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박싱] 이 주의 인물 : 박대희
[언박싱] 이 주의 인물 : 박대희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0.02.08 05:08
  • 수정 2020.02.10 1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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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트 : #우체국택배 #위탁배달원 #차별대우

2월 첫째 주 언박싱(unboxing) 주인공은 박대희(40) 우체국 위탁택배노동자입니다. 

우체국 위탁배달원은 공무원인 집배원과 달리 건당 수수료를 받는 특수고용노동자인데요. 이들은 우정사업본부의 자회사인 우체국물류지원단과 계약을 맺고 집배원들이 소화하지 못하는 택배 물량을 위탁받아 배달합니다.

지난 6일, 우체국 위탁택배노동자들이 속한 전국우체국택배노동조합(위원장 윤중현)은 기자회견을 열어 "위탁배달원에게 필요한 방역물품 지급이 집배원에 비해 현저히 늦어지고 있다"며 "우정사업본부와 물류지원단은 차별 없이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지급하라"고 요구했는데요. (▶관련기사 : 우체국 위탁배달원 "차별 없이 마스크 지급하라")

이날 조합원 박대희 씨는 "무엇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한 생활을 책임지는 공공기관에서 이런 일들이 발생하는 것은 현장에서 일하는 택배기사들이 비정규직, 특수고용노동자이기 때문"이라며 마스크 지급조차 차별받는 현실을 비판했습니다.  

기자회견 기사에는 담지 못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에 대한 두려움이 우리의 일상을 짓누르고 있는 요즘, 우체국 위탁택배노동자들은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박대희 씨에게 더 들어봤습니다.    

박대희 우체국택배노조 조합원(사진 왼쪽)이 6일 오후 광화문우체국 앞에서 진행된 '우체국택배노동자에 대한 차별 없는 안전 대책 요구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하루하루 차별 속에서 살고 있다"며 "엄동설한에 피복조차 지급받지 못하고 영하 12도 야외에서 일하는 택배노동자가 받는 차별을 없애야 한다"고 발언하고 있다. ⓒ 전국우체국택배노동조합
박대희 우체국택배노조 조합원(사진 왼쪽)이 6일 오후 광화문우체국 앞에서 진행된 '우체국택배노동자에 대한 차별 없는 안전 대책 요구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하루하루 차별 속에서 살고 있다"며 "엄동설한에 피복조차 지급받지 못하고 영하 12도 야외에서 일하는 택배노동자가 받는 차별을 없애야 한다"고 발언하고 있다. ⓒ 전국우체국택배노동조합

- 안녕하세요, 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저는 동서울우편집중국에서 일하고 있는 강남우체국 택배원 박대희입니다. 우체국에서 물건을 받아 고객에게 배달하는 위탁택배기사예요. 우정사업본부에 직접고용된 공무원은 아니고 산하기관인 우체국물류지원단과 계약을 맺고 건당 수수료를 받는 특수고용노동자 신분이죠. 

- 신종 코로나로 전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우체국 위탁택배노동자들은 요즘 어떻게 일하고 있나요? 
신종 코로나 관련해 질병관리본부에서 방역운동을 하잖아요? 우리도 따라서 손 씻기, 마스크 착용하기 등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공기관인 우체국에서 여러 국민과 접촉하고 있는 택배기사들한테 마스크와 손소독제 지급을 안 했어요. 우체국에서는 어떠한 안전교육도 실시한 적도 없고요. 노동조합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안전교육을 하고 자비로 마스크를 구매하는 등 알아서 보건지침에 따라왔던 상황이었죠.

-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일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나요?
특별히 느끼지는 못했고요. 토요일에는 보통 아파트 단지 주차장이 많이 썰렁했거든요. 그런데 요즘에는 토요일에도 차가 꽉 차 있더라고요. 다들 외부활동을 자제하고 있다는 걸 느껴요. 
  
-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택배물량은 증가했나요? 
같이 일하는 동료기사들한테 물량이 전반적으로 증가했다는 이야기는 들었어요. 마켓컬리 새벽배송, 지마켓 새벽배송 등은 많이 늘었다더라고요. 우체국택배 같은 경우는 피부로 체감할 정도는 아니에요.

- 6일 기자회견에서 신종 코로나 예방대책 관련해 공무원인 집배원과 달리 위탁배달원들은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지난달 29일에 우체국물류지원단에서 정부 방침에 따라 우리에게 마스크랑 손소독제를 배포하겠다고 이야기했는데 일주일이 넘어가는 시점까지 받지 못했어요. 집배원들은 그 이전부터 마스크를 일인당 3~4개씩 지급받고 있었고요. 

- 지금 강남우체국에는 마스크 지급이 잘 되고 있나요? 
네, 그런데 다른 지역에서는 아직 집배원들조차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는 곳도 있다고 들었어요. 

- 요즘 일하면서 불안하지는 않으세요? 
불안하긴 한데 의연하려고 노력해요. 배송하는 사람이 불안해하면 고객도 불안하니까요. 최고의 서비스는 안전이기에 마스크를 꼭 챙겨 쓰며 일하고 있습니다. 

-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볼게요. 우체국 위탁 택배노동자로 일하면서 힘든 점은 뭔가요?
많죠. 국민들은 우리가 우체국 마크가 달린 옷을 입고 일해서 비정규직인지, 개인사업자인지 이런 거 모르시고 어쨌든 우체국택배라는 정부기관에 믿음이 있어서 다른 택배사 기사들보다 더 우호적으로 대해줍니다. 그런데도 현장에서, 일터에서 차별이 심해서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는 경우가 많이 있어요. 

- 예를 들면? 
복장 같은 경우도 그래요. 계약서에도 지급이 명시되어 있지만 새로 일하는 사람에게 피복이 없다는 이유로 한 달 넘게 지급을 안 해주는 거죠. 같은 우체국에서 일하는 동료도 남들이 입던 옷을 입고 일하는 상황이에요. 집배원들은 다 나눠주면서요. '별거 아닌 옷 가지고도 차별하네' 우리끼리는 이렇게 속 삭히면서 일하는 거죠. 

- 반면 택배노동자로서 보람 있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고객분들의 센스 있는 문자 한 통이요.(웃음) '택배기사 아저씨, 오늘도 안전운전하세요' '덕분에 명절 잘 보냈습니다' 이런 인사해주시는 분들이 계세요. 또 엘리베이터 없는 높은 층에 사는 분들이 미안하다면서 음료수 같은 걸 담아주기도 해요. 이런 분들 덕분에 택배하면서 힘이 덜 들죠.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우리는 똑같은 사람이고 대한민국 국민이잖아요. 그런데 보면 조선시대에 살고 있나 이런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차별 때문이겠죠. 6일에 기자회견 한 뒤에 우정사업본부에서 부랴부랴 마스크를 또 지급했어요. 그런데 바이러스 침투를 막는 KF80 이상 마스크가 아니라 일회용 면 마스크를 줬어요. 그건 침 정도만 가릴 수 있지 실제로 방역효과는 없다고 질병관리본부에서도 이야기하더라고요. 면피용인 거죠. 늘 이런 식이에요. 오늘 아침에 많이 허탈했죠. 언제까지 이런 대접 받고 살아야 하나 싶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