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박싱] 이 주의 질문 :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언박싱] 이 주의 질문 :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1.08.15 17:58
  • 수정 2021.08.15 1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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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재용 #삼성노동자 #노동조합 #가석방 #국익 #문재인

13일 오전 10시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 됐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국정농단 재판에서 최종적으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는데요. 2017년 2월 1심 선고에서 구속된 기간을 제외하면 잔여 형량은 1년 6개월이 남아 있었습니다. 이번 가석방으로 잔여 형량 중 6개월 만 채우고 나오게 됐습니다. 총 2년 6개월의 형량 중 1년 6개월을 채우고 가석방이 된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익을 위한 선택”이라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반도체’와 ‘백신’이 문재인 대통령이 말하는 국익의 주요 요소였습니다. 다만 이재용 부회장은 조건부 가석방 상태이기 때문에 향후 5년 간 취업이 제한됩니다. 취업제한이 해제되려면 법무부의 특정경제사범관리위원회에 심의를 거쳐야 합니다. 가석방에 이어 법무부 장관의 승인이 또다시 필요한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에는 올해 초 법무부가 가석방 기준을 형기 80%에서 형기 50% 복역으로 완화한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볼 때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복귀가 불가능하지도 않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재벌 총수에 대한 특혜’라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는 이유인데요. 그렇다면 삼성 노동자들은 이재용 부회장 사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삼성 노동조합에게 물어봤습니다. 언박싱 이 주의 질문,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입니다.

[언박싱] 이 주의 질문 :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삼성그룹사노동조합대표단
2021년 8월 13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됐다. ⓒ 삼성그룹사노동조합대표단

무노조 경영 선언, 진정성 없다

첫 번째 순서는 삼성 노조파괴 사건의 피해당사자 중 한 명인 조장희 의장입니다. 조장희 삼성그룹사노동조합대표단 의장(민주노총 금속노조 삼성지회 부지회장)은 지난해 5월 이재용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가 진정성 없는 사과였다는 것이 이번 가석방에 의해 증명됐다고 밝혔습니다. 피해당사자에 대한 직접적인 사과와 피해회복을 위한 실질적인 조처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일단 국정농단 사건이 엄청나게 큰 사건이었고, 또 그게 경영권승계를 위해서 이뤄진 점이 증명됐잖아요? 물론 이재용의 가석방을 찬성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삼성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자기의 행동에 대해서 책임을 지고 처벌도 당당히 받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노조 파괴 범죄와 관련해서는 다시 재구속이 될 것 같은 위기에서 말도 안 되는 재판장의 제안에 의해서 준법감시위원회가 구성이 되고, 그 권고에 따라서 노조파괴 범죄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잖아요? 사과의 진정성이 없다는 건 입증이 됐습니다. 제대로 된 사과는 먼저 피해당사자에게 진정성 있게 사과를 하고, 피해가 회복될 수 있는 후속조치를 하는 게 기본입니다. 그런데 피해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금속노조 삼성지회,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조합원에 대해서 직접적인 사과가 없었어요. 구속 이후에도 후속조치나 피해회복에 대한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연승종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삼성에스원노동조합 위원장도 같은 의견입니다. 삼성에스원노동조합은 2017년 7월 설립됐습니다. 삼성에스원은 국내 최대 사설 경비, 보안업체입니다.

“지난해 이재용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는 자기 형량을 줄이기 위한 사과잖아요?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염호석-최종범 열사를 다들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여태까지 삼성전자서비스 동지들한테 사과한 적이 없어요. 진정 어린 사과를 했다거나 이재용 부회장이 뉘우친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신승철 민주노총 금속노조 삼성지회 씨에스모터스분회 분회장은 삼성의 무노조 경영 선언이 그저 말뿐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씨에스모터스는 에버랜드(삼성물산 리조트사업부) 내에서 버스를 운행하는 하청업체입니다. 본래는 ‘자연농원’(현 에버랜드) 수송부로 있었지만 IMF 외환위기 이후 분리됐습니다. 삼성물산의 절대적인 영향권 아래에 있는 씨에스모터스에서 노동조합 탄압이 이뤄지고 있다고 신승철 분회장은 주장합니다.

