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평가 담당자는 왜 노동조합 위원장이 됐나
경영평가 담당자는 왜 노동조합 위원장이 됐나
  • 최은혜 기자
  • 승인 2019.12.31 13:13
  • 수정 2019.12.31 13: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니인터뷰] 박신호 부산항만공사노동조합 위원장
“경평 담당자보다 노조 통해 회사의 변화 이끌어 내고 싶었다”

지난 11월 25일, 고용노동부(장관 이재갑, 이하 노동부)는 2019년도 노사문화대상 수상업체를 공개했다. 이어 13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 그랜드홀에서 ‘2019 노사문화유공 정부포상 시상식’이 진행됐다.

부산항만공사는 이번 2019년도 노사문화대상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부산항만공사는 노사전략 선진화, 소통협력 파트너십 구축, 노사 공동 사회적 책임 강화를 위해 ▲노사전략 실행력 확보 ▲노사 존중문화 확산 ▲노사공동 역량 강화 ▲양방향 소통 강화 ▲일·가정 양립문화 조성 ▲생산적 노사문화 정착 ▲사회적 가치 공동 창출 ▲정부정책 모범적 이행 ▲노사 상생협력기구 강화 등의 실행과제를 설정했다.

특히 눈길을 끈 부분은 2017년 비정규직이 없는 사업장으로 탈바꿈하고 노사가 함께 인사 조직 소위원회를 구성해 성별, 학력, 직군에 따른 차별 없이 전 직원 동일한 인사·승진·보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모범적인 노사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는 박신호 부산항만공사노동조합 위원장과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박신호 부산항만공사노조 위원장 ⓒ 이현석 175studio@gmail.com
박신호 부산항만공사노조 위원장 ⓒ 이현석 175studio@gmail.com

노사문화대상에서 수상하신 것 축하합니다. 근데 위원장님의 이력이 남다르다고 들었어요.

네. 저는 원래 경영평가를 담당하는 팀에서 조직평가를 담당했습니다. 2010년경에 회사에서는 성과급의 차이를 확대하려고 하고 있었고 노조에서는 반대했거든요. 성과급으로 계속 부딪히니까 당시 노조위원장이 “그럼 네가 노조에 들어와서 일 해봐”라면서 노조에 ‘특보’자리를 만들었어요. 그러면서 2011년에 잠깐 노조 간부 활동을 했죠. 노조 간부 활동을 하면서 노조가 뭐고 어떤 일을 하는지 알게 됐어요. 또 그러면서 ‘무한 경쟁이 무조건 옳은 건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됐죠. 경영평가는 그야말로 무한 경쟁이잖아요.

2011년 당시에 고민하던 것이 ‘성과급 차이를 얼마만큼 두는 것이 좋을까’였습니다. 당시 정부는 성과급 차이가 클수록 좋다고 했어요. 노조는 차이가 적게 나야 한다고 하고. 노조에서 토론을 거듭하면서 제 생각이 많이 변했죠. 한 달 급여 정도의 금액? 많아야 두 달 급여 정도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어요. 그 이상의 차이가 나는 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지금은 그때보다 급여가 올라서 최대 한 달 급여 차이까지는 용인할 수 있는데 그 이상은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이 정도의 차이는 내부 구성원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후 다시 경영평가팀으로 복귀해서도 성과급 차등을 더 늘리지 않도록 노력했어요.

그럼 어떻게 노동조합 활동에 전념하게 되신 건가요?

2011년에 노조에서 특보로 일하면서 경영평가 담당자로서 회사를 변화시키는 것보다 노조를 통해 회사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게 더 힘이 있으니까요. 노조는 사측과 바로 붙을 수 있잖아요.

노조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건 2014년이었어요. 2011년에 저를 특보로 기용했던 위원장이 다시 노조를 맡게 되면서 제가 사무국장을 맡았거든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노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사내 카페를 운영한다고 들었어요. 굉장히 특이한데 어떻게 시작하시게 된 건가요?

제가 사무국장이던 시절 만들었어요. 부산항만공사가 2017년 1월 현재 위치로 이전했습니다. 이전하고 보니까 주변에 식당이나 카페가 전혀 없는 거에요. 멀리 나가야 식당이나 카페가 있으니까 사내 복지 차원에서 구내식당과 카페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재 사내 카페는 조합원들의 자발적인 봉사로 운영되고 있어요.

일회용 컵을 전혀 사용하지 않으신다고 들었어요.

환경을 생각해서 저희 사내 카페에서는 일회용 컵을 전혀 사용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개별적으로 컵을 구비하도록 할까 했는데 내부 구성원과의 유대감, 일체감 등을 위해 회사와 함께 내부 구성원 전체에 텀블러를 지급했어요. 그래서 카페가 자체적으로 컵을 구비하고 있지도 않아요.

무조건 자신이 직접 개인 텀블러를 가지고 와야 하죠. 저희는 커피 심부름도 안 받습니다. 한 번은 낮은 직급의 사원이 본부장과 부서장 컵을 가져와서 커피를 주문하기에 제가 직접 배달한 적도 있습니다. 사원 대신 제가 가져다드린다고. 그랬더니 그 다음부터는 심부름을 안 시키더라고요. 모든 구성원이 자신이 마실 커피는 직접 컵을 가져와서 받아야 하고 먹은 컵은 자신이 씻어야 합니다.

전 직원이 동일한 보수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원래 무기계약직은 임금차이가 있었습니다. 근데 그것도 없앴죠. 무기계약직도 같이 얼굴보고 한 공간에서 일하는 식구잖아요. 입직경로가 달라도 같은 대우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내부 구성원을 설득해서 결국 쟁취했죠.

* 부산항만공사는 지난 2016년 임금체계를 ‘기본급, 성과연봉, 직무급 및 기타수당’으로 단순화해 2018년 하후상박의 형태로 직무급을 인상했다. 이때 상위 직급은 2%, 하위 직급은 24%를 인상해 임금 격차를 줄여가는 노력을 했다. 특히 고졸 사원의 경우 입사 4년차 이후에는 대졸 사원과 동일한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임금 수준을 설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