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무노조 경영’ 포기하나? “걱정과 실망 끼쳐 드려 죄송”
삼성 ‘무노조 경영’ 포기하나? “걱정과 실망 끼쳐 드려 죄송”
  • 손광모 기자
  • 승인 2019.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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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임직원 및 관련자 25명 유죄, 7명 실형
양대노총,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돼”, “삼성 무노조 경영 포기해야”
12월 17일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주최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파괴 1심 판결 선고,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입장발표' 기자회견 현장.  ⓒ 금속노조

12월 17일 삼성전자서비스 노조파괴 사건의 1심 판결이 나왔다. 삼성그룹 및 삼성전자 경영진의 노조 와해 혐의가 법원으로부터 대다수 인정된 가운데 18일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은 공식 입장문을 내고 사과의 뜻을 표했다. 이를 계기로 삼성이 오랫동안 유지해온 무노조 경영 기조에 변화가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서울지방법원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유영근)는 17일 2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사건’의 판결을 내렸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위반 ▲개인정보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뇌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 등 혐의를 대다수 인정했다.

삼성 경영진 및 협력업체, 관련 단체 직원 31명 중 25명이 유죄를 선고받았고(미래전략실 4명, 삼성전자 인사팀 8명, 삼성전자서비스 임원 4명, 경총 3명, 자문위원, 경찰 정보팀 등 6명), 이 중 7명이 실형을 받았다.

특히 실형을 선고받은 7명 중에는 삼성그룹 및 삼성전자의 주요 임직원이 포함돼있다. 미래전략실-삼성전자-삼성전자서비스-협력업체로 이어지는 부당노동행위 공모관계를 법원에서 인정한 것이다.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전 삼성전자 CFO),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전 미래전략실 노사담당),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가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고, 목장균 삼성전자 전무(전 미래전략실 노사담당)도 징역 1년을 선고 받았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은 18일 입장문에서 “노사 문제로 인해 많은 분들께 걱정과 실망을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 과거 회사 내에서 노조를 바라보는 시각과 인식이 국민의 눈높이와 사회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17일 성명서를 통해 “이번 사건의 의미가 중요한 만큼 검찰의 기소와 법원의 판단에 대한 아쉬움도 크다. 노조 파괴공작이 집중된 2013년 하반기에 삼성그룹을 최종적으로 책임지던 미래전략실 최지성 실장과 이건희 회장 등 총수일가를 기소하지 못했다”며, “일부 경영진이 기소되었지만 형량은 지나치게 낮다. 오늘을 계기로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법정 형벌 상향 논의가 촉발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덧붙여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사법절차에 모든 판단을 맡기지 않는다. 상급심에서 보다 정의로운 판단이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투쟁할 것”이라며,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실현하기 위해 삶을 거는 일이 없도록 삼성에서 노동조합을 확산시켜 나갈 것을 다짐한다”고 말했다.

또한, 손지승 민주노총 부대변인도 “법원판결은 ‘사필규정’으로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된다”면서, “삼성전자 입장문 내용이 반드시 지켜지길 바란다”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를 지지했다.

지난 11월 16일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한국노총 금속노련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출범식 현장. (왼쪽부터)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 진윤석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위원장,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한편, 지난 11월 13일 설립된 한국노총 금속노련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도 18일 오후 4시 입장을 표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세계 최고라고 자랑해왔던 삼성의 브랜드 이미지는 그 바닥을 알 수 없을 만큼 실추됐고, ‘삼성맨’이라는 자랑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일해 온 우리들의 자존감 또한 바닥을 쳤다”며, “당장 국민들 앞에 사과하고 ‘비노조 경영’을 폐기하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또한 실질적으로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한 노력을 다 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리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을 파트너로 인정하고 노동조합과 상생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도 “인과응보다. 삼성이 이번을 계기로 무노조 경영을 포기하고 노동조합을 인정해야 한다”며, “노동조합을 인정해야지 장기적으로 삼성도 글로벌 기업에 걸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호 한국노총 대변인은 “일벌백계가 맞다고 본다. 이번 판결로 인해 삼성의 무노조 경영, 대한민국의 무노조 경영이 통용되지 않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며 “노동조합이 우리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인식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