 강화하는 일에 몰두하면 할수록 투쟁하지 못하는 지금의 금속노조를 바로 세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대정부투쟁과 재벌투쟁으로 우리사회 근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목표고,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현장 투쟁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현장 투쟁을 가져가면서 정부와 재벌을 상대로 하는 금속노조의 투쟁으로 세상을 바꾸고자 한다.

 

■ 문재인 정부와 제조업 위기

금속노조 11기 위원장 임기가 시작되는 2020년, 문재인 정부도 집권 4년차에 들어선다. 내년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거라고 보는가?

문재인 정부 초기에는 노동계에서도 기대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정부의 노동정책은 이미 작년 하반기부터 노동존중정책에서 재벌정책으로 회귀했다. 대표적인 게 최저임금 인상을 포기하면서 소득주도 성장을 폐기한 것 아니겠나. 그나마 개혁동력이 있는 집권 초기에 추진하지 못한 노동존중정책을 동력이 약화되는 집권 후반기에 추진하는 건 불가능할 거라고 본다. 특히, 경제상황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이후 정부의 노동정책은 재벌을 중심으로 가게 될 거다.

ILO 기본협약 비준만 보더라도 정부가 한국사회 재벌들에게 힘의 우위에서 밀린 거다. ILO 기본협약 비준은 촛불정부로서 해야 할 최소한의 역할이었는데 경영계 눈치 보면서 여기까지 온 것이고. 정부가 실질적인 비준과 노동기본권 확대에 의지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 결국 재벌과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 정치적 부담이 없는 정도 수준에서 노동개혁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제조업의 위기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한국 제조업 위기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으며,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그동안 제조업이 한국경제의 성장 동력이었는데 정부가 IT산업, 서비스산업 등 미래 산업을 주력산업으로 가져가면서 기존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정책을 추진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다시 제조업 중시정책으로 가고 있고, 중국의 기술력 강화 등으로 한국 제조업이 점점 어려운 상황에 몰리게 된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위기의 원인은 역시 재벌이다. 재벌 중심의 제조업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제조업의 기반이 되는 소재·부품·장비산업에 소홀했다. 제조 중소기업의 기술력과 경쟁력은 취약해지고, 대외의존이 계속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는 거다.

디지털 전환이 미래의 ‘메가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그에 따라 고용형태의 변화 및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가 예상되는데, 특히 제조업 사업장 중심의 금속노조에게도 만만치 않은 변화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전망과 대응책은?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패러다임 전환이 사실은 오지 않은 미래지만 최근 2년간 현장에 파급력이 높아진 건 사실이다. 완성차 기업은 내연기관차가 없어지고 친환경차가 들어서면 엔진, 변속기가 다 없어지니까 고용이 급감한다, 고용이 불안정하다는 논리로 현장을 타격했다.

정부나 학계도 마찬가지였는데 노동계도 여기에 편승했다. 노동계에서 소위 진보 학자와 활동가라고 불리는 사람들도 대안을 내기보다는 불안감을 조성했다. 근데 지금 상황에서는 디지털 전환이 어떤 변화와 미래를 가져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런 상태에서 노동계가 뭘 양보해야 하는지에 몰려 있다.

고용을 확대하고 고용을 지키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응은 누가 하고 있는가? 정부와 자본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걸 노동계에서 하고 있는가 묻고 싶다. 지난 2년간 금속노조가 이에 대한 공격적인 전략을 냈는가? 4차 산업혁명을 인정하기만 하는 방어적 투쟁이 아닌 다가오는 변화에 대응하고 고용을 함께 생각하는 대응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디지털 전환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할지, 일자리를 없애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할지는 사회적 담론과 노동자의 대응 노력에 달려 있다. 노동조합이 양극단의 전망에 얽매이지 않고 디지털 전환을 노동강도 완화, 노동시간 단축,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계기로 만들기 위한 대응전략을 수립하고 사회적 담론을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 핵심 공약

이번 선거에서 제출한 공약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공약 및 정책은 무엇인가?

재벌투쟁과 대정부투쟁을 강조하고 싶다. 한국사회도, 금속노조도 지금의 재벌중심체제, 신자유주의적 질서를 수용하는 한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결국 재벌중심체제를 타파하고 새로운 경제체제를 만들어가는 게 필요하다.

