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청노조, “따뜻한 눈으로 공무관을 봐주세요”
서울특별시청노조, “따뜻한 눈으로 공무관을 봐주세요”
  • 강은영 기자
  • 승인 2020.01.07 14:07
  • 수정 2020.01.07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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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와 새로운 노사관계를 꿈꾸다
[인터뷰] 안재홍 서울특별시청노동조합 위원장

‘환경미화원’이 아닌 ‘공무관’이라고 불러주세요 ➍ 서울특별시청노동조합의 고민

‘환경미화원’이 아닌 ‘공무관’이라고 불러주세요

더우나 추우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해가 뜨지도 않은, 깜깜한 어둠을 뚫고 쓰레기가 쌓인 서울시 거리를 깔끔하게 청소해주는 이들이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환경미화원’이다. 주변 환경을 가꾼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지만 그들의 노고를 고마워하기보다는, 쓰레기를 치운다는 생각에 꺼리는 이들도 많다. 시민들의 인식 개선을 위해 새로운 호칭이 만들어졌다. 서울특별시청노동조합(위원장 안재홍)은 2016년 임단협을 통해 환경미화원이라는 호칭을 ‘공무관’으로 변경하고 2017년부터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에 소속돼 일하는 공무관들은 누구보다 이른 아침 집에서 나와 서울시민들의 출근길과 등굣길을 상쾌하게 만들고 있다. 공무관들의 노동조합인 서울특별시청노동조합(위원장 안재홍, 이하 서울특별시청노조)은 파트너인 서울특별시와 이전과는 다른 돈독한 관계를 형성하며 공무관 처우개선에 힘쓰고 있다. 서울특별시청노조는 공무관 처우 개선을 위해서는 시민들의 인식도 함께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재홍 서울특별시청노동조합 위원장
안재홍 서울특별시청노동조합 위원장

사시사철, 변화된 사회 환경에도
적응해야 하는 공무관

서울시 25개 자치구에 소속돼 일하는 공무관의 수는 약 2,500여 명 정도다. 서울특별시청노조에서 파악한 이들의 평균 나이는 48.5세다. 젊었을 때부터 공무관 일을 시작했다기보다는 다른 일을 하다가 안정적인 일터를 찾아 일을 시작하게 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매일 아침,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서울시의 가로를 청결하게 만들어주는 공무관들에게 있어 가장 힘든 계절은 언제일까. 안재홍 서울특별시청노조 위원장은 “많은 사람이 일하기 가장 힘든 계절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우리는 모든 계절이 힘들다”며 “봄에는 황사나 미세먼지가 심하고, 여름에는 장마가 쏟아지고 가을은 낙엽을 청소해야 하고 겨울에는 폭설이 내리기도 하니 어느 계절이 수월하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해 날씨가 극으로 치달으면서 여름에는 달궈질 대로 달궈진 시멘트 위를, 겨울에는 최강한파를 온몸으로 맞서야 한다. 계절과 상관없이 들이닥치는 미세먼지는 온종일 외부에서 일해야 하는 공무관들에게 있어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계절의 변화뿐만 아니라 사회적 변화도 공무관 업무에 영향을 미친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직접 요리를 하는 이들보다 간편하게 배달을 시키는 횟수가 늘어나 이전보다 처리해야 할 쓰레기양은 더욱더 많아졌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도 많이 늘어났다. 문제는 반려동물을 유기해 발생하는 동물 사체 처리는 고스란히 공무관 업무로 추가됐다는 점이다.

안재홍 위원장은 “서울시 다산콜센터에서 가장 많이 들어오는 민원 중 하나가 청소업무인데 공무관들은 주어진 일을 하면서도 무단투기나 동물 사체들을 처리해야 한다”며 “실제로 한 공무관이 민원 접수를 받고 찾아갔더니 대문 안에 참새 한 마리가 죽어있으니 치워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새벽 5시부터 오후 3시까지 제대로 된 휴게 공간에서 쉬지도 못하고 일하는 공무관들은 극심한 기후변화와 사회변화에 따라 늘어난 업무로 인해 고통받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처우나 정책이 미흡하다는 것이 서울특별시청노조의 지적이다.

