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노조 흔들기는 현재 진행 중
삼성의 노조 흔들기는 현재 진행 중
  • 최은혜 기자
  • 승인 2020.02.10 06:35
  • 수정 2020.02.10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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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노조, “노조설립 기자회견 후 심각한 노조 방해행위 발생”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노조와 삼성전자노조는 사내 메일 사용으로 문제
지난 3일, 삼성화재노조가 설립신고 기자회견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진행했다. ⓒ 참여와혁신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지난 3일, 삼성화재노조가 설립신고 기자회견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진행했다.
ⓒ 참여와혁신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지난해 12월, 삼성전자서비스 노조파괴 사건의 1심 판결이 나왔다. 삼성의 노조 와해 혐의가 대부분 인정되면서 삼성은 “노사 문제로 인해 많은 분들께 걱정과 실망을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삼성의 노조 흔들기가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9일, 한국노총 삼성화재노동조합(위원장 오상훈)은 “지난 3일, 기자회견 이후 회사의 심각한 노조 방해행위가 발생했다”며 “법률 검토를 마친 후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오상훈 삼성화재노조 위원장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 노조 간부를 비방하는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며 “노조 간부의 실명, 인사고과 점수 등이 모두 공개됐고 해당 간부는 ‘이제 시작하는 노조에 부담이 되고 싶지 않다’며 노조 간부에서 물러났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간부가 재직하는 지역은 노조 가입률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며 “법률 검토가 끝나는 10일, 검찰에 개인정보보호법과 노조법 위반, 부당노동행위 등의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삼성에서 노조가 설립된 후 간부를 비방하는 글이 사내 게시판이나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8년,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노동조합(위원장 최원석)이 만들어졌을 당시에는 전 직원의 사내 메일로 최원석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노조 위원장을 비방하는 내용의 메일이 왔다. 김현철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노조 사무국장은 “당시 노사협의회에서 노조 위원장을 비방하는 글을 전 직원 사내 메일로 발송해 상당수의 조합원이 노조를 탈퇴했었다”고 설명했다.

이뿐 아니라 오상훈 위원장은 “최근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노조의 단체협약 체결을 두고 사측에 유리한 내용(근로시간 면제, 노조 사무실과 집기 제공)만 삼성화재 게시판에 올려 ‘노조는 일부 노조 간부를 위한 활동만 한다’는 식의 비방을 일삼는다”며 노조 와해 행위가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의 노조 흔들기는 사내 메일 사용을 제한하는 방식으로도 표출되고 있다.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주식회사가 게시한 단체협약 게시 안내문. 이달부터 실시하는 조합비 일괄 공제를 사측이 먼저 공지하면서 노조 탈퇴를 희망하는 조합원이 늘고 있다고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노조가 설명했다.ⓒ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노조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주식회사가 게시한 단체협약 게시 안내문. 이달부터 실시하는 조합비 일괄 공제를 사측이 먼저 공지하면서 노조 탈퇴를 희망하는 조합원이 늘고 있다고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노조가 설명했다.
ⓒ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노조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노조는 지난 5일, 사측과 단체협약 조인식을 치렀다. 김현철 사무국장은 “사내 메일을 통해 단협안을 설명하고자 했으나 사측의 반대로 사내 메일을 사용하지 못했다”며 “사측에서 노사가 직인을 찍지 않은 문서를 단협안이라고 사내 게시판에 게시했고 이달 21일 급여일부터 조합비를 공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노조를 탈퇴하겠다는 조합원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측에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찍힐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위원장 진윤석) 역시 지난 1월, 2차례에 걸쳐 노조 가입을 독려하는 메일을 전 직원에게 발송했으나 메일이 모두 삭제됐다. 진윤석 삼성화재노조 위원장은 “인사팀 출근 전인 오전 7시에 메일 발송을 완료했다. 그런데 사측에서는 메일 삭제를 3차례나 요구했다”며 “결국 사측은 점심 전에 노조 가입 독려 메일을 모두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전국 사업장인 삼성전자는 이메일 등 통신을 통해 노조를 홍보해야 하지만 과거 판례를 이유로 회사의 자산을 사용할 수 없게 한다는 것이 진윤석 위원장의 주장이다.

삼성전자노조의 경우, 사내 메일 삭제 이후 교섭을 위한 기초 서류 등을 요청했으나 사측은 ‘사내 게시판에 게시돼있기에 제공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 진윤석 위원장은 “사내 게시판에 있는 것을 출력해 사외로 가지고 나가도 되냐는 질문에도 사측이 거부했다”며 “사측이 노조를 상대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진윤석 위원장은 “지난 12월, 삼성전자서비스 노조파괴 사건 1심 선고 이후 삼성이 사과문을 발표했고, 그 사건 이후 언론의 관심이 높으니 삼성이 노조 설립 이전에는 공작을 못 한다”며 “이제는 노조를 직접적으로 깨는 것이 아니라 노조를 인정하되 식물노조로, 아무 활동도 못 하게끔 만들어 노조를 와해시키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삼성화재노조는 지난 3일 노조 설립 기자회견 이후 노조 가입자가 640여 명을 넘어섰다고 노조가 주장했다. 특히 노조 가입자의 20% 이상이 20대 여성이라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오상훈 위원장은 “평사원협의회의 회원 자격이 안 되는 40대 이상의 직원들과 평사원협의회에서 소외당한다고 느끼는 A 직군의 20대 여성 직원들, 또 평사원협의회에 가입했으나 협의회 활동에 불만을 느끼는 직원들이 노조에 가입하고 있다”며 “A 직군의 경우 전문대를 졸업한 여성 사원들로 창구업무를 주로 하는데, 대졸 신입사원과 임금이 평균 1.5배 이상 차이 나는 등 열악한 처우에서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화재노조는 노조 가입원서에 ‘노조에 바라는 점’을 적어달라고 요청, 10가지 과제를 노조의 우선 과제로 선정, ▲임금제도 개선 TF, ▲A 직군 급여 및 처우개선 TF, ▲보상과다 업무해소 및 처우개선 TF, ▲인사·평가·목표 정상화 TF, ▲민원, 담당소장 등 소외직군 불평등 고과 해소 TF, ▲직장 내 괴롭힘 방지 등 제도개선 TF, ▲복리후생 강화 및 사원화합 TF 등 10개의 TF를 구성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