지금 중앙교섭 안 되고 있지 않나. 임금체계도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안 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을 쥐고 있는 단위가 재벌과 정부다. 이 두 키워드를 핵심 키워드로 가져가야 한다. 허상 아니냐고 할 수도 있는데 금속노조의 투쟁 전략도, 교섭 전략도, 미래 전망, 나아가 우리사회를 바꿀 수 있는 전략이 재벌투쟁과 대정부투쟁에 담겨 있다. 당장 2~3년 내에 실현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조합원 속에 들어가 이러한 방향성을 확고히 세워야 한다.

공약으로 국가고용책임제를 내걸었다. 국가고용책임제 공약의 배경과 구체적인 방향은 무엇인가?

정부가 다시 제조업을 부활시키는 정책으로 간다고 하더라도 이미 제조업의 위기가 심각한 수준까지 왔고 구조조정이 상당부분 진행되지 않았나. 내가 현대자동차에서 해고된 게 98년인데 20년이 지난 지금도 구조조정이 일상화돼 있다.

조선산업의 사례에서 확인했듯이 한국경제 위기, 산업의 위기는 곧바로 노동자의 고용위기로 이어진다. 자본과 정권, 언론은 수출 중심의 한국경제에서 경제위기가 닥치면 구조조정과 해고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면서 해고를 받아들이는 대신 사회안전망을 확대하는 수준의 대책을 내놓는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조합은 구조조정 투쟁을 하면서 단협을 양보하고 임금을 동결하고 고용을 줄였다. 노동조합이 얼마나 양보할 것인가로 싸워온 거다. 앞으로도 노동조합은 조금 더 나은 조건의 구조조정을 수용할 것인가, 아닌가로 내몰리게 될 것이다. 그러다가 기업이 도산하면 싸울 수도 없다. 갈 곳이 사라지는 거니까.

그래서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거다. 국가고용책임제를 통해 ‘조금 더 인간적인 해고’가 아니라 ‘국가가 고용을 책임져야 한다’는 프레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물론, 금속노조 내부에서 구조조정을 인정할 거냐면서 논쟁이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게 우리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경제위기 시 국가가 산업과 고용을 책임지는 정책으로 전환해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게 국가고용책임제의 내용이다.

청년 사업의 일환으로 청년간부할당제를 약속했다. 어떤 고민에서 이러한 공약이 나온 것인가?

민주노조운동 전반, 특히 금속노조 내부에서 간부 고령화가 매우 심각하다. 신규 조직되는 비정규직 사업장을 통해 청년 조합원이 늘어나고 있지만 기존 대공장에서는 청년 조합원 자체가 적고 노조 활동에도 소극적이다. 빠른 시일 내에 청년 조합원들을 노동운동 간부로 성장시키지 않으면 노동운동의 미래는 없다고 본다.

이미 청년간부를 양성하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제도적으로 청년간부할당제를 도입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여성할당제처럼 금속노조 대의원의 일정 규모를 청년으로 할당한다면 비록 준비가 덜 되었더라도 대의원 경험을 통해서 청년 간부들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몇 살까지를 청년으로 볼지, 신규채용이 극히 제한적인 대공장의 경우 이 같은 청년간부할당제가 어떻게 작용할지 토론이 필요하지만, 기본방향은 할당제를 도입해 청년 간부들이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다.

 

■ 금속노조 현안

대중소기업 격차 확대 등으로 금속노조 내부에서도 양극화가 상당히 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로 인한 갈등도 만만치 않을 텐데, 위원장으로 당선된다면 노동조합 내부(지부 간 격차) 격차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생각인가?

격차해소를 어떻게 할 것인가. 중요하고 어려운 문제다. 대공장과 중소공장,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과 하청 등 양극화와 이로 인한 격차 문제는 심각한 지경이고 이미 구조화되어 있다. 해결을 위한 ‘한 발’이 필요하다.