공무관들에게 있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안재홍 위원장은 “아직 우리들의 신분은 무기계약직인데 일부에서는 공무원이라고 보고 있는 시각이 있다”며 “노동조합에서 정년을 설정해놓았지만, 우리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는 신분 안정과 임금 향상”이라고 밝혔다.

서울특별시청노조는 ‘환경미화원’보다는 ‘공무관’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도 중요한 변화 중 하나라고 말했다. 홍명의 기획국장은 “공무관이라는 명칭은 신분전환을 위한 중간단계 중 하나”라며 “이를 위해서는 ‘환경미화원’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와 조합원들의 하나 된 힘과 마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치적 기능 활성화, 변화를 꾀하다

노동조합의 기능에는 ▲경제적 기능 ▲공제적 기능 ▲정치적 기능 등이 있다. ‘경제적 기능’은 조합원의 경제적 이익과 권리를 유지·개선하는 기능이다. ‘공제적 기능’은 조합원의 노동능력이 질병·재해·고령·사망·실업 등으로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상실될 경우를 대비해 조합이 기금을 설치해 상호 공제하는 활동이다. ‘정치적 기능’은 노동관계법을 비롯한 모든 법령의 제정 및 개정, 세제, 물가정책, 사회보장제도, 기타 사회복지정책 등 정부의 경제·사회정책에 관한 노동조합의 정치적 발언과 주장으로 노동자의 생활 향상을 위한 활동이다.

서울특별시청노조는 노동조합의 정치적 기능을 활성화하는 데에 주력했다. 안재홍 위원장은 “노동조합의 기능을 충실하게 실행하다 보니 이를 바탕으로 조합원들의 처우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지난 2017년 서울특별시청노조는 조합원들을 비롯해 가족들로부터 입당원서를 받았다. 무려 A4용지 박스 6개가 모였다. 조합원들의 뜻을 모은 입당원서를 들고 정당에 찾아갔을 때 돌아온 반응은 반가움이 아닌 의심이었다. 당시 자리에 있었던 홍명의 기획국장은 “살려고 모았다. 한 분, 한 분 2,500여 명 조합원들이 모은 정성을 의심한다면 책임질 수 있겠냐”고 반박했다고 한다.

2만 명의 권리당원이 모이자 구의원, 시의원, 국회의원들까지도 서울특별시청노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들은 노동조합과 정기적인 모임을 하며 서울시 공무관 뿐만 아니라 전국의 공무관들의 처우나 조례, 법적인 부분까지 변화를 가져올 수 있었다.

지난 2018년 8월 23일에는 국회에서 ‘직영 환경미화원 사회적 지위에 따른 연구 발표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공무관이 처한 현실과 앞으로의 과제에 대한 논의하는 장이 마련된 것이다.

안재홍 위원장은 “의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고민하니 추경을 통해 마스크 지원이 나오고 내년 예산에는 교육비가 추가될 수 있었다”며 “각 구청에서는 작게나마 복지나 교육 등 예산이 증액되는 현상들도 나타나고 있다. 정치적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조합원들에게 큰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특별시청노조는 지난해 2월 15일,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 서울특별시청노조
서울특별시청노조는 지난해 2월 15일,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 서울특별시청노조

서울특별시와 이해로 쌓은 노사관계

지난 12월 4일 진행된 ‘2019년 제57주년 조합 창립 기념식 및 정년퇴직 조합원 위로연’에서 안재홍 위원장은 “지금까지 중 우리 노사관계는 단연 최고”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행사에 참여한 구아미 서울특별시청 기후환경본부 대기기획관을 소개할 때는 조합원들의 열렬한 환호와 힘찬 박수 소리가 이어졌다.