“‘노조탈퇴 안하면 망치로 때려 죽이겠다’고 이야기를 하고, 실제로 부당노동행위로 200만 원의 벌금을 받은 씨에스모터스 관리자가 2020년 1월부터 대표이사로 진급했습니다. 진급 이후에 불이익하게 근무형태를 변경하고 이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징계를 내렸습니다. 오랜 싸움 끝에 중노위에서 부당징계를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벌금을 내면서까지 행정소송에 나서겠다고 강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원청인 삼성물산, 에버랜드로부터 지시를 받았다고 의심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씨에스모터스는 자주성과 독립성을 가지고 운영되는 회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에버랜드하고만 일하는 회사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너무나 참담하고 답답합니다.”

오상훈 한국노총 금속노련 삼성화재노동조합 위원장 역시 삼성의 무노조 경영 선언이 진정성있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지난 4월 삼성화재 노사협의회(평사원협의회)가 노동조합으로 전환했습니다. 오상훈 위원장은 노동조합으로 전환한 평사원협의회가 노동조합으로서 제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평협노조가 교섭권을 가지고 교섭하고 있습니다. 평협노조가 회사와 합의한 잠정합의안에 대해 조합원 찬반투표를 했는데, 70% 반대를 보였습니다. 현재 평협노조와 회사가 재교섭을 하고 있습니다. 교섭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삼성화재노조의 입장을 전달했는데, 우리의 입장은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습니다. 과거 평사원협의회와 거의 동일하게 행동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예전에 평사원협의회 간부 일부만 회유하여 전체 노동자들의 권리를 저하시키는 합의를 해왔습니다. 현재 평협노조의 행태는 과거에 평사원협의회와 달라진 게 없다고 봅니다.”

연승종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삼성에스원노동조합 위원장이 13일 서울구치소 앞에서 두부를 으깨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 삼성그룹사노동조합대표단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 섣부르다

이렇듯 지난해 이재용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는 삼성그룹사 현장에서 실현되지 않고 있습니다. 취재에 응한 이들이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이 섣부르다’고 보는 이유입니다. 이들의 분노에는 단지 삼성 노동자로서의 분노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분노도 함께 녹아 있었습니다.

“86억 원이잖아요? 자기 돈도 아니고 회사돈 86억 원을 횡령한 자가 1년 반밖에 형을 살지 않았다는 게 참으로 개탄스럽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남들은 1억 원만 횡령해도 엄청난 형이 떨어지는데요. 두번째는 이재용이 과연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가 하는 겁니다. 지난해 대국민 사과 내용 중에 자기 자식한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그걸 자기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잖습니까? 이사회에서 결정하는 거죠. 노동조합 위원장으로서 말씀드리는 게 아닙니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일입니다.”(연승종 위원장)

“가석방 자체가 엄청난 특혜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예견된 것이 아닌가 생각도 듭니다. 형벌에 있어서도 확률로 봤을 때 5년 이상 형을 받아야 하잖아요? 그마저도 2년 6개월밖에 받지 않았어요. 가석방 요건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서 완화하겠다고 했고요. 삼성이 정말 일류 기업으로서 역할을 하는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 오너 일가와 가신들을 위한 회사라는 게 계속 입증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삼성 노동자로서 좀 제대로 된 삼성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행위에 맞는 처벌에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번 가석방은 특혜를 넘어서 기적에 가까운 확률로 이뤄졌어요.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조장희 의장)

“1세대, 2세대, 3세대 세습해서 넘어오면서 오너의 수준들은 계속 떨어졌습니다. 편법과 불법을 통해서 부를 물려받는 데만 집중돼 있는 겁니다. 대한민국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수준 높은 노동자들의 단순하고 합리적인 요구를 과연 받아들일 수 있는 오너인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이번에 가석방되지 않고 형기를 마치고 나왔어야 맞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이재용 부회장도 처음에 교도소에 갇혀 있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을 겁니다. 그런데 시간이 너무 짧았습니다. 근본적으로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변해야겠다고 오너로서 판단 내리고 생각을 갖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습니다.”(오상훈 위원장)

“2020년 대국민 사과를 통해 많은 변화를 기대한 사람의 입장으로 실망스럽습니다. 만약에 대국민 사과 이후에 변화를 많이 만들고 문제가 해결이 됐으면 저 또한 가석방이 돼도 괜찮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후속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삼성의 무노조 경영은 변한 것 없이 이재용 부회장 자신의 위기만을 해결하려고 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아쉬울 것이 없는 입장에서 앞으로 더 심한 탄압을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이 듭니다. 이제 삼성이 노동조합의 굴레를 벗어나려 하지 않을까. 우려가 많이 되는 가석방입니다.”(신승철 분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