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평협노조 설립 직권 취소해야” … 평협노조 “억울하다”
“삼성화재 평협노조 설립 직권 취소해야” … 평협노조 “억울하다”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1.10.08 18:55
  • 수정 2021.10.08 2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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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련 삼성화재노동조합, “평협노조 설립 직권 취소 요구”
​​​​​​​평협노조, “회사와 관계 없다. 절차상 검증 거쳤다” 반박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금속노련 삼성화재노동조합(위원장 오상훈)이 삼성화재 평사원협의회노동조합(위원장 홍광흠, 이하 평협노조)의 설립을 직권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사의 지시에 의해 설립된 ‘어용노조’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삼성화재는 "회사와 관계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고, 평협노조는 억울함을 토로했다.

한국노총 금속노련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는 8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어용 상조회 활용한 노조 탄압 삼성화재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는 한국노총 금속노련 산하 삼성계열사 노동조합의 연대체다. 연대체는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삼성디스플레이노동조합, 삼성웰스토리노동조합,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노동조합, 삼성화재노동조합, 삼성SDI울산노동조합, 삼성생명직원노동조합, 삼성에스원참여노동조합, 스테코노동조합 등 9개 노동조합으로 구성돼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달 3일 삼성화재노조가 제기한 삼성화재와 평협노조의 단체교섭 중지 가처분 소송에서 삼성화재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판단 근거는 평협노조의 설립 과정에서 결격 사유가 있었고, 이로 인해 노동조합으로서의 자주성과 독립성도 상당히 의심된다는 것이었다. 평협노조는 삼성화재의 노사협의회인 ‘평사원협의회’를 주축으로 올해 3월 22일 설립된 노조다. (관련기사 : 법원, “삼성화재평협노조 노조로서 자주성·독립성 의문”)

판결 이후 삼성화재노조는 삼성화재에 평협노조와 중단된 임금교섭을 삼성화재노조와 재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는 평협노조의 설립을 직권 취소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화재와 평협노조는 현재 가처분 소송 결과에 대해 이의제기를 제기한 상태다.

오상훈 삼성화재노조 위원장은 “서울중앙지법은 평협노조가 자주적, 독립적 노조가 아닌 회사 노조라는 것에 상당한 의심이 간다는 판결을 했고, 이에 따라 임금교섭 중단을 결정했다”며 “회사노조인 평협노조의 설립 절차상 하자와 실제적 요건을 법원의 판결에 따라 재심의하여 서울고용노동청은 평협노조의 노동조합 설립신고증을 직권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은 “정상적이지도 않은 평사원협의회를 노조로 전환시키고 삼성화재노조를 묵살시키려고 하는 회사의 의도가 분명해 보인다. 삼성화재는 삼성화재노조와 교섭을 재개하지 않고 있다”며 “지금 즉시 평협노조를 직권으로 해산해야 한다. 아직도 고용노동부는 묵인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삼성화재와 평협노조는 삼성화재노조가 제기하는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삼성화재 측은 “삼성화재가 복수노조이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인 것 같다. 오해의 소지가 있어 회사 차원에서 드릴 말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평협노조는 기존 평사원협의회라는 이름을 그대로 따온 점, 조직 형태가 평사원협의회와 동일하다는 점에서 ‘어용노조’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나, 평협노조와 회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홍광흠 평협노조 위원장은 “기존 평사원협의회를 평협노조가 그대로 물려받았기 때문에 어용노조라고 주장하는데, 저희는 평사원협의회가 안 되겠다고 판단해 평사원협의회를 해체시킨 사람들”이라며 “평사원협의회 해체 이후 가입 단계부터 새로 절차를 밟았다. 회사로부터 지원받은 게 하나도 없다. 사무실도 없고 근로시간면제도 없어 피켓시위도 연차를 쓰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사원협의회라는 이름을 그대로 가져간 것에 대해서 홍광흠 위원장은 “설립 당시까지만 해도 삼성화재 직원들이 노동조합이라는 단어에 거부감이 많았을 때다. 그나마 친숙하게 다가가자는 취지에서 전략적으로 사용했다”며 “설립신고증을 받을 때 4번이나 불려가서 어용 검증을 받은 바 있다. 절차적으로는 검증을 다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상) 10월 6일 홍광흠 평협노조 위원장이 사내계정으로 발송한 메일. 해당 메일에 보낸사람은 '평협회장'으로 돼 있다. (하) 평사원협의회 홈페이지. 평협노조로 전환된 이후에도 홈페이지는 남아 있는 상태다. 자료 = 금속노련 삼성화재노조

이에 대해 오상훈 위원장은 “이 문제는 노노갈등이 아니라 노사갈등의 문제”라면서 “평사원협의회를 해산했다고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 평사원협의회 회장의 사내메일 계정과 평사원협의회 홈페이지도 그대로 살아있다. 사무실과 타임오프 미제공은 삼성화재와 평협노조의 관계성을 지우기 위한 구색 맞추기용”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금속노련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2개월 전부터 평협노조 설립 직권 취소를 수차례 요구한 바 있다. <참여와혁신>은 평협노조 설립 직권 취소 가능성에 대해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질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삼성화재 평협노조 설립 취소와 관련한 이슈는 국회에서도 이어질 예정이다. 오상훈 위원장은 오는 12일 열리는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평협노조를 활용한 사측의 교섭권 박탈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다. 더불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20일 열리는 국정감사에 최영무 삼성화재 사장을 증인으로 신청한 바 있다. 삼성화재의 환경책임보험 판매 관련 질의가 예정되어 있지만 평협노조 관련 문제도 거론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