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노조 "中 밀집지역 배달 금지" 요구했다 혼쭐
배민 노조 "中 밀집지역 배달 금지" 요구했다 혼쭐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0.01.29 12:30
  • 수정 2020.01.31 0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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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 안전 요구하며 "중국인 밀집지역" 특정
서비스연맹 "혐오표현에 중대한 책임" 사과
'조합원 늘리기' 비판엔 "악의적이다" 반박
ⓒ 우아한청년들
ⓒ 우아한청년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공포가 중국인 혐오로 이어지는 가운데 '배달의민족' 라이더들이 속한 노동조합이 28일 사측에 '중국인 밀집지역 배달금지'를 요구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노동조합이 혐오정서에 기대 요구사항을 전달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은 공개 사과했다. 단, 일각에서 제기한 '조합원 늘리기' 경쟁 차원에서 벌어진 일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날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 배달의민족지회(이하 노조)는 배민라이더스를 운영하는 우아한청년들 측에 '우한 폐렴 관련 협조의 건' 공문을 발송했다. 노조는 이 공문에서 "우한폐렴이 확산됨에 따라 많은 사람들을 접촉할 수밖에 없는 배달노동자의 특성에 따라 불안감과 위험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라이더들에게 ①안전 마스크를 지급과 ②확진자가 발생한 지역 및 중국인 밀집지역(유명관광지, 거주지역, 방문지역 등)에 배달(업무) 금지 또는 위험수당 지급을 요구했다.

28일 서비스일반노조가 우아한형제들에 발송한 공문 내용
28일 서비스일반노조가 우아한형제들에 발송한 공문 내용

특히 공문에는 "중국인 밀집지역"이라는 표현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다. 이에 대해 노조가 외국인 이주자 혐오를 조장한다는 논란이 커지자 상급단체인 서비스연맹은 즉시 사과했다. 서비스연맹은 "공문 내용 중 매우 부적절한 소수자에 대한 혐오 표현이 있었다"며 "가맹조직의 혐오 표현에 대해 당 연맹은 중대한 책임감을 느끼며, 상처 입은 분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밝혔다.

공문을 작성한 서비스일반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첫 출발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라이더들의 안전마스크를 배민 측에 요구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의견 수렴 과정에서 "실제로 라이더들이 중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명동, 중국인 거주자가 많은 대림동 일대에서 콜을 안 잡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감염위험 지역에 대한 안전 대책 마련 요구가 추가된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공문을 발송한 취지는 라이더들의 안전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중국인 밀집지역' 등을 특정한 표현은 부적절했다"며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단, 노조는 이번 논란이 '조합원 늘리기' 경쟁 때문일 가능성이라는 추측에 대해서는 "악의적"이라고 지적했다.

배달의민족엔 '배민라이더스'와 '라이더유니온'이 교섭대표노조를 정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지난달 25일 사측이 확정공고한 과반수노조는 서비스연맹(73명)이며 라이더유니온(71명)은 조합원 산정 기준에 대한 이의제기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한 상태다. 따라서 교섭대표노조를 결정하는 확정공고일(12/25)과  공문 발송 시점은 관련이 없다.

노조 관계자는 "혐오표현은 비판할 수 있지만 조합원 늘리기라는 지적은 악의적"이라며 "공문 발송 시기와 목적은 교섭대표노조 절차와 관련된 조합원 수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