당시 분위기만 살펴봐도 서울특별시청노조와 서울특별시의 남다른 노사관계를 엿볼 수 있었다. 지난 2월 15일에는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기도 했다. 안재홍 위원장은 “박원순 시장은 노동 감수성이 굉장히 뛰어나다”며 “공무관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하고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원순 시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안재홍 위원장은 “12월 31일 타종행사를 진행하기 전 박원순 시장이 종로구 공무관 휴게실을 찾아 간담회를 진행한다”며 “당시 조합원 한 명이 ‘일을 하는데 불이라도 잠깐 쬐고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사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제안이지만 박원순 시장은 안타까움을 느껴 따뜻한 옷 한 벌과 추가 식비를 내려보내 줬다”고 일화를 밝혔다.

그러면서 “무엇을 해 준 것도 고맙지만 우리들의 노고를 알아준다는 것이 조합원들에게 고마움을 다가왔다”며 “그 마음을 담아 감사패로 전달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의 노동 감수성은 경직돼 있던 실무진들에게도 점차 전파됐다. 안재홍 위원장은 “먼저 우리가 무언가를 요구하기 위해 찾아가면 서울특별시 실무진들이 처음으로 꺼내는 말이 ‘제가 어떤 역할을 하면 되겠습니까’라고 말한다”며 “먼저 우리의 마음을 알아주고 대화를 하자고 나서는 모습에 노동조합 입장에서도 조금 더 협조적인 자세를 취하게 된다”고 말했다.

외국의 공무관 복지와 노동환경을 직접 보고 반영해보자는 취지로 노사가 함께 ‘신사유람단’을 결성해 유럽을 다녀왔다. 매번 공무원들이 중심이 돼 다녀왔지만, 현장 노동자들이 직접 장단점을 파악해 연구해보자는 의미를 살린 것도 서울시의 타고난 노동 감수성으로 인해 가능했다.

안재홍 위원장은 “유럽은 직업에 대한 귀천이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현장 노동자와 대화를 나눠보니 그런 것도 아니라고 한다”며 “임금은 많이 받지만, 우리 노동조합은 인식 개선을 하고 있다는 것에서 위안으로 삼게 됐다”고 밝혔다.

‘신사유람단’을 통해 얻은 자료를 바탕으로 서울시와 서울특별시청노조는 디지털 변화에 맞춰 함께 연구하고 청소 장비를 개발하는 데 뜻을 모았다.

노동운동의 지평을 넓히다

안재홍 위원장은 공무관 처우 개선에 있어 “조합원들의 신분 전환 요구 중 하나로 특별사법경찰관제도를 제안하고 싶다”며 “우리는 24시간 서울시 도로 위에 있기 때문에 각종 감시자의 역할이 가능하고, 기초 질서 확립하는 데 있어 좋은 역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자연스러운 신분 전환이 가능하다”면서 “사회적으로 추가되는 비용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민들의 인식 전환을 위한 노력도 지속할 방침이다. 서울특별시청노동조합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만나 초등교육에 공무관 인식 개선을 위한 교과목을 추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안재홍 위원장은 “공무관을 위한 처우 개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의식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고 밝혔다.

또한, 서울시민의 편의를 책임지고 있는 서울시 공공부문 노동조합들이 하나로 모여 협의회를 출범할 예정이다. 청결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서울특별시청노동조합, 시민의 발이 돼주는 서울교통공사통합노동조합, 교육을 책임지는 서울시교육청일반직공무원노동조합, 건강을 책임지는 서울의료원노동조합은 서울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노동운동을 펼쳐나가는 데 뜻을 모았다.

안재홍 위원장은 “시민 속의 노동운동을 제대로 해야 복지 처우로 연결된다”며 “다가오는 2020년에도 시민사회운동과 연대활동을 비롯해 노동조합의 정치적 기능을 더욱 활성화하는 데 열심히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