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후쿠시마 핵사고를 잊으라 하는가!
누가 후쿠시마 핵사고를 잊으라 하는가!
  • 참여와혁신
  • 승인 2020.03.02 10:50
  • 수정 2020.03.05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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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박효경 녹색연합 상상공작소 활동가
ⓒ 녹색연합
ⓒ 녹색연합

해마다 3월이면 녹색연합을 비롯한 여러 환경단체, 탈핵단체에서 후쿠시마 핵사고를 기억하는 집회가 열린다. 달력에 집회 날짜를 확인할 때에야 떠올린다. ‘후쿠시마 사고가 벌써 9년이 지났구나.’ 그렇게 기억을 소환하는 순간 뉴스를 통해 접했던 그 날의 당혹스러움과 두려움이 온 몸에 퍼진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지 않을까. 그럼에도 그 기억을 깡그리 지워버리고 없던 일 마냥 만들어버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일본정부다.

2013년 일본 아베 총리는 2020년 하계 올림픽 유치가 결정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방사능 오염수가 “통제되고 있다(Under Control)”라고 밝히며 도쿄 올림픽을 후쿠시마 복구와 부흥의 홍보장으로 삼고 있다. 후쿠시마 지역을 포함한 재해지 농수산물을 올림픽 선수촌에 제공하겠다는 계획 역시 이러한 계획의 일환이다. 이미 일본 정부는 ‘먹어서 응원하자’는 이름의 후쿠시마산 농수산물 소비 촉진 캠페인을 광범위하게 벌여왔다. 한·중·일 정상회의나 영국 왕세손 접대에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이 의도적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우리 정부의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에 대해 일본 정부는 WTO 제소를 하기도 했다. 이는 우리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처였지만, 일본 정부는 부당한 조치라며 지속적으로 수입금지 조치를 해제할 것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일본 후생노동성 자료를 통해 검토된 내용만 보아도 두릅, 고사리, 죽순 같은 농산물에서 기준치 이상의 방사성물질이 측정되었다. 전수 조사가 사실상 어려운 농수산물 특성상 후쿠시마산 농산물의 선수촌 공급은 결코 이뤄져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방사능 오염수는 더 큰 문제다. 지난 2월 10일, 일본 경제산업성 오염수처리대책위원회 전문가 소위원회가 일본 정부에 방사능 오염수 처리에 대한 최종보고서를 제출했는데 이 보고서에는 약 120만 톤에 달하는 방사능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권고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오염수를 전량 해양 방출하는 것이 사실상 최선이라는 것이다. 일본은 이미 2015년에 ‘후쿠시마 원전사고 리스크저감 중기로드맵’에 오염수 해양 방류를 유력한 방안으로 제시하고 이를 암암리에 공식화하는 절차를 밟아왔다.

도쿄전력은 그동안 오염수에 다른 핵종은 없이 삼중수소만 존재하는 것처럼 말해왔다. 오염수를 탱크에 저장하기 전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62종의 방사성 핵종을 걸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2018년 8월에 열렸던 후쿠시마 주민공청회를 통해 삼중수소뿐 아니라 세슘137, 스트론튬90, 요오드131 등 여러 방사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당시 쌓여있었던 오염수 94만 톤 중 89만 톤을 분석해보니, 무려 75만 톤이 방사능 방출기준치를 초과했고, 그 중 스트론튬90은 기준치의 2만 배를 초과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스트론튬은 백혈병과 골수암을 일으키는 물질이다.

일본 정부는 방사능 오염수를 희석하여 기준치 이하로 방류를 하면 안전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버려지는 방사성 물질의 총량은 변함이 없기에 인류 최악의 해양 오염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방사능 오염수의 방류 후 주변 환경을 관찰하며 관리하겠다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방사성 물질로 오염되고 파괴된 해양 생태계를 과연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것인가?

사실 오염수 처리 문제에 대한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오염수 저장탱크를 땅속 깊이 묻는 것이다. 국제사회가 대체로 동의하는 이 해법을 외면한 채 일본 정부는 많은 자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다른 길을 가려 한다.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는 우리 바다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그 자연의 흐름에서 누구도 안전할 수 없다. 후쿠시마의 기억은 절대 잊혀서는 안 된다.

* 이 글은 탈핵시민행동 2019년 8월, 2020년 2월 기자회견문을 참고로 작성하였습니다.