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삼성화재평협노조 노조로서 자주성·독립성 의문”
법원, “삼성화재평협노조 노조로서 자주성·독립성 의문”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1.09.05 18:38
  • 수정 2021.09.05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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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삼성화재-평협노조 단체교섭 중단 통보··· 위반시 1회당 500만 원 벌금
​​​​​​​금속노련 삼성화재노조, “삼성화재노동조합 무력화 추진 대표이사는 사죄하라”
“어용단체(평협) 이용해 ‘진짜 노조’ 탄압하는 삼성화재 규탄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삼성화재는 평협의 신분세탁을 중단하라!”는 문구가 적힌 손피켓을 든 채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지난 3월 “어용단체(평협) 이용해 ‘진짜 노조’ 탄압하는 삼성화재 규탄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삼성화재는 평협의 신분세탁을 중단하라!”는 문구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DB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삼성화재에게 삼성화재평사원협의회노동조합(위원장 홍광흠, 이하 평협노조)과 교섭을 중단하라고 판결했다. 평협노조 설립 과정에서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점과 근본적으로 노동조합으로서 자주성과 독립성이 있는지 의심된다는 이유였다. 평협노조의 설립도 무효로 볼 소지가 높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50부는 지난 3일 삼성화재노조가 제기한 단체교섭 중지 가처분 소송(2021카합21213)에 대해 삼성화재와 평협노조와의 단체교섭을 중지하라고 판결했다.

삼성화재노조는 2020년 2월 설립돼 삼성화재와 단체협약과 2020년 임금협상을 마무리했다. 그런데 기존 삼성화재에서 임금 및 근로조건을 협의하던 평사원협의회가 2021년 3월 22일 평협노조로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하면서, 2021년 임금협상의 교섭대표노조 됐다.

이에 삼성화재노조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삼성화재와 평협노조의 단체교섭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평협노조의 설립신고 과정에서 규약 개정을 위한 노동조합 총회를 거쳐야 했음에도 조합원 14명의 서명만으로 규약을 개정한 점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제출한 노동조합 규약 제정일이 설립일로부터 1년여 전인 2020년 1월 4일로 기재돼 있는 점이 핵심 근거였다. 이러한 삼성화재노조의 주장은 재판부에서 인정됐다.

한국노총 금속노련 삼성화재노동조합(위원장 오상훈)은 “평사원협의회 핵심 임원들은 노동조합의 절차상 하자를 위반했다. 설립총회를 14명이 했고, 조합원들에게 투명한 공개절차도 없이 14명이 임원선출과 규약 제·개정을 함으로써 삼성화재노조로부터 교섭권을 빼앗았다. 이를 재판부가 제동을 건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평협노조의 설립신고서가 제출된 2021월 3월 22일 기준 조합 가입자 수는 135명으로 확인된다. 더욱이 총회 개최 전일인 2021년 3월 25일 기준으로는 1,195명, 총회 개최 당일인 2021년 3월 26일 기준으로는 1,290명에 달한다. 14명만이 참여하여 열린 위 임시총회 결의에는 노동조합법 제16조가 정한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한 중대한 흠이 있다”고 판결했다.

이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서울지방노동청의 노동조합 설립신고 수리 및 평협노조 설립은 무효로 인정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면서 “평협노조가 노동조합으로서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상당한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 근거로 ▲평사원협의회가 2019년까지 삼성화재와 단체협약과 유사한 내용의 ‘근로조건에 관한 협약’을 체결해 오면서 노동조합 설립을 사실상 저지해온 점 ▲이 과정에서 삼성화재가 평사원협의회에 상당한 금전적 지원을 한 점 ▲2012년 공개된 ‘S그룹 노사전략’에 평사원협의회를 ‘노조설립 시 대항마로 활용’한다거나 ‘유사시 친사노조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적시돼 있는 점 ▲평협노조가 평사원협의회의 기존 직급‧조직‧제도를 그대로 계승한 점 ▲평사원협의회가 평협노조가 궤도에 오른 4월 14일에야 해산된 점 등을 나열했다.

삼성화재노동조합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고, 오는 6일 공문을 통해 사측에 삼성화재노동조합과 교섭재개 요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평협노조의 입장을 듣고자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삼성화재노동조합은 재판부의 판결을 근거로 삼성화재에 ▲평협의 노조전환 유도, 지원, 조장, 방치에 따른 삼성화재노동조합 무력화 추진 대한 대표이사의 사죄 ▲어용노조는 다시 설립하지 않겠다는 선언 ▲전·현직 평협 간부들에 대한 모든 특혜 중단 및 부당노동행위 근절 선언 ▲전 직원 메일발송 등 노동조합 정당한 홍보활동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