앞서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 공약이 재벌투쟁이었던 것처럼 양극화 해결의 열쇠 역시 재벌투쟁에 있다. 자본의 심장인 재벌체제를 깨야 해결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선거운동을 하면서 현장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중앙교섭 할 수 있는 거냐, 현대자동차 테이블에 앉힐 수 있는 거냐, 임금 격차 어떻게 해소할 거냐, 비정규직 단위의 문제들을 느끼고 있는 거냐, 우리가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알고 있냐 등등. 원래 가지고 있었던 양극화 해소에 대한 고민이 현장을 다니면서 더욱 커졌다. 만들어야 한다. 재벌투쟁이 양극화 해소의 핵심 열쇠가 될 것이다.

금속노조는 설립 이후 중앙교섭을 중심으로 한 산별교섭체제를 구축했다. 하지만 운영 과정에서 한계점이 드러나고 있는데, 산별교섭체제를 가로 막는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이고, 극복 방안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현장에서 조합원이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 금속노조 중앙교섭에 현대자동차 끌어낸다고 하니까 어디 가서 그런 이야기하지 말라고. 이유를 물어보니 지난 10년 동안 위원장 후보로 나온 사람 중에 그 이야기 안 한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그런데 아무도 해낸 적 없다고. 그런 이야기하면 오히려 식상하니 안 하는 게 도움될 거라고. 이게 금속노조 중앙교섭의 현실이었다.

금속노조에는 중앙교섭, 지부교섭, 지회교섭 다 있는데 중앙교섭이 가능하려면 자본이 중앙교섭에 안 나왔을 때 문제가 되는 상황이 발생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근데 중앙교섭에 안 나와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 거다. 금속노조의 내부 투쟁 동력 상황이 이런데 현대자동차그룹이 나오겠나.

거기다가 중앙교섭을 해도 중앙교섭 합의가 안 지켜지고 있는 상황이다. 계속 이야기가 반복되는데 중앙교섭 하려면 정부와 자본 이 두 가지를 타격해야 한다. 그에 맞는 금속노조 현장을 조직하고 투쟁체계를 만들고 정부와 자본을 압박하고, 중앙교섭에 안 들어와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자본이 들어오게 된다.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투쟁과 전략을 같이 가져가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전략만 세운 거다. 그러면 자본이 들어오겠나. 산별체제 법제화도 좋은 이야기지만 현장에서는 ‘법제화 안 되면 안 할 건가? 법제화되길 기다릴 건가?’ 이렇게 묻고 있다. 지금까지의 평가를 통해 재점검하는 게 필요하겠지만, 성사시키는 건 내부의 힘이다. 끌어내야 우리 이야기를 할 거 아닌가.

금속노조 임원선거는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한다. 마지막으로 조합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선거운동 들어갈 때 18만 금속노조가 승리하는 투쟁, 강한 노동조합, 투쟁하면 승리하는 노동조합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재벌투쟁과 대정부투쟁에 들어간다고 했고.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지금도 이에 대한 목표는 변함이 없다.

직접 현장을 다녀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500명 넘는 조합원이 있었던 사업장이 100명 내외로 줄어든 사업장도 있었고, 이런 사업장에서는 자기가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더라. 조합원들을 만나면서 과연 이 조합원들이 금속노조를 어떻게 생각할까? 위원장 후보라고 찾아온 나를 자기를 위해 싸우는 사람이라고 볼까, 아니면 한자리 차지하려고 오는 사람이라고 볼까? 이 조합원들을 지키기 위해서, 투쟁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조합원들이 나를 지켜주는 노조, 내가 지켜야할 노조라는 생각이 들어야 금속노조가 제출하는 내용들을 따라올 것 아닌가.

조합원들에게 ‘금속노조와 투쟁해야 한다’는 생각을 심어주지 않으면 18만 금속노조가 살아남지 못할 거다. 그런 노동조합을 만들고 싶고 그런 금속노조를 세우고 싶다. 현장을 보지 않으면 금속노조의 미래는 없을 거다. 당선되면 내가 그렇게 만들어가겠다.

기호 2번 이양식 위원장 후보 약력

· 1969년생

· 1998년 정리해고반대투쟁위 소재 의장

·2003년 현대차 노동조합 공동소위원회 의장

· 2012년 현대차지부 조직강화실장

· 1, 2, 3, 4, 5, 11, 12대 현대차지부 대의원(금속대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